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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은퇴 직후 10년이 30년 좌우한다

[Retirement] 은퇴 직후 10년이 30년 좌우한다

“철봉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져 멍한 상태가 되는 느낌” “은퇴는 궤도가 없는 미래” “은퇴 이전은 의무만 있던 삶, 은퇴 이후는 덤”…. 은퇴자 대상 교육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은퇴 후 소감들이다. 이처럼 은퇴는 인생의 매우 큰 변화라는 점에서 은퇴 직후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노후의 행복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은퇴 후 10년을 ‘리스크 존(Risk Zo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로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은퇴라는 변화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발적인 은퇴보다는 조기 은퇴나 강제적 은퇴가 많아서 은퇴 자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부정과 고립→분노→협상→우울→수용’의 심리적 변화를 겪듯이 은퇴에 대해서도 ‘거부→우울→분노→수용’의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거부 단계에서는 은퇴 자체가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부정하려고 한다. 다음 우울 단계는 역할의 상실에 대해 비애를 느끼고 의기소침해지는 단계다. 지금까지 이뤄놓은 게 없다고 후회하고 앞으로 닥칠 여러 가지 문제에 압도돼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분노 단계에서는 주위의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일한 회사나 조직이 자기가 퇴직하는 데 잘 도와주지 않았다며 상사였던 사람을 비난하기도 한다. 가족이나 배우자로부터 집안일을 도와달라는 요청에 대해 화를 내며 거부할 수도 있고 퇴직한 자신에게 동정심을 가져주고 심리적으로 지지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끝으로 수용 단계는 퇴직의 현실과 새로운 계획을 생각하고 퇴직에 따른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며 적응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이 같이 은퇴 직후는 심리적 격변을 겪는 시기로 이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적응하는 것이 노후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출발점이 된다.



은퇴 후 10년은 리스크 존둘째, 은퇴 후 10년은 공교롭게도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55세 전후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은퇴 후 10년은 55세부터 65세까지의 시기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조사한 국민노후보장패널(2009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령자의 노후 생활비 마련 방법으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이 29%로 가장 많고 근로활동(23.7%), 부동산 투자 (15.1%), 일반 적금 및 예금(14.8%) 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후 생활비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연금 지급이 65세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은퇴하는 55세부터 이때까지의 기간은 ‘연금 암흑기’ 혹은 ‘마(魔)의 10년’이 될 수 밖에 없다.

셋째, 은퇴 후 10년은 여행이나 각종 취미활동 등을 활발하게 벌이는 ‘활동기(Go-Go years)’로 은퇴 생활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다. 은퇴 이후의 삶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하는 데 은퇴시점부터 70대 중반까지 이르는 ‘활동기’, 70대 중반부터 70대 후반으로 이어지는 ‘회고기’, 70대 후반에서 사망시점까지의 ‘남편 간병기’ 그리고 ‘부인 홀로 생존기’로 나눌 수 있다. 활동기는 일생 동안 힘들게 일한 고생의 보상을 받기 위해서 맘껏 은퇴 이후의 자유를 즐기는 시기이다. 따라서 생활비 이외에 각종 취미나 여행비 등이 필요하므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시기다. 만일 이 시기에 경제적 또는 건강상의 제약 등으로 충분히 즐기진 못한다면 은퇴에 대한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은퇴 후 10년의 ‘리스크 존’을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갑자기 어느 날 일을 완전히 그만둬 버리는 식의 은퇴를 피해야 한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은퇴는 당사자에게 적지 않은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은퇴 하지 않고 계속 일하기’나 ‘서서히 은퇴하기’ ‘절반만 은퇴하기’ 등의 방식이 좋다. 퇴직 이후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을 창업한다거나, 비정부단체 또는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서히 은퇴하는 것과 절반만 은퇴하는 것도 비슷한 개념이다. 이 두 방법은 본격적인 은퇴를 향해 점진적으로 은퇴하는 방법이다. 서서히 은퇴하기는 퇴직하기 전에 일정한 연령을 기준으로 일하는 시간이나 소득을 줄이면서 ‘서드 에이지’를 준비하기 위해 천천히 은퇴를 실천하는 방식이다. 절반만 은퇴하기는 하루나 일 년의 절반은 생활 등을 위해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유롭게 즐기는 방식이다. 이 방식들은 풀타임 업무에서 파트타임 업무로 서서히 전환하는 동시에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다. 이러한 점진적인 은퇴 방법은 갑작스러운 은퇴에 따른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에서 손을 떼는 완전한 은퇴를 뒤로 미루고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은 ‘연금 암흑기’의 생활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은퇴 이전에는 일에서 해방되길 원하지만 은퇴 시기가 되면 일의 의미가 이전보다 더욱 다양해진다. 경제적 소득원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 우선 일이 있으면 일상생활의 틀이 잡힌다. 하루 중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야 할 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자칫 겪을 수도 있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나 상실감으로부터 보호해주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기반으로서 사람들과 다양하게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은퇴 이전에는 일 이외에도 얼마든지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은퇴기에는 이러한 의미들이 더욱 중요해진다.



퇴직연금·개인연금은 55세부터 수령은퇴 후 10년에 대한 구체적인 재무설계를 짜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마의 10년’ 동안 사용할 생활비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은 중간 정산을 하지 않고 직장을 옮기더라도 개인퇴직계좌(IRA)에 별도로 가입해서 온전히 은퇴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세제적격 개인연금은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챙겨야 한다. 퇴직연금과 세제적격 개인연금은 불입한도가 있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여기에다가 10년 이상 불입하면 연금 수령 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제 비적격 개인연금을 더 드는 게 좋다. 금융회사에 따라 은퇴 후 10년 기간에는 연금 지급액을 늘렸다가 국민연금 개시 이후에 다시 지급액을 조절하는 개인연금 상품도 있다. 이런 상품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중요한 ‘은퇴 후 10년’을 슬기롭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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