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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화석연료 밀어내는 바이오에너지

Technology 화석연료 밀어내는 바이오에너지

음식물 폐수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정제해 압축천연가스를 만들어 버스에 주입하고 있다.

생명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맞춤형 유전자 등 의료기술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에너지’ 즉 바이오에너지다. 바이오에너지는 바이오매스(Biomass·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로 만든 에너지다. 가령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당을 에탄올로 전환하는 고효율 당화 공정기술은 첨단업종의 하나다.

바이오에너지는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자동차용 연료 생산이 가능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전기를, 지열은 열을 생산하는데 그친다. 게다가 이들 에너지는 저장이 어렵지만 바이오에너지는 지질(脂質) 형태로 천연적으로 쉽게 저장할 수 있다. 또 전기차충전소처럼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 없이 현재의 인프라를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송부문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석유 소비량의 50% 이상이 수송부문에 사용되고 있다.



운송용 연료 2% 차지 바이오에너지에는 크게 ‘액체형’과 ‘가스형’이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바이오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은 액체형에 속한다. 바이오에탄올은 휘발유, 바이오디젤은 경유를 대신해 사용한다.

바이오에탄올은 술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과정의 미생물을 통한 방법을 이용한다. 사탕수수·사탕무·옥수수 등 녹말이 포함된 작물에서 포도당을 뽑아낸 뒤 이를 발효시켜 에탄올을 얻는다.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곡물류는 1세대 바이오매스다.

바이오디젤은 에탄올과 달리 화학적 방법을 사용해 만든다. 기름을 함유한 작물인 유채나 대두·해바라기씨 등에서 우선 기름을 뽑아낸다. 나무나 풀 등 목질계 초본류는 2세대 바이오매스다. 이 기름과 메탄올을 섞은 물질에 알칼리성 촉매인 가성소다(양잿물)를 넣어주면 바이오디젤이 탄생한다.

실제로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얻은 바이오에탄올, 콩이나 유채에서 얻는 바이오디젤은 이미 북미나 남미를 비롯해 세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1세대 바이오매스 시장은 미국과 브라질이 89% 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2세대 바이오매스는 독일이 45%쯤 차지하고 있다. 연간 바이오에너지 생산량은 2000년 1600만 리터에서 2010년 1억 리터로 급증했고, 오늘날 운송용 연료의 2%를 바이오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탕수수나 옥수수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것은 이미 고전적 방법이 됐다.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을 이용하는 1세대 바이오매스는 문제점이 많다.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넓은 면적의 경작지가 필요하고 숲을 개간 할 경우 산림이 훼손돼 이산화탄소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식량을 연료로 쓰는 셈이라 곡물 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도 낳는다. 승용차 하나에 채우는 바이오에탄올을 만드는 데 쓰는 옥수수 양이 저개발국 사람 1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과 똑같다는 것이다. 또한 2세대 바이오매스는 바이오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처리 과정이 복잡해 도리어 에너지 소비가 많다.

따라서 바이오테크놀로지계의 젊은 기업들은 육상식물뿐 아니라 마이크로 해조류(미세조류)와 다른 식물성 플랑크톤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세조류는 3세대 바이오매스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이 유기체들은 광합성을 통해 막대한 바이오에너지를 아주 빠르게 만들어낸다. 현재 미세조류는 최대 2만 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산업화시키기가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우리도 3세대 바이오매스인 미세조류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미세조류 바이오에너지가 왜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가격이다. 아직까지는 화석연료에 비해 생산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미세조류를 키워서 수확하고 세포를 깨 기름을 추출한 뒤 화학반응을 통해 바이오디젤로 바꿔주는 일련의 작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산화탄소 증감 없는 ‘카본 뉴트럴’현재 바이오디젤을 리터당 얼마에 만들 수 있느냐가 전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사다. 아직까지는 바이오디젤 가격은 리터당 3~4 달러를 훌쩍 넘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인 화석연료와 게임에서 뒤지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가격도 기술력 부족으로 아직은 석유의 2.5배나 된다. 시장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5년 이내에 바이오에너지가 현재 화석연료 사용량의 20~30%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누가 더 먼저 경제성을 더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바이오에너지가 각광을 받는 것은 이 연료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바이오에너지도 사용할 때 기존 연료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예를 들어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을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이면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할 때보다는 적지만 비슷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는 바이오에너지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바이오에탄올은 10%, 바이오디젤은 5∼20% 정도를 기존 연료에 섞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독일은 트럭 등 몇몇 차종에 순수 바이오디젤 100%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나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바이오에너지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국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제외시켜 주고 있다. 바이오매스에 해당하는 작물은 자라면서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기 때문이다.

바이오에너지는 식물에서 얻기 때문에 이것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식물이 다시 자라면서 광합성 과정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같다. 결국 이산화탄소의 늘고 줄어듦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 ‘카본 뉴트럴(carbon neutral)’이라고 한다. 바이오에너지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석탄을 태울 때 나온 이산화탄소는 다시 석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바이오에너지를 태울 때 나온 이산화탄소는 바이오매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가령 바이오디젤은 분자 하나마다 산소 원자 두 개를 갖고 있어 대부분 완전 연소되므로 경유 대신 사용하면 공해물질의 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은 현재 각자 지역에 맞는 맞춤 바이오에너지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3년 이내에 인구 38억의 아시아로 본격 진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지금 바로 바이오산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 저탄소 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부담도 적어지고 가격경쟁력도 생겨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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