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30대 사장 속속 등장한 KT - 30대 CEO로 ‘이석채 2기’ 체력 보강
[company] 30대 사장 속속 등장한 KT - 30대 CEO로 ‘이석채 2기’ 체력 보강
KT 계열사에 역대 최연소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1월 6일 싸이더스FNH의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한대(34)씨가 주인공이다. 1977년생인 이 내정자는 KT그룹의 미디어전략팀 과장에서 계열사 CEO로 내정되며 ‘초고속 승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입사 2년만에서 사장으로반향은 컸다. KT 내부에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올해로 민영화 10년을 맞이하지만 KT는 여전히 공기업적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혁신적인 인사에 대해 KT 직원들은 “초유의 일이다” “부럽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KT 외부에서도 이번 인사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러 관측이 나온 가운데 “KT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 내정자는 2004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영화 사이트 CJ엔키노와 영화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 컨설팅회사 엔플랫폼 등에서 근무했다. 모두 영화 등 콘텐트 분야 회사들이었다. 이후 2010년 미국의 마샬 MBA를 수료한 뒤 KT에 입사했다. KT에서의 직함은 그룹미디어전략1팀 과장이었다. KT에 입사한지 2년도 되지 않아 계열사 CEO로 발령났다.
일각에서는 이 내정자가 코오롱 이동찬 명예회장의 외손자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지만, KT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KT는 “그룹의 미디어사업 중장기 전략 수립과 제휴협력에 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CEO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KT의 영화와 콘텐트 전문 계열사인 싸이더스FNH를 이끌게 된다.
싸이더스FNH의 현재 상황이 호락호락한 편은 아니다. 싸이더스FNH는 1995년 우노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영화 투자배급사다. 영화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등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다. KT가 인수한 것은 2005년이다. KT는 현재 싸이더스FNH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KT가 인수한 이후 영화 ‘국경의 남쪽’ ‘천하장사 마돈나’ ‘용의주도 미스신’ ‘부산’ 등에 투자·배급했지만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2006년 6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타짜’ 정도가 그나마 흥행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매출액 45억원에 영업손실 55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도 나빴다. 2010년에는 매출액 195억원에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하며 회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회사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직원은 8명이다.
영화계 일각에서 한때 KT가 싸이더스FNH를 정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영상황이 여의치 않아 KT가 영화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KT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지만 30대 젊은 CEO를 전진 배치해 혁신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싸이더스FNH는 앞으로 이 내정자를 주축으로 ‘타짜 리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내정자는 “한국영화의 감동을 한류라는 트렌드와 함께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이와 함께 KT그룹이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1월 중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정식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KT는 이 내정자의 인사 소식을 전하면서 ‘KT그룹의 30대 CEO 시대’를 유독 강조했다. 최근 KT 계열사에 30대 CEO들이 속속 탄생했다. 김길연(36) 엔써즈 대표도 그 중 하나다. 1976년생인 김 대표는 2007년 엔써즈를 창업했다. 엔써즈는 동영상 검색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이다. 동영상을 DNA(동영상을 초당 4장의 사진으로 쪼개 만든 영상 검색 단위)로 분석해 검색에 활용하는 기술을 갖췄다. 저작권법을 위반한 동영상을 찾는데도 활용된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업체들이 엔써즈의 동영상 검색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써즈가 KT 계열사로 편입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KT는 엔써즈의 회사 가치를 450억원으로 평가했다. 열악한 국내 벤처 생태계를 고려했을 때 꽤 큰 금액이었다. 공개된 금액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국내 벤처기업 최고 매각가는 2006년 ‘첫눈’의 350억원이었다. 물론 KT가 450억원을 전부 투자한 것은 아니다. KT는 엔써즈의 지분 약 40%를 200억원에 확보했다. 하지만 엔써즈의 기업가치를 국내 벤처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한 것은 인상적이다. 그만큼 KT가 젊은 조직, 기술력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KT는 엔써즈의 경영에 일체 간섭을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대기업과 벤처 간 상생의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초 KT 계열사로 편입된 넥스알도 비슷한 경우다. 넥스알을 창업한 한재선 대표 역시 만 39세다. 넥스알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술인 ‘하둡’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2007년 설립됐으며 KT는 자사의 클라우드 기술을 위해 넥스알을 인수했다. KT의 또 다른 계열사인 KT뮤직 역시 만 39세인 김민욱 대표가 이끌고 있는 곳이다. KT뮤직은 음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다. 최근 한국형 아이튠즈로 일컬어지는 ‘지니’라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주목 받고 있다. 지니는 획일화된 국내 음원시장의 과금 체계를 허물고 아이튠즈 방식으로 음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석채 회장 “콘텐트 투자 확대”30대 과장급 직원을 계열사 CEO로 내정하고 벤처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한 것은 이석채 KT 회장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2009년 취임 이후 콘텐트 등 플랫폼 분야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사업만으로는 지속성장이 어렵다”며 “미래를 대비해 클라우드 컴퓨팅과 앱스토어 등 콘텐트와 서비스 확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화된 통신시장을 탈피해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히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지난해 10월 플랫폼 부문을 분사해 SK플래닛을 설립했다는 점에서 KT도 비슷한 길을 걷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젊음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을 인수하고, 기존 계열사에 ‘젊은 피’를 수혈해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그동안 노회한 이미지가 강했던 KT의 색깔도 바꿔나가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실제로 KT는 현장직원 평균연령이 40세를 훌쩍 뛰어넘는 등 상대적으로 직원들의 연령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분기별로 명예퇴직 지원을 받는 등 체질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KT가 30대 CEO를 내정한 것은 상징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KT 관계자는 “30대 CEO가 회사를 이끄는 것은 KT그룹 내 젊고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현재 이석채 회장의 2기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KT CEO 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됐다. KT는 1분기 중으로 주주총회를 열고 이 회장의 연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 회장의 연임은 확정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 회장이 2기 체제에서 어떤 청사진을 제시할지 통신업계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대 CEO를 강조하는 최근의 KT 행보도 그 청사진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T는 이르면 1월 중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새로운 조직구조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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