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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승자와 패자

2011년 승자와 패자


다사다난하고 혼란스럽고 짜릿하고 무시무시하고 파멸적인 잠재력을 지닌 그리고 가끔씩 승리를 안겨줬던 해에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2011년을 어떻게 평하든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환희의 비상과 비참한 추락, 질주하는 영웅과 코웃음치는 섬뜩한 악당의 한 해였다. 영국 왕실 커플은 동화 같은 결혼식을 치렀다(32쪽).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불륜은 공개 망신을 당해 마땅했다. 지상 최고의 악당은 다부진 체격의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Navy SEAL) 요원들로부터 얼굴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

물론 달콤한 정의의 승리와 버킹엄궁에서 춤추는 왕자비가 전부는 아니었다. 깊은 불확실성, 결말 없는 혁명의 한 해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제 불평등과 싸우고(40쪽) 무자비한 독재를 타도하고 변화를 요구했다(26쪽). 미국 의회는 정부를 폐쇄 직전까지 몰고 갔으며 몇 개월 뒤 또 그랬다. 미국이 완전히 붕괴되기 직전의 상태일지 모른다는 약하지만 집요한 느낌이 12개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진이 완전히 빠지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유럽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안간힘을 쓴 덕분에 아직 갈라서지는 않았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발을 뺐으며 리비아 사태를 뒤에서 이끌었고 지금은 중동지역이 멀고 먼 평화를 향해 힘겹게 나아가는 모습을 희망 섞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미국에선 리얼리티 쇼 같은 예비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러 진짜 공화당 대선 후보를 확정하기 직전에 있다.

근래 들어 해마다 그랬듯이 2011년은 나쁜 남자들의 해이기도 했다. 2010년 타이거 우즈와 관계를 맺은 레이첼 우치텔을 변론해 그의 몰락을 이끌었던 스캔들 전문 변호사 글로리아 알레드가 전성기를 맞았다. 우즈를 필두로 앤서니 위너 하원의원(38쪽), 허먼 케인 대선 후보, 배우 찰리 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의 추문이 잇따랐다. 그런데 2012년에는 제발 정치인들이 휴대폰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찍는 짓을 그만둘 수 없을까?

어쩌면 2011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최대 승자는 24세의 숫총각일지 모른다. 프로 미식축구팀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팀 티보는 팀의 잇따른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지금은 미국 전역의 십대들이 그를 따라 기도하는 자세로 한쪽 무릎을 꿇는 ‘티보잉(Tebowing)’을 한다. 반면 그들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따라 하는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모두가 티보를 좋아하는 만큼 의회를 싫어한다는 증거다).

모두 함께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의 승자를 축하하고 패자에게 야유를 보내자. 그리고 환영한다, 2012년! 빨리 와줘서 정말 다행이다.



2011 승자들



윌리엄과 케이트 부부

대사를 틀리거나(flub a line) 드레스 자락을 밟는 실수를 저지르기 십상이었지만 이 영국 왕자 커플은 4월 19일 20억 명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서도 완벽하게 결혼식을 치러냈다. 왕자비의 드레스는 눈부셨으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윌리엄의 속삭임은 세상의 모든 소녀가 꿈꾸는 말이었다. 그 뒤로 그들은 신혼의 단꿈(newlywed bliss)을 상징하는 커플이 됐으며 영국왕실의 마법을 되찾아줬다.



앙겔라 메르켈

한 여자가 유럽을 구할 수 있을까? 유럽대륙의 경제와 존재의 위기 한복판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해의 원더 우먼이 되려 애썼다.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협약(debt deals)을 막판에 이끌어내고 붕괴의 위협을 연거푸 막아냈다. 가슴 떨리는 줄타기(balancing act)였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회복으로 가는 먼 길에서 “인내”를 요구했다.



스타의 자손들

족벌주의(nepotism)로 부르든 운명으로 부르든 상관 없다. 올해는 유명인들의 자녀가 부모의 그늘 속에서 뛰쳐나와 자력으로 각광 받은 해였다. NBC의 첼시 클린턴과 제나 부시 헤이거(조지 부시 딸), MSNBC의 메건 매케인(존 매케인 상원의원 딸) 등 TV 뉴스에 그런 엄친딸이 많다. 한편 영화배우 미아 패로가 전 남편 우디 앨런 감독 사이에서 얻은 엄친아 로넌 패로는 로즈 장학금(a Rhodes scholarship)을 받았다.



네이비씰 팀(ST) 6

군인인형 GI 조는 한물갔다. 미국의 새로운 수퍼맨은 해군 특수부대의 이 정예요원들(elite Navy squad)이다. 이들은 지난 봄 파키스탄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급습하는 작전을 거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수행해 그를 제거했다. 미국인들이 힘과 배짱을 아쉬워하던 시점에 ST6는 진정한 영웅을, 그리고 벙커에 은신한 그 알카에다 주동자를 잡으려는 10년에 걸친 노력에 승리의 피날레를 안겨줬다.



팀 티보

미국 미식축구리그(NFL)는 지난 가을 덴버 브롱코스 팀의 기적을 만드는 쿼터백 덕분에 예수에게 다가갔다(came to Jesus). 터치다운 뒤 한쪽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듯한 자세가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a full-blown phenomenon). 호사가들은 그 노골적인 복음주의자의 정계 진출을 예상한다. 덴버 팬들은 그저 극적인 승리를 더 많이 올리기만을 바랄듯 싶다.



[ 승자의 한마디 ]9·11 테러 이후 거의 10년 만에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뒤

한 네이비씰 요원:



“하느님과 나라를 위해

제로니모, 제로니모, 제로니모
(Geronimo, ‘해냈다’는 뜻).”

얼마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그를 해치웠다(We got him).”



2011 승자들



점령

지난 가을 미국 좌파가 마침내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found its voice). 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높은 실업률과 월스트리트가 누리는 특혜에 분노를 터뜨렸다. 완벽하게 조리 있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정치인들이 오늘날 미국에 존재하는 현격한 빈부격차(wealth disparities)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기간 중 점령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모르몬교

올해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에 최고의 해(a banner year)였다. 모르몬경(The Book of Mormon)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공화당 대선 예비선거 후보 중 그래도 정신이 제대로인 사람이 미트 롬니와 존 헌츠먼 단 둘뿐인데 모두 모르몬 교도다. 갑자기 노출이 많이 돼도 문제가 있지만 그들은 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관심을 선교의 기회로 삼았다.



중국

2011년 대부분의 나라가 혼란과 마이너스 성장(contractions)을 겪은 반면 중국은 10년 연속 두 자리 수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군사력을 과시하고(flexed its military muscle) 국제 문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이는 그 세계 강대국에는 부상의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의 타이거 맘(스파르타식 교육을 하는 엄마)들이 우리에게 겁을 주고 미국은 중국에 진 빚이 산더미 같다.



중성미자

최근까지는 거의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작은 소립자였다. 지난 9월 빛의 속도보다 빨리 이동하는 중성미자(neutrinos)를 발견했다고 일단의 물리학자들이 발표했다(0.0025% 빠르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알고 있던 물리학 지식이 상당부분 완전히 뒤집어진다(be completely upended). 이들 작은 점들이 우리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시리

모르는 게 (거의) 없는 이 개인 비서(all-knowing personal assistant) 프로그램 덕분에 애플의 아이폰 4S가 역대 모델 중 가장 판매증가율이 높은 제품이 됐다. 덕분에 스티브 잡스 사후에도 애플의 영업실적은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물론 시리의 답변이 항상 맞지는 않는다(지난 가을 낙태찬성론자들의 질문에 터무니 없이 틀린 대답을 했다). 하지만 이 초대형 히트작 휴대전화 모델이 내는 목소리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기술적인 경이다.



[등외 승자들]3억 달러 가까운 흥행수입을 올린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Bridesmaids)’의 코미디 전문 배우들 덕분에 유머러스한 여자들의 주가가 높아졌다. 케이블 뉴스 토론은 가두시위와 마찬가지로 2011년 정치 무대의 감초가 됐으며 공화당 대선후보 미트 롬니와 릭 페리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겨줬다. 그리고 세 번째 승자는 남편 루퍼트 머독을 지키려고 강스파이크를 날린 웬디 머독이다.



2011 패자들



1%

미국에서 부자로 지내기에 아주 힘든 한 해였다. 상위 1% 소득자가 미국 전체 부의 40%를 차지하니 나머지 99%가 열 받을 만하다. 헤지펀드 운영자 라지 라자라트남이 초대형 내부자거래 스캔들(insider-trading scandal)로 몰락했다. 잘난 척하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점령’ 시위대를 보며 샴페인을 마시는 모습도 미국 ‘살찐 고양이들’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트위터

일단의 실력자들이 스스로 인터넷의 혜택을 누릴 자격이 없음을 증명한 해였다. 앤서니 위너 하원의원은 자신의 아랫도리 사진을 실수로 트위터에 올렸다가 의원직을 잃었다. 호색한 애시턴 커처는 한 코치의 성폭행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조 패터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미식축구팀 감독을 지지하는 트위터를 올렸다가 큰 봉변을 당했다. 찰리 쉰은 자신이 할리우드의 악동(buffoon)임을 또 다시 증명했다.



존 코진

자신의 자산 관리자(financial manager)가 의회 청문회에 나가 이런 말을 하는 건 누구나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돈이 어디로 갔는지 정말 모르겠다.” 뉴저지 주지사 자리에서 밀려난 뒤 MF 글로벌의 CEO로도 실패한 코진은 고객이 맡긴 돈 12억 달러가 MF 글로벌의 계좌에서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해명하지 못해 월스트리트의 또 다른 악당이 됐다.



그루폰

앤드루 메이슨의 이 온라인 쿠폰 사이트를 둘러싼 기대에 찬 온갖 소문이 지난 가을 또 다른 첨단기술 거품을 키웠다. 계속 미루던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후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이 소셜 커머스 사이트의 주가가 창고정리 수준(bargain-basement levels)으로 떨어진 건 어쩌면 회사의 성격과 너무도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알뜰 소비자(thrifty shoppers)들은 무료 생활정보지를 계속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



미국 프로농구

리그의 수입분배 방식을 둘러싼 협상이 가을까지 계속 늦춰지면서 프로농구 시즌이 크게 단축됐다. 5개월에 걸쳐 소모적인 투쟁이 지속되는 동안 노조가 해체되고 반독점 소송(antitrust suit)이 제기되고 철야회담이 교착상태로 끝나곤 했다. 마침내 협상을 타결하고 보니 그동안의 노고는 엄청난 시간낭비이자 팬들에 대한 모욕(a bird-flip)에 지나지 않았다.



[ 패자의 한마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연방정부 축소계획을 밝히려다가

지도자 자질만 의심받게 됐다.



“내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정부 부처 세 곳을 폐지할 계획입니다.

상무부, 교육부, 그리고

세 번째가 뭐더라? 가만 있자.

내가 없애려는 세 번째 정부기관은

교육부, 상무부 … 그러니까. 생각이 잘 ….

죄송합니다. 에구.”



2011 패자들



등외 패자들 NBA 마이애미 히트의 스타 르브론 제임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돈과 명예를 좇아 소속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헌신짝처럼 버렸지만 약체 댈라스 매버릭스에게 참패하며 시즌을 마감하는 굴욕을 당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어처구니 없는 혼외정사 사건은 앤서니 위너의 트위터 사진 스캔들에 다시 묻혔다. 끝으로 ‘화성은 엄마가 필요해(Mars Needs Moms)’. 그 붉은(red) 행성을 다룬 탓인지 결국 1억50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그 4분의 1을 벌어들이는 적자(in the red)를 기록했다.



그리스

이 유럽의 경제파탄 국가(basket case)가 거의 1년 내내 벼랑 끝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시장은 숨 죽이고 지켜봤다. 거기에 폭동, 총파업, 국유지의 폭탄세일(fire sale), 프랑스 칸에서 총리가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는 대망신까지 당했다. 한때 위대한 문명을 이뤘던 이 나라가 EU의 문밖을 맴도는 부랑자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 의회

미국 의회가 올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정부의 기능이 정지되지만 않게 한다면 대단한 성공(a major accomplishment)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한 해였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다. 의회 지지율이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닉슨, 걸프만 석유유출 사건 때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보다 낮은 사상 최저 수준인 13%다. 미움을 사는 현 의원들의 다음 선거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글리’

온갖 장치와 외부 스타들을 한없이 동원해도 이 고등학교 음악 드라마의 팬들을 붙잡아두지 못했다. 한때 인기가도를 달렸지만 이번 시즌 시청자가 25% 가까이 떠나고 드라마에 기초한 3D 영화(the 3-D–movie spinoff)가 흥행에 실패하고 음악 판매는 급감했다. 소문에 따르면 출연진이 책임 프로듀서 라이언 머피를 “미워하게” 되면서 이 왕년의 인기 프로그램이 대실패작으로 전락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대의 미치광이 성형수술 애호가(plastic-surgery aficionado)가 2011년 한 해 사이 무자비한 독재자에서 관광객의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34년에 걸친 독재 끝에 혁명이 일어나 그를 타도한 결과다. 저항군들은 전국 각지를 수색한 끝에 카다피를 찾아내 살해했다. 그뒤 몸에 총알 구멍이 난 그의 시체를 쇼핑 센터 냉장고에 보관해 군중들이 카다피 정권의 종말을 기뻐하도록 했다.



미국 의회

미국 의회가 올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정부의 기능이 정지되지만 않게 한다면 대단한 성공(a major accomplishment)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한 해였는지를 말해주는 증거다. 의회 지지율이 워터게이트 스캔들 당시 닉슨, 걸프만 석유유출 사건 때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보다 낮은 사상 최저 수준인 13%다. 미움을 사는 현 의원들의 다음 선거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상황이 더 나빠졌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는 큰 타격을 입은 뒤였다. 소피텔 호텔 청소원 나피사투 디알로의 강간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 스캔들로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를 잃고 성욕에 눈먼 짐승(an oversexed brute)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국내에서의 원대한 정치적 야망에 큰 구멍이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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