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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대 그룹 승부수] 한진그룹 - 무리한 성장 대신 내실 다진다

[2012 10대 그룹 승부수] 한진그룹 - 무리한 성장 대신 내실 다진다

2011년 국내 항공업계의 최대 화두는 대한항공이 도입한 최첨단 여객수송기 A380이었다.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의 대당 가격은 4100억원, 크기는 축구장만하다. 일반석 간격을 기존 기종보다 7㎝ 넓히고 2층은 모두 비즈니스석으로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일부에서 ‘대한항공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5대의 항공기를 도입했는 데 그중 5대가 A380이었다. 총 투자금액은 2조4749억원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2011년 예상 현금창출능력인 1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막대한 돈을 투입해 도입한 A380이 실패하면 회사의 재무구조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6월 취항한 A380의 성적은 합격점이다. 2011년 6월부터 12월까지 40만8000명을 태웠다. 경기도 시흥시 인구(40만7090명) 보다 많다. 특히 A380 취항 이후 뉴욕·LA노선의 비즈니스 승객이 2010년 같은 기간보다 41% 늘어난 2만7636명에 달했다. 이를 발판으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조1106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보다 약 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으로 여객수송량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실적이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2012년 공격적인 경영과 투자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은 빗나갔다. 조양호(63)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변화의 바람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혁신을 통해 성장의 질적 개선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성장보단 기업의 체질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세계경제 불투명, 항공수요 감소 전망조 회장이 이런 결단을 내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국내 항공업계는 예상보다 높은 유가와 환율 때문에 기대치를 밑도는 수익을 냈다. 대한항공 역시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10년의 절반 수준인 5795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유로존 등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도 항공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무턱대고 공격경영을 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쉽다. 더구나 국내 대형 항공사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저가항공사와 경쟁해야 한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저가항공사가 낮은 운임을 무기로 한국의 국제선 단거리 노선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국내 대형 항공사의 수익은 단거리 노선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저가항공사의 도약은 대형 항공사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저가항공사 진에어를 보유하고 있지만 저가영업에만 힘을 쏟을 처지가 아니다”며 “이는 대한항공 스스로 저가항공사가 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화물사업 분야에서도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홍콩 항공사 케세이퍼시픽은 2010년 항공화물처리량 부문에서 대한항공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이 부문에서 2004년 이후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의 내수·무역구조를 감안할 때 케세이퍼시픽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케세이퍼시픽은 지난해 에어차이나의 화물수송 자회사(에어차이나카고)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중국 내 항공 관련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케세이퍼시픽을 추월하기는 현재로선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신민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화물운송 분야에서 2010년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며 “올해 1분기 플러스 전환이 기대되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양적 성장에도 ‘체질개선’을 주문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다양한 위기극복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베트남 다낭 등 장거리 신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거리 노선은 단거리 노선에 비해 승객밀도가 높아 대형 항공기가 필요하다. A380과 같은 초대형 항공기가 많은 대한항공에는 기회다. 화물운송 분야에서는 서비스의 경쟁력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시장을 노리고 있다. 2010년에는 의약품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최신 특수 컨테이너를 도입해 ‘의약품 운송 전문 상품 시장(Variation Pharma)’을 개척했다. 올해는 송유관·동물(악어·희귀어류 등)·핵연료 등 또 다른 화물운송시장 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다. 화물운송노선도 개척한다.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크(3월)·스페인 사라고사(7월) 노선을 새로 만든 대한항공은 올해 페루와 브라질 상파울루에 화물기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선 물류업체 한진과의 연계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진의 트럭킹·여객선 사업을 대한항공의 화물운송에 좀 더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2012년 목표 ‘흑자전환’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1위 해운업체 한진해운의 2012년 전략과 미래도 관전 포인트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3분기 13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적자로 누적 영업손실규모는 3000억원을 넘어섰다. 4분기 영업손실은 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1년 3분기 컨테이너부문의 수송량이 전년 동기비 12% 늘었는데도 운임약세와 유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재무구조마저 악화했다는 점이다. 회사 부채비율은 422%, 차입금 의존도는 69%이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30일 한진해운의 기업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한진해운의 올해 목표는 비용절감·수익성 제고전략을 통한 ‘흑자전환’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남미를 잇는 ‘남북항로’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와 미주·구주를 잇는 ‘동서항로’에 편중됐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남북항로 개척은 한진해운이 안정적 실적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선박 대형화도 추진한다. 2010년 국적 선사로는 최초로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개)급 컨테이너선 시대를 연 이 회사는 지난해 1만 TEU급(4척)·8600 TEU급(4척)의 선박을 인도받았다. 올해는 1만3000TEU급 선박을 추가 인수해 선박 대형화 흐름에 대처할 계획이다.

조양호 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2012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합된 힘을 발휘해 차별화된 발전모델을 창출하자”고 주문했다. 발전모델의 기본방향은 수익성 있는 성장, 다시 말해 ‘내실 다지기’다. 2012년 한진그룹의 핵심전략이다.



이윤찬 이코노미스트 기자 chan487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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