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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중국 ‘녹색 아편’에 중독되다

[Golf] 중국 ‘녹색 아편’에 중독되다

중국 최고의 골프장으로 꼽히는 상하이의 시샨골프장.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골프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센첸 등을 중심으로 신흥 부자가 급증하면서 골프가 ‘녹색 아편’으로 여겨질 정도다. 200여 년 전 아편이 중국의 하층민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나라의 근간을 흔들었다면, 오늘날 골프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자본주의 이념을 급속히 전파하고 있다. 1984년 중산온천골프클럽이 처음 생긴 이래 현재 중국에는 600곳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베이징에 사는 52세의 사업가 리자오밍씨는 골프를 ‘위트와 용기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는 올 한 해 거의 매일 골프를 즐겼다. 구력 16년에 아마추어대회 챔피언을 지냈고, 1995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차이나오픈 대회에도 출전했다. 1년간 골프에만 10만위안(약 1773만원)을 썼다.



상하이 시샨클럽 1인 그린피 45만원에 이르기도베이징 근교에 골프 코스는 총 65곳이 있다. 최근엔 사교를 위해 찾는 회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베이징에서 라운드 비용은 600~800위안(10만~14만원)정도지만 모두 회원제이고 입회비는 10만~170만위안(1700만~3억원)에 이른다. 총 216홀을 보유한 광둥성 센첸의 미션힐스는 회원권 가격이 28만8000위안~188만 위안(5117만~3억3400만원)에 이른다. 한 개 코스부터 10개 코스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등 이용 조건에 따라 회원권 가격이 달라지는 건 여느 자본주의 시스템을 능가한다. 골프장이 최근 회원수를 제한하자 회원권 가격이 암시장에서 몇 배나 뛰기도 했다. 골프장에 딸린 호텔의 최고급 객실의 하루 숙박비는 3만8888위안(691만원)이다. 골프 회원권이 사교 선물로 활용되거나 신분 과시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다.

중국의 최고 코스는 상하이에 있는 시샨골프클럽이다. 2006년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누르고 우승한 HSBC챔피언스 대회가 해마다 열리는 곳이다. 이곳 그린피는 2500위안(45만원)에 달하지만 돈이 있어도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무나 라운드 할 수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베이징의 가장 고급스러운 골프장인 파인밸리인터내셔널의 회원에 가입하려면 146만위안(2억6000만원)이 필요하다. 화이트화우스라는 이름이 붙은 백악관을 닮은 클럽하우스 스위트룸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묵기도 했다. 베이징임업대학의 창지휘 연구원은 중국에서 골프 회원권을 가진 골퍼를 60만명으로 추산한다. 그는 골프 회원권 보유자 수가 해마다 20%씩 늘고 있다고 본다. 중국골프협회에서는 중국 골프 인구를 광범위하게 500만명으로 잡고 있다(이 숫자는 과장돼 보인다).

어떤 지역에 골퍼들이 많이 거주할까? 중국 부자들을 연구하는 매체인 후룬(胡潤)리포트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에 백만장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으며, 그 뒤로 광둥성, 상하이시로 나타났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비싼 회원제 코스가 밀집해 있다. 중국에서 1000만 위안이 넘는 재산을 가진 자산가들은 약 96만명이며 1억 위안 이상을 가진 이는 6만명에 이른다. 10년 전만 해도 성공한 사업가나 골프를 했는데 요즘은 화이트컬러 계층이 골프에 관심을 가지며 월 소득 1만 위안 이상이면 골프 회원권 구입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중국의 13억4000만 인구 중에 골프 인구 비율은 극소수지만 숫자로 치면 요즘 골프시장에서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골프 다이제스트> 중국판은 ‘중국의 100대 코스’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100대 코스를 발표하는 행사를 베이징의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면서 중국 100대 코스 관계자들을 초청하는 행사도 열었다. 이 이벤트를 전액 후원한 건 독일의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였다. 이밖에도 중국에서 열리는 엄청난 상금의 골프 대회는 HSBC은행, 볼보자동차, BMW, 오메가 등 글로벌 브랜드가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치며 협찬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거금을 들여 해외 유명 선수들을 초청하는 대회도 열고 있다. 홍콩의 부동산업체 수이온랜드는 10월 10일부터 일주일간 로리 매킬로이, 리 웨스트우드, 이안 폴터를 초청하고 중국의 장란웨이, 량웬충과 함께 상하이에서 마카오까지 중국의 7개 도시, 8개 코스를 돌며 대결하는 이벤트 대회 수이온랜드골프챌린지를 열었다. 각 코스마다 2홀 또는 3홀씩 맞붙는 이벤트로 선수들은 각 코스에서 프로암 경기와 아마추어 골퍼를 대상으로 레슨도 진행했다.

10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레이크말라렌마스터스는 단순 이벤트 대회였지만 세계 랭킹 선두권인 로리 매킬로이, 리 웨스트우드, 헌터 매이헌 등이 출전했다. 이 대회를 주최한 중국의 부동산 재벌 젠스는 출전 선수는 기껏 30명이었지만 총상금으로 500만 달러를 내걸었다. 우승자 매킬로이는 200만 달러를 벌었다. 젠스는 선수 초청료만으로 200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회는 총상금을 800만 달러 이상 올리겠다고 밝혀 세계 골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의 총상금도 750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



거액 들여 세계적인 선수 초청사회주의 국가이자 농업 인구가 다수인 중국 내부에서 아편처럼 파급력이 빠른 골프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있다. 자본주의의 대표 레저인 골프가 빈부 격차와 사회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년 전에는 베이징대학교 캠퍼스에 연습장을 설치하려 했지만 “엘리트주의를 부추긴다”는 비난에 무산되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빈부 격차뿐만 아니라 골프장 운영으로 생기는 막대한 물 소비도 문제다. 18홀 코스는 30만~40만㎡의 잔디 면적에 한 해에 15만~20만톤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 ㎡당 반 톤의 물을 쓰고 있기 때문에 사막화가 진행중인 중국으로서는 골프장 건설을 마냥 바라볼 수 없는 노릇이다.

2004년 중국 국무원은 ‘골프장 신규 건설 중단 관련 통지’를 내려 중국 내 코스 건설을 전면 금지했다. ‘농토를 없애고 골프 코스를 만드는 것은 사회 체제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금지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7년간 코스 신설은 그에 아랑곳 않고 늘었다. 총 170곳에서 600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2004년 이후 골프장들은 지방정부로부터 체육공원이나 생태원, 휴양원 등으로 허가 받아 편법으로 골프장 영업을 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하이난다오(海南島)에만 예외적으로 ‘하와이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관광지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코스 건설을 허용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공식 허가를 받은 하이난에는 현재 25개의 코스가 있으며 최대 300개까지 들어설 전망이다. 11월에 월드컵을 개최한 하이난의 하이커우 미션힐스는 미국 맨해튼의 1.5배가 되는 지역에 20개의 코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그 옛날 아편은 잠자던 중국을 서구 제국주의와의 전쟁 소용돌이에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금의 ‘녹색 아편’은 중국 주도로 세계 레저 판도를 급속도로 바꿔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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