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대한 진실과 오해
오바마에 대한 진실과 오해
ANDREW SULLIVAN좌·우, 중도를 막론하고 비난이 쏟아진다. 민주당은 자신의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실망한다. 무소속파(independents)는 그보다 더 틀어졌다(soured). 공화당은 종말론적인 열정으로 격분을 토한다(Republicans have worked themselves up into an apocalyptic fervor). 하지만 사실 희한한 일은 아니다.
첫 임기의 마지막 해를 맞은 대통령은 늘 야당에게, 동시에 너무도 자주 혈기왕성한 자신의 당원들에게 가차없는 공격을 당한다. 특히 실업률이 지극히 높고 국가부채가 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이면 비판은 더 심해진다. 당연한 일이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는 뭔가 다르다. 성난 우익(the enraged right)과 기죽은 좌익(the demoralized left)이 오바마를 왜 비판하는지 내가 몰라서가 아니다. 다만 오바마의 첫 임기에 대한 그들의 평가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겨냥한
좌·우익의 공격은 한도를 벗어난 정도가 아니다(not out of bounds). 내 개인적 경험으로 보면 완전히 잘못됐다.
잘 가려 듣기 바란다(A caveat). 나는 2007년 초부터 오바마를 뻔뻔스럽게도 지지해 온 열혈팬(unabashed supporter)으로서 이 글을 쓴다. 나는 진보주의자로서가 아니라 보수주의 성향의 무소속파(conservative-minded independent)로서 오바마를 지지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전쟁, 부채, 지출, 고문(torture)에 질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구세주(a messiah)를 기대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이미 내 마음에 구세주가 있는데 더는 필요 없다.
오바마가 내린 결정이 못마땅했던 적도 많다. 단 세 가지만 들자면 볼스-심슨 위원회(Bowles-Simpson debt commission: 클린턴 행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어스킨 볼스와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앨런 심슨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재정책임 개혁위원회)의 부채 해결방안을 거부했고, 최근의 전쟁범죄를 묵인했으며, 의회의 승인 없이 리비아에서 전쟁을 개시한 결정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부시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짐과 그의 명료했던 공약을 고려하면 그 약속이 대부분 지켜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열분을 토하는 우익(unhinged right)과 순수주의에 몰입한 좌익(purist left)은 그런 사실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그들의 단기적인 분노 폭발(short-term outbursts)은 오바마가 장기적인 게임(long game)을 펼친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결과다. 아울러 그들은 내 생각이긴 하지만 오바마의 재선이 그의 2008년 첫 대선만큼 미국의 미래에 중요한 이유도 알지 못한다.
우익은 오바마가 급진 좌파로서(as a radical leftist) 미국을 통치하며 미국식 삶의 ‘근본적인 변화(fundamental transformation)’를 시도했다는 점을 비판의 핵심 논거로 내세운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침체(recession)를 심화시켰으며, 미국을 유럽식 복지국가(European welfare state)로 바꿔 놓으려 했고, 자유기업체제(free enterprise)를 믿지 않았으며, 실물경제(real economy)를 몰랐고, 세계에 미국의 행동을 사과하고 적의 요구를 들어주며 달래려 했다(appease)고 비난한다. 롬니에 따르면 오바마는 미국의 ‘영혼(the soul)’에 치명적인 위협(mortal threat)이며, 나라는커녕 기업도 운영 못할 ‘바지저고리(empty suit)’다.
아니 그런 무능력자라면 도대체 누구에게 위협이 된다는 말일까? 그런 내부적인 모순(internal incoherence)은 접어 두더라도 현실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터무니없는 평가다. 실적이 잘 말해준다. 경제면에서 진상은 이렇다. 오바마 취임 당시 미국은 매달 일자리 약 75만 개를 잃는 상황이었다. 2008년 마지막 분기엔 연간 성장 감소율(annualized drop in growth)이 9%에 육박했다. 1930년대 이래 가장 심각한 하강국면(downturn)이었다. 세계 금융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지 모르는 처지였다. 실업과 부채는 후행지표(lagging indicators: 전체 경기변동보다는 뒤늦게 변화하는 경제지표)이기 때문에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공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다음 12개월 동안의 잔해를 두고 오바마를 탓할 순 없다. 금융위기가 일자리를 무차별 파괴했기 때문이다. 경제는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Economies take time to shift course).
그러나 오바마는 동시에 여러 어려운 일을 해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은행 구제금융(bailout)을 지속했고, 자동차산업의 구제금융을 시작했으며, 무려 7870억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stimulus package)을 통과시켰다.
이 모든 결정은 음미할 가치가 충분하다. 돌이켜보면(in retrospect)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아무도 오바마의 공로를 전적으로 인정하려(give credit for) 들지 않았다. 일자리 급감은 2010년 초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바닥을 치고 멈췄다(bottomed out). 그 이후 일자리는 240만 개가 늘었다. 충분하진 않지만 롬니의 생각보다는 훨씬 낫다. 부시 행정부의 임기 전체에 창출된 순수 일자리 수보다 많다. 2011년에만 민간부문에서 19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고 정부의 일자리는 28만 개가 순수 감소했다. 지난 3년 동안 정부 인력은 2.6%가 줄었다(작은 정부를 외친 레이건 행정부의 초기 감소율도 2.2%에 그쳤다는 사실을 감안해 보라). 현재 공화당이 오바마의 거대정부 사회주의 방식(big-government socialist ways)을 비판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 반대가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우익은 경기부양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시행 첫 해에 실업률을 오바마 정권인수위 경제팀(Obama’s transition economic team)이 예측한 8%로 끌어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업률은 10.2%로 절정에 달했다(peaked). 그러나 그 8%는 오바마 취임 전에 예측된 수치다. 경제가 4% 정도 위축되리라는(shrinking) 전망에 의존했기 때문에 틀렸을 뿐이었다. 실제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9%였다.
그런 통계적 계산착오(정부만이 아니라 민간부문 경제 전문가들도 그렇게 계산했다)를 제거하면 경기부양책은 의도한 목표를 정확히 달성했다. 경제의 자유낙하를 막았다는 뜻이다. 제2의 대공황(the Second Great Depression)으로 이어질 뻔했던 급강하(spiral downward)를 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not an exaggeration).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토론을 들어보면 오바마가 세금을 올렸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이 역시 진실이 아니다. 오바마는 첫 임기 내내 부시의 감세정책을 끝내지 않겠다고(not to sunset the Bush tax cuts) 약속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대다수 미국인의 세금을 적극적으로 내렸다. 경기부양 자금의 3분의 1은 감세에 사용됐다. 납세자 95%가 그 혜택을 입었다. 오바마는 급여세(payroll tax: 급여에 부과되고 고용주가 지불하는 세금)를 내려 그 인하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싸워야 했다. 오바마의 지출 실적(spending record)도 부시보다 훨씬 낫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세금과 지출 정책 때문에 납세자들이 추가로 부담한 금액이 5조7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오바마의 예산에 따르면 두 차례의 임기를 가정할 때 전체 1조4000억 달러가 추가 지출될 전망이다. 부시와 공화당 아래서 국방비를 제외한 재량지출(discretionary spending: 의무지출을 제외한 예산 지출)은 오바마 아래서보다 두 배로 컸다.
여기서 또 다시 부시가 민주당이고 오바마가 공화당인 듯하다. 재정 측면에서 오바마가 부시보다 훨씬 보수적이라고 쉽게 주장할 수 있다. 물론 오바마는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기에 국정을 운영해야 했고, 부시는 2001년의 경기하강 후 비교적 견실한 성장기(a period of moderate growth)에 통치했다는 사실을 논외로 치면 말이다. 성장기에 부채를 늘리려면 부시처럼 쓸데 없는 일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부시가 오바마에게 넘겨준 깊은 침체기에 부채를 억제하려면(to constrain the debt) 훨씬 더 많은 건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보수파가 가장 두려워하는(bugaboo) ‘오바마케어(Obamacare: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법)’도 비판자들의 주장보다 훨씬 온화하다. 의회예산국(CBO)은 오바마케어 덕분에 적자가 오히려 줄어들리라고 예상했다. 반면 부시의 메디케어(Medicare: 고령자 의료보장제) 처방약 혜택은 재원 없이 시행했기 때문에 적자를 키웠다. 오바마케어는 개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individual mandate)한다. 초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과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그리고 과거 미트 롬니도 주장한 개념이었다. 공공 보험(public option)은 없어지고, 제약회사와 보험회사에 수많은 새 고객들을 안겨다 준다. 보험거래(health-insurance exchanges) 부분도 원래 우파가 주장했다. 1993년 클린턴 전 대통령의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건강보험 개혁보다 우파에 속하며, 닉슨의 1974년 제안과 흡사하다. 그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반대 의견을 묵살한 게 아니다. 계속 개정되는 중이다.
오바마케어는 여러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행정부는 추가적인 수정의 여지를 열어두며 각 주정부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다른 방식을 실험하도록 허용했다. 롬니가 주장하듯이 상의하달식 단일 처방(one-model, top-down prescription)이 아니다. 오바마의 교육정책인 ‘정상을 향한 경주(Race to the Top)’처럼 기준을 정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주 정부의 실험을 허용한다. 거기에는 의료지출을 줄이는 비용절감 실험계획도 많이 들어 있다. 물론 오바마케어는 보편적 의료 이용이라는 ‘루비콘강’을 건너 민간 의료로 굳어진다(it crosses the Rubicon of universal access to private health care). 그러나 연방법에 따르면 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를 전부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그 사회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가장 비효율적이다. 현재 4400만 명에 이르는 무임승차자들을 체제 속으로 끌어들여 요금을 지불하게 하는 일은 재정적으로 무모한 게 아니라 신중한 노력이다(is not fiscally reckless; it is fiscally prudent). 한마디로 보수적이다.
이제 외교정책을 보자. 우익의 비판이 가장 터무니없다.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특히 이슬람 국가들에 미국의 행동을 사과한다고 비난한다. 다른 이들은 오바마를 거의 반역과 매국(treason and appeasement)으로 매도한다. 하지만 오바마는 오사마 빈 라덴을 못 본 체한 부시의 정책을 뒤집어 곧바로 추적에 나섰고, 결국 그를 찾아내 사살했다. 그 결단의 순간이 왔을 때 오바마는 국무장관과 부통령의 판단을 누르고(overruled) 가장 위험한 동시에 가장 야심적인 계획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단독으로 헬기 추가 투입을 지시해 실패할 뻔했던 작전을 성공시켰다. 미국 제1의 적을 제거했을 뿐 아니라 알카에다를 더 약화시킬 수 있는 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했다.
만약 부시가 빈 라덴을 사살하고 알카에다 지도부를 제거하고, 대담한 습격으로 알짜배기 정보를 대량으로 확보했다면 그는 지금쯤 러시모어산에 얼굴이 새겨질 정도로 영웅 대접을 받을지 모른다(he’d be on Mount Rushmore by now). 그러나 부시는 엄포만 세고 행동은 역효과를 낳게 한 반면 오바마는 미국의 진짜 적들을 간단히, 조용히, 가차 없이 제거하면서(simply, quietly, relentlessly decimated our real enemies) 효과가 큰 홍보전쟁(propaganda war)을 승리로 이끌었다. 오바마 취임 이래 이슬람권에서 알카에다의 인기는 완전히 추락했다.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부시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처럼 단기 정치적 공격을 삼가고 장기 전략적 이득을 노린다(eschews short-term political hits for long-term strategic advantage). 하나의 이념을 내세워 결과를 불문하고 무력으로 그 뜻을 관철시키려는 사람이 아니라(not asserting an ideology and enforcing it regardless of the consequences by force of arms) 미국의 국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인물의 작품이다. 리비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문제에서 약간 주저하고(hanging back a little) ‘뒤에서 주도하는(leading from behind)’ 식으로 오바마는 세계가 미국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미국의 역할을 고마워하게 만들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비롯된 반미 감정의 해독제(antidote)로서 거의 완벽한 효과를 냈다.
오바마를 오해하는 쪽은 우익만이 아니다. 좌익은 비판의 강도가 덜하긴 하지만 ‘나무에 눈이 팔려 숲을 보지 못하는 식’이다(miss the screen for the pixels). 처음부터 진보파는 지극히 양극화된 나라에서 대통령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과 관련해 비현실적인 개념을 오바마에 투사했다. 진보파는 오바마를 ‘월스트리트의 불운한 꼭두각시’(a hapless tool of Wall Street) ‘시민자유 문제에서 부시의 연장선상’(continuation of Bush)으로 묘사하며, 속세와 담쌓은 엘리트(cloistered elitist)로서 자신의 역사적인 기회가 될 수 있는 포퓰리스트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다고 나무랐다. 그들은 복지제도 개혁에서 오바마의 ‘일괄타결’(Grand Bargain) 시도를 맹비난한다. 아울러 경기부양책 규모가 너무 작으며, 금융개혁도 너무 허약하고, 동성애자 인권 문제에서도 너무 몸을 사린다고 매도한다. 그들은 오바마가 단합과 타협(unity and compromise)을 고매하게 호소하며 광적인 공화당의 공격에 대응하는 데 절망한다.
내 생각에 그들은 두 가지 중요 사안을 놓쳤다. 첫째는 진보파가 중시한다는 이슈에서 오바마가 이뤄낸 성과의 규모다. 우선 불황을 피했다. 자동차산업의 구제금융은 놀랍게도 성공적이었다. 심지어 은행 구제금융도 금융부문의 회복으로 상당부분 상환됐다.
이라크 전쟁(오바마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만들어준 이슈였다)도 잔여 병력 없이 예정대로 철군을 마무리해서 끝냈다. 국방예산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오바마 아래서 동성결혼 지지와 마리화나 합법화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했다. 뉴욕주는 동성결혼을 돌이킬 수 없는 미국적 삶의 현실로 만들었다(made marriage equality for gays an irreversible fact of American life). 이제 동성애자들은 공개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다. 대규모 정부 자금이 경기부양책을 통해 비탄소 에너지 투자에 투입됐다.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이 크게 높아졌다. 고문이 금지됐다. 대법원에는 온건 진보파 여성 두 명이 남자 대법관들을 대체했다. 무엇보다 존슨, 카터, 클린턴이 끝내 못 찾은 진보주의 성배(the liberal holy grail)인 범국민적인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are)도 법으로 제정됐다. 정치검증 사이트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최근 오바마의 세부 공약 508건 중 3분의 1이 이행됐으며 아무런 시도도 이뤄지지 않은 공약은 두 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제 태풍과 싸우는 동시에 이 모든 일을 했다는 사실은 오바마가 어떤 정치인보다 정직하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follow-through artist)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진보파는 오바마가 국내 정치에서 ‘보여주되 말은 하지 않는’(a show-don’t-tell) 장기적인 게임 방식을 실천한다는 사실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오바마에게 중요한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즉시 공로를 인정받는 일이 아니다(What matters to him is what he can get done, not what he can immediately take credit for). 그래서 나는 그가 동성애자 문제를 질질 끈다고 2년의 대부분을 격분했다. 그는 결국 합참의장과 공화당 출신의 국방장관이 먼저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묻지도, 말하지도 마라’(don’t ask, don’t tell)는 동성애자 군복무 원칙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다름아닌 합참의장인 마이크 멀런 제독이었다. HIV 양성반응 이민자와 관광객의 입국을 금하는 규정에서 그가 고통을 참아가며 변화를 이끌어 낸 것처럼 그런 일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느리고, 신중하고, 도발적이지 않은 방식(slow and deliberate and unprovocative manner)으로 일을 추진하면 변화가 더 오래 유지된다(made the changes more durable). 나는 오바마를 이해하려면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to understand Obama, you have to take the long view)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오바마 자신이 그렇기 때문이다.
은행 문제를 봐도 그렇다. 진보파는 오바마를 ‘월스트리트의 볼모(a captive of Wall Street)’라고 조롱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무모한 행위를 보면서도 래리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장과 티머시 가이트너의 입김을 의식해 억지로 지나치게 수동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놀림을 당했다. 그러나 2009년 초의 상황에서는 책임 있는 대통령이라면 은행에 보복을 가하는 일이 아니라(not the exacting of revenge) 금융 시스템의 안정(stabilization of the financial system)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했다는 점은 너무도 자명하다. 진보파는 오바마가 좌익의 구세주로 선출됐다는 환상을 가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부시보다 더 책임감 있는, 실용적이고 통합적인 개혁가로서(as a pragmatic, unifying reformist) 선출됐다.
우리는 그동안 오바마에게서 무엇을 보았나? 반복되는 패턴이다(recurring pattern). 오바마가 취임 연설에서 처음 사용한 표현을 동원해 설명하자면 이렇다. 대통령은 정적들에게 손을 내밀어(by extending a hand) 일을 추진한다. 그들이 주먹을 들어 올려 반대하면 그는 그들이 문제의 근원임을 보여준다(demonstrates that they are the source of the problem).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이 선호하는 온건 진보주의 입장(moderate liberalism)으로 돌아가 이념가(ideologue)나 분열획책자(divider)라는 소리를 듣지 않고 목표 달성을 위해 싸운다. 이런 전략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바마가 자신을 옹호할 수 없거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정의하길 원하거나 단순히 허약할 때는 오랜 공백이 생긴다는 뜻이다. 2008년 민주당 경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과 싸울 때가 그랬다. 결국 누구의 전략이 승리했는가?
바로 이 부분에서 좌익은 진짜 착각이 심하다(This is where the left is truly deluded). 그들은 오바마의 전략과 기질(temperament), 끈기(persistence)를 오해하고, 모든 사안에서 인기를 얻으려 하고(grandstanding on one issue after another), 진보적 혁명을 약속한 적이 없는 후보에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투사했다. 그 결과 그들은 처음부터 오바마가 장기적인 게임을 벌인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오바마는 건강보험 개혁을 두고 자신의 당인 민주당과 바로 이런 게임을 벌였다. 재정적자 문제를 두고 공화당과 싸울 때도 그랬다.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 건설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 정부와 맞섰을 때도 그랬다. 이란에서 녹색혁명 도중 거리에서 무고한 시민이 총격으로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이란 정권의 손에 놀아나지 않고(not playing into their hands) 인내라는 게임을 펼쳤다.
오바마가 늘 4년이 아니라 8년의 계획을 세운다(Obama was always planning for eight years, not four)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의 첫 임기에서 일어난 일은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 수년에 걸쳐 진행돼야 하는 복잡한 전국민 건강보험을 보라.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2008년보다 더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하게 된다. 지난 30년 간의 과도한 불평등, 국제 문제의 과도한 개입, 무모한 적자 지출에서 8년 동안 벗어날 수 있는 권한 위임(mandate)이기 때문이다. 재선은 그가 이미 이룬 성과를 되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힘을 얻는 기회가 된다.
그렇다. 오바마는 나 자신을 포함해 시민적 자유주의자들(civil libertarians)이 반대하는 대통령 권한을 독자적으로 해석해 전쟁을 수행했다. 아울러 독재적인 권한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미국 시민을 재판 없이 무한정 구금할 수 있는 법에 서명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을 했다. 군 수용소에서 고문의 암을 도려낸 일이다(excising the cancer of torture from military detention). 그가 재선에 실패한다면 그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우파의 다수가 고문 재도입을 열렬히 원하는 듯하다.
물론 오바마는 2008년 유권자들에게서 받은 그 희망찼던 기대를 되찾지 못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첫 흑인 대통령을 선출했고, ‘어눌한 황태자’(tongue-tied dauphin)를 뛰어난 달변가(man of peerless eloquence)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바마는 약속과 달리 워싱턴의 잔혹한 이념 양극화(brutal ideological polarization)를 종식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은 여론조사에서 이런 교착상태(impasse)에 오바마 대통령보다 공화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우파는 오바마가 ‘종교를 배척하는 전쟁(war against religion)’을 벌인다고 비난했지만 오바마는 문화전쟁을 확고부동하게 삼갔다(has steadfastly refrained from waging the culture war). 공화당은 세금을 한푼 올리는 데도 반대했지만 오바마는 복지 프로그램의 삭감을 제안했다. 유럽에서 가장 심한 긴축재정(austerity)을 추구하는 영국의 보수당 정부조차 그에 비하면 좌측에 속한다.
정치적 교착의 진정한 책임은 공화당의 비타협적인 태도(intransigence)에 있다. 2009년 러시 림보는 오바마가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악담했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은 오바나의 재선을 무산시키는 게(to deny Obama a second term) 자신의 주된 목표라고 인정했다. 그런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공화당이 선거에서 완전히 패하는 길(an electoral rout of the GOP)이다. 승리와 패배만이 그들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내 말이 편파적으로(biased) 들린다면 나 자신이 원래 편향됐기 때문이다. 과장된 홍보가 아니라 실제 기록에 편향됐다(biased toward the actual record, not the spin)는 뜻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압력 아래서 우아하고 침착하게 행동한 대통령, 제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이래 보지 못했던 위기를 관리해야 했던 대통령, 아직 자신의 이름 아래 단 한 건의 중대한 스캔들이 없는 대통령을 향한 편향이다. 조지 오웰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 코앞에 있는 것을 보려면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하다(To see what is in front of one’s nose needs a constant struggle).”
내 코앞에 보이는 것은 성격, 기록, 약속이 2008년엔 터무니없이 부풀려졌고 지금은 터무니없이 저평가되는(as grotesquely underappreciated now as they were absurdly hyped in 2008) 대통령이다. 머지않아 미국인들이 오바마의 첫 임기를 그처럼 차분하고 온전한 정신으로 보게 되리라 확신한다. 아울러 그들이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내기로 결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평론가이며,
블로그 ‘디시(The Dish)’로 유명하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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