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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큰 그림…아티스트 대신 ‘스토리 IP’에 집중

[IP ‘무한 확장’ 시대]②
‘바운더리스’ 사업 방향 아래 스토리사업본부 신설
BTS 등 메가 IP 보유한 하이브, 풀어야 할 숙제도 존재

방탄소년단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어떤 일을 누구와 하더라도 국가와 산업 간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협업한다.”

하이브는 지난 2021년 기업설명회에서 ‘바운더리스’(Boundless·경계가 없는)로 요약되는 사업 방향성을 선언했다. ▲국가와 지역 ▲산업과 산업 ▲팬 경험의 현재와 미래 ▲탄탄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등 4개 영역에서 ‘경계 없는 확장’을 이루겠단 취지다.

하이브는 해당 비전 발표와 동시에 ‘스토리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직접 발굴하겠단 취지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선 볼 수 없었던 부서를 만들 정도로 ‘경계 없는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다.

‘바운더리스’ 전략 발표 후 약 3년이 지났다. 회사는 스토리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과를 써냈다.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한 사업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에 기반한 원천 IP를 발굴하며 사업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오리지널 스토리는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출판 등의 콘텐츠 플랫폼과 더불어 ▲소속 아티스트의 앨범 ▲음악 ▲뮤직비디오 ▲콘서트를 아우른다. 경계도, 제한도 없다. 오롯이 ‘이야기’ 하나로 일궈낸 확장이다.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DARK MOON 달의 제단’ [사진 하이브]

‘아티스트 IP’에 집중한 연예기획사의 한계

통상 업계에선 아이돌 수명을 7년 내외로 본다. 아이돌로서의 전성기로 통하는 나이도 20대다. 아티스트 IP에 중점을 둔 사업은 비교적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아티스트 IP만을 활용하면 기존 ‘이미지’에 국한된다. 사업 확장 영역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스토리 IP는 확장성이 사실상 무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금까지 엔터 산업에서 추진한 ‘아티스트 IP 기반 사업 확장’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티스트 IP 중심 사업 확장의 한계는 게임 영역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아이돌 IP를 활용한 숱한 게임이 나왔지만 ‘반짝 흥행’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장기 흥행에 이른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이는 하이브를 포함해 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모두에서 나타났다.

YG엔터 소속 인기 아이돌 블랙핑크 IP를 활용한 ‘블랙핑크 더 게임’이 대표적 사례다. 블랙핑크 IP를 활용한 첫 모바일 게임이었음에도 장기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5월 출시와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지만 올해 6월 14일 기준 앱스토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밖에 하이브의 메가 IP를 활용한 방탄소년단 육성 게임 ‘BTS월드’도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JYP 역시 2013년 스마일게이트와 전략적 사업 제휴를 맺으며 게임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큰 변화는 없다.

업계에선 엔터 기업의 게임 산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함께 아티스트 IP 확장성 한계를 원인으로 꼽는다. 아이돌 IP만으로는 장기적으로 팬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계는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티스트 IP에 의존한 웹툰·웹소설 등의 분야에서도 확장성의 한계가 나타났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 NCT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카카오 웹툰 ‘NCT: 드림 콘택트’(NCT: Dream Contact)’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해당 웹툰은 꿈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NCT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소년들이 꿈과 무의식, 일상을 거쳐 두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미 만들어진 스토리에 아티스트를 입힌 게 아닌,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맞는 스토리를 제작한 셈이다.

지난해 8월 17일 출시한 해당 웹툰은 올해 6월 13일 기준 8만8000뷰의 누적 조회수를 달성했다. NCT의 X(옛 트위터) 공식 계정 팔로워 수가 1117만4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과다.

‘아티스트’ 넘어 ‘스토리’에 집중한 하이브

하이브는 그간 엔터 산업에서 통용되는 사업 공식을 완전히 탈피하고 직접 ‘원천 IP’ 발굴에 나섰다. 엔터 산업에서 하이브가 집중한 것은 ‘스토리’다. 하이브는 단순 ‘아티스트 IP’를 넘어 이를 폭 넓게 품을 수 있는 스토리에 몰입했다.

하이브의 ‘스토리 중심’ IP 확장 전략은 그간 국내 엔터 분야에선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접근이다. 되레 월트 디즈니의 ‘마블’이나 웹툰 제작사 와이랩의 ‘슈퍼스트링’ 등 창작 중심의 기업에서 통용되는 방식에 가깝다. 업계에선 하이브가 직접 오리지널 스토리 발굴에 나선 배경으로 아티스트 IP 한계성을 꼽는다.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의 웹툰·웹소설은 ‘오리지널 스토리’와 ‘아티스트’가 협업한다. 즉, 상호 동등한 관계다. 만들어진 스토리에 아티스트를 캐스팅하는 형식이다. 물론 실제 아티스트가 주인공인 만큼 고유의 음악적 메시지와 방향성 등은 연결된다. 다만, 만들어진 스토리에 아티스트를 입히는 방식은 변함없다.

하이브는 지난 2022년 1월 방탄소년단 웹툰 ▲‘세븐 페이츠 : 착호’(7FATES: CHAKHO)을 시작으로 ▲엔하이픈의 ‘다크 문(DARK MOON): 달의 제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별을 쫓는 소년들’ ▲르세라핌의 ‘크림슨 하트’ ▲엔팀(&TEAM)의 ‘다크 문 : 회색 도시’ 등을 웹툰화했다. 위 작품 모두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시작으로 이에 어울리는 아티스트들이 상호 협력하는 구조로 제작됐다.

반응도 뜨겁다. ‘세븐 페이츠: 착호’는 웹툰과 웹소설의 론칭 이틀 만에 누적 조회수 1500만 건을 돌파했다. ‘다크 문: 달의 제단’은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조회수만 1억8000만 뷰를 돌파했다. 통상 조회수 2억 뷰 안팎의 웹툰은 흥행작으로 평가받으며 드라마나 영화로 연계 제작되는 사례가 많다.

하이브 관계자는 “새로운 포맷과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팬분들에게 전에 없던 콘텐츠 경험을 드리고자 했다”며 “이를 위해 웹툰, 웹소설 콘텐츠에 ‘아티스트 협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사진 연합뉴스]

新시장 뛰어든 하이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자체 제작한 스토리와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사업은 바쁜 소속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여러 창작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란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 이를 지속하기 위해 하이브가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빅히트 뮤직) ▲뉴진스(어도어) ▲르세라핌(쏘스뮤직) ▲세븐틴(플레디스) ▲아일릿(빌리프랩)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 IP 사업을 전개하는 데 메가 IP로 통하는 방탄소년단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엔터테이먼트사의 관점에서 소속 아티스트의 메가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기업과 소속 아티스트 간의 다양한 변수에 따라 그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장민지 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오리지널 스토리 IP를 도입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분명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지금 당장은 하이브가 가진 본연의 음악 세계와 색깔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엔터테먼트 사업은 높은 위험성을 동반하는데 하이브가 직면한 과제는 BTS와 같은 파급력을 가진 후속 아티스트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방시혁 의장도 글로벌 슈퍼스타의 반복적인 탄생을 위해 관련 산업 전반에 걸친 인프라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이를 위해 하이브는 주류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글로벌 음악 레이블의 인수 및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하이브는 국내외 12개의 레이블(국내 6개·미국 3개·중남미 1개·일본 2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글로벌 ‘멀티 레이블’ 전략을 활용해 각자 법인들의 책임과 권한을 기반으로 ▲아티스트 양성 ▲음반 음원 콘텐츠 제작 ▲소속 아티스트 다양한 활동 지원 등을 시행 중이다.

하이브는 올해에도 다수의 아티스트를 데뷔시켜 더욱 풍성한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월 데뷔한 5인조 걸그룹 아일릿을 필두로 오는 6월 28일 0시(현지시간) 하이브x게펜 레코드의 캣츠아이가 데뷔 예정이다.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The Debut: Dream Academy)’를 통해 만들어진 그룹이다. 이 밖에도 하이브는 꾸준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음악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내 사업 경쟁력을 넓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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