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코올 없는 술에 취하다

가고시마 현의 양조회사 고마사양조는 업계 최초로 무알코올 고구마소주 맛 음료 ‘코즈루제로’는 2011년 4월에 내놨다. 그 후 겨우 7개월 만에 10만병 판매를 돌파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나 근무시간에 마실 수 있어 인기다. 고마사양조 생산본부의 나카가와 아츠히로차장은 “고구마소주와 마찬가지로 고구마를 듬뿍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무알코올 맥주가 시장 이끌어고마사양조는 2010년 3월에 코즈루제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거래처나 소비자로부터 “무알코올 소주는 없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아 개발에 착수했다. 3월에 개발을 결정한 다음, 상품화까지 1년이 걸렸다. 고마사양조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떡갈나무통 저장기법의 소주를 판매하는 등 혁신적 제품을 많이 내놓은 회사다.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한 건 맥주 맛 음료다. 2009년 기린맥주가 선보인 맥주 맛 음료 ‘기린프리’가 대표적 상품이다. 그때까지는 알코올 도수가 0.5% 이하인 알코올 음료를 ‘무알코올’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알코올을 완전히 제거한 맥주 맛 음료 개발에 성공한 건 기린이 처음이었다. 기린맥주의 마츠자와 코우이치 사장은 “개발의 계기는 ‘음주운전 박멸’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매 직후부터 소비자의 반응은 기린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했다. 발매 첫 해의 연간 판매목표 63만 상자(1상자에 633㎖ 20병)를 1달 만에 돌파했다. 지금은 가정용으로 600만 상자 넘게 출하하고 있다. 10만개가 넘는 업소에서도 기린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기린 제품은 맥주 맛 음료만이 아닌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010년 12월 발매한 기린프리는 그때까지 맥아의 감칠맛을 내기 위해 사용했던 식물성 섬유를 완전히 배제하고 맥아 100%의 맥아즙을 사용해 보다 맥주다운 맛을 끌어냈다. 기린맥주의 가지와라씨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집이 강해 기린프리를 잘 마시지 않는다”며 “그래서 리뉴얼판 발매를 계기로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물론 맥주 주당들도 흥미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린맥주는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2011년 9월 기린은 처음으로 무알코올 음료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첫 수출 대상지로 결정한 미국 서해안은 자동차 운전자가 특히 많은 곳이다.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고 봤다. 미국의 소형 캔(334㎖)에 굳이 가타카나 표기도 넣어 일본 브랜드라는 것을 알렸다. 일본식당을 비롯해 1000개 업소에 공급하는 게 목표였다. 기린맥주는 발매 2주째에 벌써 200개 업소가 기린프리를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린맥주의 일본 경쟁자들도 추격에 나섰다. 산토리주류, 아사히맥주, 삿포로맥주 등도 잇따라 맥주 맛 음료를 내놨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은 두 자릿수나 성장했다. 특히 산토리의 ‘올 프리’는 2011년 한 해 동안 500만 상자가 넘게 팔린 것으로 보인다.
맥주 맛 음료는 맥주의 독특한 ‘쓴맛’을 중시한다. 그러나 쓴맛을 좋아하지 않는 젊은 여성을 사로잡으려는 무알코올 칵테일도 여럿 나왔다. 아사히맥주가 2010년 9월에 내놓은 ‘더블 제로 칵테일’은 발매 직후부터 인기를 끌었다. 2011년 출하 계획은 벌써 2번이나 상향 조정했다. 처음 목표였던 100만 상자(1상자에 250㎖ 24병)에서 170만 상자까지 판매량이 늘었다.
일반적으로 상품개발은 시장에 정통한 마케팅 전문가가 주도한다. 아사히맥주의 나카다씨는 “이 상품은 칵테일 종류를 연구·개발하는 남성 사원이 술을 마시지 못 하는 아내가 술 마시는 분위기를 맛볼 수 있도록 몰래 만들어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을 사내에서 시음한 결과 평판이 좋아 상품화했다는 것이다. 인기 배경에는 ‘아내를 미소 짓게 하고 싶다’라는 개인적인 동기가 있었다.
더블 제로 칵테일을 구입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처음부터 맥주나 기타 알코올 음료의 대체품이 아니라 맛있고 칼로리가 낮은 새로운 음료로 마시고 있다.
관련 회사들은 이자카야에서 내놓는 단맛의 무알코올 칵테일과는 다른 맛을 각인시키기 위해 업소용 상품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아사히의 무알코올 칵테일은 1만5000에 가까운 업소에 파고들었다. 산토리도 2011년 10월 초순부터 무알코올 맛의 ‘무알코올 기분’을 내놓고 순항하고 있다. 발매 직후 일제히 출하한 수량이 처음 예정의 2배에 이르는 50만 상자(1상자에 250㎖ 24병)였다. 산토리도 전국 3000 업소 규모로 시음회를 시작하고 있어 이 시장 역시 활성화되고 있다.
무알코올 매실주도 인기다. 2011년 3월 쵸야우메슈는 스테디셀러인 매실주 소다 ‘우멧슈’의 무알코올판을 내놨다. 11월 22일에는 산토리도 ‘정말 매실주 같은 무알코올’을 선보였다. 기슈 산 매실주에서 추출한 ‘농축 매실 엑기스’를 사용해 알코올은 없지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 담근 맛을 실현했다고 한다.
와인에도 무알코올 바람무알코올 음료 붐은 와인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샤토 가츠누마’는 포도와 와인의 거리인 야마나시현 가츠누마에서 133년 전인 1877년부터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다. 샤토 가츠누마의 이마무라 히데카 전무이사는 대대로 와인을 만들어온 이 회사에서 “자동차 운전이나 병, 임신, 수유(授乳) 등의 이유로 술을 마실 수 없는 사람에게도 와인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알코올 ‘와인 맛’ 음료 ‘가츠누마 그레이프’를 발매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에 ‘루주(빨강)’를 상품화하고 2012년 2월에는 ‘블랑(하양)’을 발매,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이런 업계의 움직임에 대기업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기린홀딩스 산하의 일본 최대 와인 생산자인 메르샹에서도 2011년 11월 30일 무알코올 와인 ‘메르샹프리 스파클링’을 내놨다. ‘기린프리’ 개발팀의 조언을 받아 2년 넘는 시간을 들여 만들었다. 메르샹의 마케팅 매니저 나루세 카즈요시씨는 “가장 중시했던 건 와인다운 향 성분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포도 주스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감귤의 향을 더한 특수한 포도 과즙을 개발했다. 코끝의 향만이 아니라 와인과 마찬가지로 입안에서 변화하는 향을 비강(鼻腔)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도 거듭했다. 판매 목표는 1만 상자(1상자에 360㎖ 12병)의 예약을 수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벌써 약 5배의 주문이 들어왔다. 메르샹 측에 따르면 일반 와인 신상품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한다.
번역=권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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