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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랑에 걸린 샤갈·피카소·모네

상업화랑에 걸린 샤갈·피카소·모네

매스터전을 선보인 권기찬 회장과 그가 좋아하는 페르낭 레제의 작품 ‘나는 믿는다’(왼쪽).

최근 상업 갤러리에서 모네·샤갈·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을 모은 ‘매스터(The Masters)전’이 열리고 있다. 권기찬 웨어펀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오페라 갤러리의 4주년 기획전이다. 오페라 갤러리는 2007년 10월 말에 문을 연 오페라 갤러리 인터내셔널의 서울 지점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싱가포르·파리·런던·뉴욕·마이애미·홍콩·모나코·두바이·두바이 2호점·싱가폴 2호점 등 12곳이 있다.

권회장의 본업은 명품 의류 수입이다. 국내에 아이그너·겐조·소니아 리키엘·콜롬보·폴앤조·체루티1881 등 6개 브랜드를 수입한 웨어펀 인터내셔널을 포함해 공연기획사 더블유앤펀엔터테인먼트, 오페라 갤러리 코리아 등 4개 회사를 운영한다. 회사의 전체 매출액은 500억원 대다.



갤러리에 40여 점 전시11월 23일 서울 청담동 오페라 갤러리에서 권 회장을 만났다. 그는 “이번 전시회는 미술 교과서에서나 봤던 거장의 작품을 모았다”고 말한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에서 색채 마술사 마르크 샤갈, 현대미술의 대가 앤디 워홀까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후반까지 서양의 근·현대 미술 100년을 아우르는 전시입니다. 인상파 이후 거장의 작품을 한꺼번에 상업 갤러리에서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서울시립미술관의 이기모 큐레이터는 상업 화랑에서 매스터전을 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330㎡(약 100평) 규모의 갤러리에는 40여 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점당 가격은 수 억원에서 수십 억원에 이른다. 권 회장은 그 중에서도 모네·샤갈·피카소의 작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모네의 작품 ‘강’은 모네의 둘째 아들 미셸 모네가 아버지에게 물려 받은 회화 중 하나다. 모네 미술관에 있던 작품이 파리 국립경매원 드루오에서 1980년대 거래 돼 일본인 소장가의 손을 거쳐 이번 전시회에 나오게 됐다. 권 회장은 이 작품은 빛과 물의 화가로 불린 모네의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네는 현실의 풍경을 느낀 그대로 그려냈지요. 작품을 접한 관객도 작가가 느낀 그 순간의 감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샤갈의 작품은 ‘누워있는 부부’로 샤갈이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에 그린 그림이다. 권 회장이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샤갈의 작품 세계에서 주제는 늘 사랑과 연인이에요. 이 작품 역시 그의 첫째 부인이자 평생의 뮤즈였던 벨라와 자신을 신부와 신랑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상상하기에 좋아요. 마치 꿈결 같지요. 몽환적인 매력에 오랜 세월 사랑 받은 작가입니다.”

마지막으로 꼽은 건 피카소의 ‘유리병’이다. 작가가 78세에 그린 작품이다. 원숙한 경지에 오른 피카소만의 단순한 색채와 화면 분할이 눈에 띈다. 화폭 속에 물방울은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손잡이도 보이는 대로 그려져 있지 않다. 고전적 규율에서 벗어난 피카소만의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리병’은 오페라 갤러리 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걸려 있다. 권 회장은 유리병이 처음 전시된 날을 잊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 피카소만의 작품이 갖고 있는 아우라에 가슴이 벅찼고, 오랜만에 피카소의 대형 작품이 갤러리에 전시됐다는 기쁨이 더했다. 피카소는 생전에 유화 수만 점을 포함해 20여만 점의 작품을 남겼다. 다작을 한 거장이다. 세계 미술관을 다니면 쉽게 볼 수 있는 작가의 작품임에도 국내 미술관엔 소장품이 많지 않다.

권 회장이 갤러리를 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이 세계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그는 세계 각지를 돌며 미술품을 사 모았다. 약 300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했다. 질 디앙 오페라 갤러리 인터내셔널 회장도 16년 전 파리에서 고객과 화랑 주인으로 만났다. 그때의 인연으로 오페라 갤러리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었다.

오페라 갤러리 코리아의 매력은 미술품의 종류와 가격이다. 파리 등 11개 도시에 있는 오페라 갤러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거장의 작품은 물론 현지에서 발굴한 신예의 작품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고를 수 있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파리나 뉴욕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단, 해외 작가들의 작품만 소개한다. 국내 작가들은 얼마든지 국내 화랑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해외에는 국내 작가를 홍보한다. 권 회장은 권기수, 임태규 등의 한국 작가의 작품을 오페라 갤러리의 다른 지점을 통해 알렸다. 뿐만 아니라 디앙 회장이 서울을 찾을 때마다 평소 눈 여겨 봤던 국내 신예 작가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예가 풍선 작가 이동욱이다. 그는 독특하게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화면 가득 가지각색의 풍선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홍콩과 싱가포르 지점에서 전시되면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해외에 한국 신예 작가 알려권 회장의 문화소통 의지는 건물 외관에서도 볼 수 있다. 갤러리 삼면이 유리다. 건물 밖 거리에서도 내부 전시 작품이 훤히 보인다. 요즘엔 속이 보이는 누드 갤러리가 많지만 오페라 갤러리 설립 초기엔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화랑들은 닫힌 공간이 많았다. 마치 멋진 건물의 갤러리는 미술 애호가만 즐기는 공간 같았다. 그때 권 회장이 미술계의 관습을 깨고 열린 화랑을 선보였다. 그는 미술 작품이 시민들과 소통하기를 원하고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미술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한다. “오페라 갤러리는 항상 열려 있어요. 직장인부터 길을 지나가던 아주머니까지 안팎으로 미술품을 보고 감상할 수 있지요. 이번 매스터전을 기획한 것도 시민들에게 근·현대 미술사를 이끈 거장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거지요. 초등학생들도 방학이 되면 보러 올 수 있게 12월 말까지 전시를 합니다. 물론 관람료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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