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강원도 태백 함백산 - 장엄한 산세에 드리운 순백의 아름다움
- [Travel] 강원도 태백 함백산 - 장엄한 산세에 드리운 순백의 아름다움

시린 바람을 맞으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겨울 산행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춥고 힘든 길은 도전의 대상이다. 물론 한파가 몰아치는 날 산행을 강행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산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오전 일찍 출발해 해가 떨어지기 전 산행을 마치면 큰 무리가 없다. 특히 국립공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산의 트레일은 잘 정비돼 있다. 최근 들어 겨울 산행이 부쩍 늘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원도 함백산(1572m)은 강원도 태백시 백두대간에 솟아 있다. 서울에서 가려면 꽤 멀지만 하이원리조트가 들어서면서 태백으로 이어지는 국도 38호선이 확장돼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완만한 능선따라 한시간이면 정상무엇보다 산행 들머리까지 접근이 쉽다. 차를 끌고 산행 시작점인 만항재(1330m)까지 갈 수 있다. 만항재는 고갯마루 전망대다. 강원도 해안과 내륙을 가르는 분기점으로 정선과 영월을 두루 내려다 볼 수 있다. 동쪽은 지평선과 수평선이 맞닿아 있다. 만항재 공터에는 간이매점이 있다. 겨울 산행객이 많을 때는 어묵 등 간식을 판다. 한겨울 만항재에는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이 많다. 이런 때 입김을 호호 불어대며 먹는 어묵 꼬치 맛은 일품이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가는 길은 쉬운 겨울 산행 중 하나다. 산등성이를 따라가기 때문에 길이 완만하고 거리가 짧다. 1시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겨울 주말이면 만항재에 주차된 전세버스가 100여 대가 넘을 때가 많다. 트레커들이 많을 때는 주말 점심 시간대다. 대개 전세버스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는 시간이 오전 10시 이후다. 이때부터 산행객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중이라면 훨씬 좋은 산행이 될 것 같다.
함백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산세는 장엄하다. 북으로는 은대봉·금대봉 더 나아가 오대산·설악산 등 백두대간으로 뻗어나간다. 남으로는 태백산과 선을 잇는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함백산을 찾는 이가 많지 않았다. 새해를 맞는 산으로 태백산을 많이 찾았다. 십여 년 전 취재를 위해 함백산에 갔을 때 순백의 자연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 짜릿한 경험이었지만 위험에 빠질 뻔했다.
폭설이 내린 이튿날, 함백산 백두대간 마루금은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직 러셀(깊은 눈을 헤치며 길을 내는 것)을 하지 않은 ‘처녀지’와 같은 순백의 눈이었다. 사진기자 등 일행과 함께 번갈아가며 러셀을 해서 함백산 정상에 닿았다. 눈이 다져진 상태에서는 1시간이면 족할 거리를 서너 시간을 걸어 도착했다. 고행의 연속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허리까지 차는 눈길을 헤치며 가는 것은 분명 설레는 일이다. 숨이 턱턱 막히고 장단지가 뻐근하고 배가 고파도 달갑다. 사실 러셀이 안 된 길을 걷는 것은 위험하다. 당시 함백산 산행은 취재를 위해 여럿이 함께했기 때문에 번갈아가며 러셀을 할 수 있었다. 보통 겨울 산행은 반드시 러셀이 된 길을 걷는 게 좋다. 국립공원에 나 있는 트레일은 물론 국유림에 있는 길은 눈이 오자마자 담당 직원들이 러셀을 한다.

스님이 만든 청국장 일품함백산 바람은 거세기로 유명하다. 겨울 내내 부는 건 아니지만 시베리아에서나 불 것 같은 대찬 바람을 맞을 때가 있다. 이런 때는 ‘볼을 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아무리 기능 좋은 방풍 재킷도 이런 칼바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정상에 오래 머무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정상에 다다르면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게 마련인데, 칼바람이 불어 체온이 떨어진 상태에서 김밥이나 떡 등의 간식을 먹으면 체하기 쉽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30~40분 더 가면 중함백산(1505m)이다. 함백산과 중함백 사이 안부에 주목군락지가 있다. 대개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중함백에서 2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내려오면 하이원리조트로 가는 도로가 나온다. 길을 따라 10여 분 내려가면 정암사 입구다. 전세버스가 산행을 마친 여행객을 맞이하는 지점이다.
정암사는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보물 410호인 수마노탑 등 유물이 있다. 주말에는 산행객으로 북적이지만 이른 오전이나 평일 시간대에는 고요하다. 사찰은 장엄한 함백산 산세에 있다. 덕분에 가람에 들어서면 푸근함을 느낀다. 겨울에는 정암사 스님들이 직접 만든 청국장을 팔기도 한다.
자동차를 만항재에 놓고 왔다면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가 좋다. 함백산이나 주목군락지 정도에서 되돌아가면 된다. 정암사로 내려왔다면 태백시 택시를 불러 올라가는 방법밖에 없다. 정암사 아래 이름난 음식점이 꽤 있다. 닭백숙 산채정식 등의 음식을 내놓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정청래, 민주당 신임 당대표에…"내란세력 뿌리 뽑아야"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월드컵 중요"…손흥민 마음 속 새 팀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진성준 "코스피 안 망한다"…'대주주 기준 상향' 반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IPO 실패시 회수 어떻게?…구다이글로벌 CB 투자 딜레마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구독하면 200만원 주식 선물', 팜이데일리 8월 행사 시작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