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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확장의 힘…‘美 상장’ 마지막 퍼즐 맞춘 네이버웹툰

[IP ‘무한 확장’ 시대]①
‘웹툰 종주국 韓’ 만든 네이버, 미국 나스닥 상장 본격화…7월 입성할 듯
창작자 생태계 구축 후 IP 사업으로 수익성 확보…기업가치 최대 3.7조

네이버웹툰이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에 참가해 웹툰 콘텐츠를 알렸다. 사진은 네이버웹툰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웹툰 속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는 ‘툰필터’ 기술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대한민국은 웹툰 종주국이다. 한국은 출판물을 통해 가로로 읽던 만화를 2000년대 초반 세로형으로 바꿔 온라인에서 유통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엔 ‘웹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만화의 ‘세로형 온라인’ 변화는 콘텐츠 확산이 가속화하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는 2023년 세계 웹툰 시장이 86억3000만 달러(약 12조원)를 형성했다고 봤다. 이들은 웹툰 시장이 올해 이보다 6.7% 성장한 92억1000만 달러(약 1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웹툰은 이 시장 자체를 만든 기업이란 평가를 받는다. 200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 웹툰 특유의 확장성에 기반해 사업 외연을 꾸준히 세계로 확장해 왔다. 회사는 2014년부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고, 현재는 이 분야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웹툰이란 단어도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따라 세계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웹툰은 명실상부 K-콘텐츠의 일익을 담당하며 빠르게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네이버웹툰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서비스 시작 약 20년 만의 일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S-1)를 5월 31일(현지시간) 제출하고 나스닥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JP모건·에버코어다. 회사는 6월 17일 서류(S-1/A)를 추가로 제출하고 희망 공모가를 주당 18달러에서 21달러로 적어냈다.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책정된다면 기업가치는 최대 26억7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IPO를 통해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한다. 최대 3억1500만 달러(약 4300억원) 조달이 가능한 구조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북미 시장 중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의 상장까진 SEC 검토와 로드쇼(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 등의 절차가 남아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오는 7월 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본다.
네이버웹툰 모기업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S-1)를 제출하고 나스닥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사진 SEC 홈페이지 캡처]

예견된 나스닥 상장…IP 사업으로 ‘전제조건’ 충족

네이버웹툰은 꾸준히 ‘미국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2016년 설립하고 영향력을 점차 확장해 왔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2017년 분사한 네이버웹툰도 지난 2020년 웹툰엔터테인먼트 산하에 배치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 등을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경영 체제를 효율화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웹툰의 글로벌 확장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 중이다. 나스닥 상장을 노리는 곳도 네이버웹툰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로, 종목 코드는 ‘WBTN’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은 63.4%다. 상장 완료 후에도 지배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지닌다. 지분 24.7%를 가진 일본 기업 라인야후(LY 코퍼레이션)도 주요 주주사에 계속 이름을 올린다.

네이버웹툰이 미국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그간 탄탄하게 구축한 ‘글로벌 창작 생태계’와 현재 시장에 안착한 ‘지식재산권(IP) 확장 사업’ 등이 꼽힌다. 회사는 단순히 웹툰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않았다. 진출한 지역에서 자체적인 콘텐츠 수급이 가능하게 하는 걸 항상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런 접근 방식이 네이버웹툰을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은 소비자 콘텐츠 플랫폼을 안착하기 전 ‘창작자 발굴’ 시스템부터 구축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해 왔다”며 “해당 시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도 많은 초기 비용을 투입해 현지 작가들을 포섭·발굴하는 결단을 내렸다. 콘텐츠 판매보다 기초 체력을 쌓는 걸 우선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서 거둔 성공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된 행보다. 회사는 2006년 업계 최초로 국내에 ‘도전만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방대한 콘텐츠를 수급했다. 이런 방식을 해외에도 접목, 각 국가에서 자체적인 생태계가 작동하도록 사업을 영위해 왔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서양·동남아 시장에선 ‘캔버스’(CANVAS)를, 일본에선 ‘인디즈’(INDIES)를 운영하며 아마추어 작가의 등단을 지원하고 있다. 왓패드(미국)·이북이니셔티브재팬(일본)을 인수하며 현지 콘텐츠 수급·유통 폭을 넓힌 일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국내 시장에선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품으며 창작자 생태계를 더욱 강화했다.

10년 넘게 해외 시장에서 다진 창작자 생태계는 고스란히 사용자 유입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IP 사업을 순차 확장했고, 수익성도 점차 개선했다. 최근 네이버웹툰 내 ‘멀티웨이 크로스 보더’(Multi-way cross border)나 ‘원 소스 멀티 유즈’(OSMU·하나의 IP를 다른 장르에 접목) 콘텐츠가 급증한 이유다. 크로스 보더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걸 말하는데, 네이버웹툰은 여기서 더 나아가 현지에서 발굴·제작된 작품을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식으로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영어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고, 태국어 작품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유통 폭을 넓혔다. 네이버웹툰은 이를 통해 IPO의 전제조건인 수익성을 잡았다.

수치로 본 네이버웹툰 ‘성장성’

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네이버웹툰이 20년간 생태계에 쏟아부은 노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증권신고서 내 서한을 통해 “(나스닥 상장은) 지난 20년 노력의 정점”이라며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많은 콘텐츠가 영화·스트리밍 시리즈·애니메이션·비디오 게임 등으로 옮겨졌다. 향후 10년간 가장 큰 히트작이 될 IP를 발굴·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1분기 기준 15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1억7000만명이고 이 중에서 85%가 해외서 접속한다. 800만명이 달마다 결제를 진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에서 활약하는 창작자 수는 24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써낸 이야기는 ▲100편 이상의 영화·드라마 ▲200편 이상의 책 ▲70개 이상의 게임 ▲1100만개 이상의 기획상품(MD)으로 재탄생했다. 회사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창작자에게 지급한 금액은 28억 달러(약 3조89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창작자 전체의 연간 평균 수익은 4만8000 달러(약 6667만원)이고, 상위 100명의 연간 평균치는 100만 달러(약 14억원)로 집계됐다. 네이버웹툰이 얼마나 방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는지, 또 창작자 상생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22년 10억794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2023년 12억8270만 달러(약 1조7820억원)로 성장했다. 순손실은 2022년 1억3250만 달러(약 1840억원), 2023년 1억4480만 달러(약 201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다만 실질적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조정 상각전영업이익(Adjusted EBITDA)은 2022년 7820만 달러(약 1080억원) 적자에서 2023년 1170만 달러(약 16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회사는 매출 창출 방식을 크게 ▲유료 콘텐츠 ▲광고 ▲IP 사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2023년 전체 매출 중 80.2%에 해당하는 10억2900만 달러(약 1조4200억원)가 유료 콘텐츠에서 나왔다. 이는 전년 대비 20.8% 상승한 수치다. 2023년 IP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31.4% 성장한 1억830만 달러(약 1500억원)로 집계됐다.

증권가에선 특히 네이버웹툰이 ‘만화 강국’으로 통하는 일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회사는 만화 콘텐츠 소비력이 강한 일본 시장에서 전체 이용자의 12%인 2110만명을 확보했다. 2022년 1분기 이후 2배 이상 성장하며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4년 1분기 기준 일본 월간 유료 사용자당 콘텐츠 평균 수익(ARPPU)은 22.2달러로, 북미(9.1달러)·한국(7.9달러)은 물론 전체(11.5달러) 수치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로 모바일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닷에이아이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는 지난 5월 현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 전체(게임 포함) 매출 1위에 올랐다.

이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된 웹툰이 급증한 데 따른 성장이다. 지난해 말 누적 기준 한국 웹툰을 포함해 일본어로 번역된 해외 작품은 총 1163개에 달한다. 이는 2022년 대비 48% 정도 증가한 수치다. ‘입학용병’, ‘약탈 신부’, ‘재혼 황후’, ‘상남자’ 등 다양한 한국 웹툰이 일본에서 월 1억엔 이상의 거래액을 달성하는 등 흥행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이에 한국 콘텐츠의 일본 내 OSMU 사례를 지속 증가할 계획이다. 지난 4월 한국 웹툰 ‘싸움독학’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일본 플랫폼을 통해 공개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인디즈에서 발굴된 웹툰 ‘선배는 남자아이’나 한국 인기 웹툰 ‘신의 탑’(시즌2)과 ‘이두나!’ 등도 연내 애니메이션 출격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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