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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대 그룹 승부수] 한화그룹 - ‘미래의 오너’까지 태양광 사업에 투입

[2012 10대 그룹 승부수] 한화그룹 - ‘미래의 오너’까지 태양광 사업에 투입

지난해 말 한화그룹의 김승연(60) 회장은 깜짝 발표를 했다. 장남인 김동관(29) 그룹 회장실 차장을 전체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인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2010년 1월에 입사한 김동관 실장은 지금까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 관련 보고를 받고 투자 결정에도 관여해왔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뜻밖의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외에서 태양광 사업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태양광 사업의 중심지인 유럽이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는데다 중국에서도 공급 과잉 후유증을 앓고 있어서다. 한화솔라원은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웨이퍼와 모듈의 가격이 급락해 지난해 3분기까지 5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회장이 인사를 한 건 현장에서 직접 경영 경험을 쌓고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뜻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의 한 임원은 김동관 실장의 인사를 보고 “사자가 자기 새끼를 절벽에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 다. 김승연 회장도 어린 나이에 경영을 맡았다. 선대 회장(김종희) 타계로 가업을 이어받았을 때 나이가 김동관 실장과 똑같은 29세였다. 김 회장은 “한번 고생해 보라”며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김승연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잡은 태양광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태양광 사업이 여의치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위기를 더 큰 기회로 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양광 사업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의 두 축은 제조업과 금융업이다. 둘 다 내수 중심이다.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사업으로 눈을 돌린 건 그런 배경에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던 김 회장은 인수 작업이 불발에 그치자 태양광 사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한화솔라원의 웨이퍼·셀·모듈, 한화솔라에너지의 태양광 발전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창원에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 준공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2010년 1월에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 30MW 규모의 태양전지를 생산·판매하면서 막이 올랐다. 같은 해 8월에 한화케미칼이 모듈 기준 세계 4위 규모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 기반을 다졌다. 그 후 회사 이름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꾸고 현재 400MW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셀 생산 규모는 900MW, 모듈 생산 규모는 1.3GW다. 중국 난퉁경제기술개발지구에 2단계에 걸쳐 2GW 규모의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전담하는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다. 한화솔라에너지는 북미·유럽 등에서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유망 업체의 인수 합병과 지분 투자를 한다. 한화솔라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창원 한화테크엠 공장 지붕에 2.24MW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루프톱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한화솔라에너지가 출범할 무렵 한화케미칼은 연간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해 경기 변동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하반기에 가동을 시작해 2014년부터 연간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면서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모듈-태양광 발전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제조 관련 모든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쏟는 열정이 남다르지만 사업 환경을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업황이 급격히 악화하자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불거졌다. 경기 침체 우려와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 각국이 태양광 보조금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수요가 위축되는데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태양광 모듈기업이 생산능력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태양광 모듈가격이 35~40% 하락했다. 폴리실리콘 가격도 OCI를 비롯한 선두권 기업 정도만 겨우 버틸 수준으로 급락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솔라엔에너지가 지난해 2분기 태양광 업체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 업체 중 가장 큰 태양광 생산 규모를 가지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은 1분기 1억3700만 달러에서 2분기에 7500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대기업이나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버티고 있다. 반면 많은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여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그마저도 인수자가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시장이 다소 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워낙 공급과잉 상태라 재고가 줄어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모듈가격 하락이 불가피해 수익률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폴리실리콘에서부터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당분간 투자가 불가피해 한화그룹으로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시장 회복되면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PVC와 태양광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지금의 태양광 업황은 바닥”이라면서 “사이클 업종의 특성상 가동률 축소와 업계의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업체는 다시 호황을 누리는 만큼 한화에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최규동 한화케미칼 기획부문장은 “지금 태양광 시장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분명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시장이 회복되면 경쟁의 키는 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면서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지분 인수와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태양광 산업이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빛을 잃어가는 태양광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태양광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화가 어둠 속에서 빛을 볼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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