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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2012 China] 중국의 두 얼굴

[issues 2012 China] 중국의 두 얼굴


막대한 외화보유로 과거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지만 부패와 정부 검열, 뿌리 깊은 사회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중국은 다른 공산 대국들이 다 몰락한 후에도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 정권은 1989년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학살과 다른 300여 개 도시에서 그와 유사한 만행을 저지르고도 어떻게 국제사회의 막강한 세력으로 부상했을까? 다음에 소개하는 몇 가지 일화는 그 이유를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0년 11월 9일 중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일행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Great Hall of the People)에 막 들어서려 할 때였다. 한 중국 관리가 총리 일행의 양복 깃에 달린 붉은 양귀비꽃 모양의 배지를 떼어달라고(to remove red poppies from their lapels) 요청했다. 매년 11월이 되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영국군 참전용사를 기리기 위해(to mark the deaths of British servicemen in battles reaching back to World War I) 수많은 영국인이 이 배지를 가슴에 단다. 중국 관리는 그 붉은 양귀비꽃이 중국인들에게 19세기 중반 아편전쟁 당시의 치욕을 되새기게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캐머런은 그 배지를 떼지 않았다.

중국 말고 다른 어떤 나라의 관리가 자국을 방문한 외국 총리에게 그런 요구를 하겠는가? 또 그 붉은 양귀비꽃이 상대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그렇게 무지할 수 있단 말인가?

2011년 6월 캐머런은 런던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맞았다. 합동 기자회견에서 캐머런은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했다고 알려진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인용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느냐(What difference does it make whether a cat is black or white as long as it catches mice)?”고 그는 말했다. 영국이 왜 자체적으로 고속열차(high-speed bullet train)를 제작하지 않고 중국에서 수입하려 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캐머런은 또 인권 문제 논의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기밀사항(confidential)”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당시 캐머런은 그해 7월 23일 중국의 고속열차가 중국 현대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내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적어도 40명이 목숨을 잃은 대형 사고였다. 하지만 당국은 생존자 수색과 구조 작업(search-and-rescue efforts)을 8시간도 안돼 종료했고, 사고 열차 중 한 량을 땅 속에 묻어버렸다. 그 주말 중국의 모든 언론매체는 그 사고와 관련된 보도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사고와 사고 처리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분노를 잠재우고, 신문과 TV, 인터넷을 휩쓰는 사고 관련 의문점을 덮어버리기 위해서였다. 친절한 ‘원 아저씨(Uncle Wen)’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원 총리가 현장을 방문했다. 사고의 증거가 될 열차를 왜 땅 속에 묻었느냐(why the crash evidence had been buried)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인민을 위해서(It is for the people)”라고 답했다.

중국은 두 개의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나는 막대한 외화보유고(cash reserves)로 세계 지도자들을 매료시키는 활기 넘치는 중국(the super­dynamic China)이다. 서양의 수퍼마켓과 백화점을 가득 채우는 저가 상품의 제조국이다. 또 하나의 얼굴은 지도층이 감추고 싶은 문제는 뭐든 묻어버리는 암울한 나라다(the one where leaders can, in every sense, bury their problems).

오늘날 중국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순 있지만 글로 표현하려면 여전히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단지 예전보다 더 부자가 되는 데 만족한다면 모를까(unless just being richer is enough) 다른 부분에선 희망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회적 혼란이 극심하다. 사회의 모든 측면에 부패가 만연했다. 뇌물을 쓰지 않고서는 하찮은 서비스(the humblest services)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에서는 조직적으로 날조된 역사(a meticulously doctored version of the past)를 가르친다. 요즘 서양의 유수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학생들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폭동(a riot)”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정부의 진압을 잘한 일이라고 말한다.

옥스퍼드대의 중국인 유학생들은 “범죄자(criminal)” 달라이 라마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현재 대다수 중국인이 20년 전에 비해 부유해졌다. 서양인 중 일부는 중국의 신흥부자들을 동경하기도 한다. 201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중국 반체제 작가 류샤오보(劉曉波, 국가전복 선동 혐의로 징역 11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는 이렇게 말했다. “1989년 민주화 시위 당시에 알고 지내던 사람 상당수가 그후 사업을 시작해 부자가 됐다. ... 그들은 이제 세계의 중대사를 논하고(they speak expansively of the great affairs of the world), 자신들의 돈벌이가 중국 사회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the ways in which their moneymaking is good for Chinese society)를 조목조목 말한다.”

중국 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최근의 몇몇 연구를 살펴보자. 세바스티안 헤일만과 엘리자베스 J 페리가 편집한 ‘마오의 보이지 않는 손(Mao’s Invisible Hand)’은 마오쩌둥의 ‘게릴라식’ 정책 중 그의 후계자들이 여전히 의존하는 두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 지역적으로, 그리고 전국적으로 ‘끝없는 실험(endless experimentation)’을 강조하는 정책이다. 둘째, 효율적인 것에 노력을 집중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것을 과감히 버리는(abandoning what doesn’t work to zero in on what does) 정책이다. 마오가 장제스(蔣介石)를 상대로 한 30년 간의 투쟁에서 살아남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융통성 덕분이다. 이 연구에선 마오가 수십 년 동안 게릴라식 정책을 지속하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고(to suppress heterodoxy), 자신을 조금이라도 비난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몰아붙였다(deem as enemies even the most modest of critics)고 주장한다. 윌리엄 C 커비가 편집한 ‘중화인민공화국 60년(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t Sixty)’에서 한 기고가는 이렇게 썼다. “ ‘우리(us)’ 혹은 ‘인민(the people)’과 인민의 적(enemies of the people)인 ‘그들(them)’을 확실히 구분하던 시대였다.” 중요한 건 “누가 적인지를 어떻게 결정하느냐(How to determine who is an enemy)?”다.

시사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언론의 독자들은 중국 공산당이 반대파를 박해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노골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는 근거가 모호한 혐의로(on unspecified charges) 81일 동안 모처(a secret location)에 구금됐었다. 그리고 200만 달러의 부당한 세금을 부과 받았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한 류샤오보는 “국가전복(subvert the state) 선동” 혐의를 받았다. 류는 재판에서도 “말과 글이 범죄가 돼서는 안 된다(words should not be crimes)”고 주장할 정도로 언론의 자유를 중시했다. 중국 정부는 노르웨이 주재 외국 대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류가 상을 받기로 돼 있던 노벨상 시상식(복역 중인 류는 중국 정부의 허락을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다)의 참석을 자제해 달라고 요구해 17개국 대사가 불참했다.

이 두 사람보다 훨씬 덜 알려졌지만 천광청(陳光誠)과 왕이도 반체제 활동으로 주목 받는다. 독학으로 법률 공부를 한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은 정부의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forced sterilization and abortion)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그는 또 지방 관리들에 대항하는 농부들을 지지했다. 천은 현재 부인과 함께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under virtual house arrest)에 있으며 중국 전역에서 그를 보려고 찾아온 지지자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만나진 못했다(None has made it). 현지 공안과 폭력배들(local police and thugs)이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그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쫓아보내기 때문이다. 왕은 1년 간의 노동개조(Reform Through Labor)형을 치르고 최근 석방됐지만 가택연금 상태다. 그는 원인이 의심스러운 자살 사건(a dubious suicide)과 강제 낙태, 멜라민 오염 우유 사건을 조사하다가 “사회질서 교란(disturbing social order)” 혐의로 체포됐다. 하지만 왕의 운동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과거엔 다른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나 자신의 권리옹호를 위해 싸울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정의를 요구할 것이다. 감옥은 두렵지 않다. 정작 두려운 건 다른 이들이 부당함과 불의에 시달릴 때 내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What I fear is remaining silent when others encounter unfairness and injustice).”

중국법의 권위자인 제롬 코언은 요즘 중국 정부가 “인권이나 형사상의 정의, 논란 많은 공익 문제에 관여하는(unwise enough to become involved in human rights, criminal justice, and controversial public-interest cases) 변호사와 운동가들을 집중 단속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에게 비공식적인 경고를 주거나 24시간 감시를 하기도 한다. 또 이들과 의뢰인, 혹은 법률회사와의 관계를 방해하거나 변호사 개업 권리를 박탈하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도 납치와 폭행, 고문, ‘사고 개조(thought reform)’, 강제 ‘자백’과 ‘각서’(coerced ‘confessions’ and ‘guarantees’), 형사소추(criminal prosecution), 감금, 가택연금 등의 수단이 동원된다.

중국 여아들에 대한 횡포는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탄압보다 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버드대의 수전 그린핼즈는 근저 ‘세계시민의 배양(Cultivating Global Citizens: Population in the Rise of China)’에서 우생학에 근거한(eugenics-fueled) 중국 정부의 자손개량 정책(drive to improve the quality of children)을 꼬집었다. 그녀는 이 정책이 “농촌 주민과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농민공), 여성, 소수민족, 신체 조건이 표준 이하인 사람들(those with substandard bodies)”을 (불임수술, 강제 낙태 등의) 표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동성애자나 동성애 커플, 미혼 커플 등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역시 표적이 된다. 여성 등 소위 ‘저질(low-quality)’ 시민들은 국가에서 후원하는 적극적인 자손개량 정책의 표적이 돼온 한편, 농촌 주민 등은 현대화 과정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간주돼 국가로부터 버림받다시피 했다.”

그 결과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여아와 남아의 비율이 100대 120으로 매우 불균형하다. 또 최근엔 여아를 공식, 혹은 반(半)공식적으로 유괴해 입양을 원하는 외국인 양부모에게 파는 사례가 보도돼 중국 아기를 입양하는 서양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린핼즈 외에도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그런 정책이 중국의 도시와 농촌, 한족과 비(非)한족(Han and non-Han ethnic populations),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격차를 한층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신란(Xinran)이라는 필명을 쓰는 중국의 인구 문제 전문가는 “심지어 도시에 사는 고학력 여성들(urban, well-educated women)도 한 자녀 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에서 여아를 임신할 경우엔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을 떨치지 못한다(feel like failures)”고 말했다. 신란은 한 여성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설사 여아가 운좋게 살아남아 외국에 입양된다 해도 생모의 마음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기고(it leaves a black hole in the mother’s heart), 아이에겐 풀리지 않는 출생의 의문을 심어주게 된다(unanswered questions in the daughter’s).”

마틴 킹 화이트가 편집한 연구서 ‘한 나라, 두 사회(One Country, Two Societies: Rural-Urban Inequality in Contemporary China)’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오쩌둥의 개혁은 좀 더 평등한 사회질서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다(dedicated to creating a more egalitarian social order)고 받아들여졌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중국 시민을 농노와 비슷한 처지로 몰아넣었다(created something very much akin to serfdom for the majority of Chinese citizens).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농촌에 묶여 원하지 않아도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were effectively bound to the soil).” 이런 상황은 지금도 어느 정도 계속된다. 한 기고가는 이렇게 썼다. “1980년대 이후 중국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활기찼던 지역은 도시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더 컸던 중국의 도농간 소득 격차는 한층 더 심화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2008년 류사오보가 주축이 돼 발표한 민주화 요구서 ‘08 헌장(Charter 08)’은 당초 300명의 지지자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동안 수천 명의 서명을 받으면서 많은 중국인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헌장의 내용은 류에게 중국 최초의 노벨 평화상을 안겨줬다. 그리고 그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가운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오직 다섯 명 중 한 명이 됐다. ‘08 헌장’의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자유: 자유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의 핵심이다(at the core of universal human values). 언론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거주지 선택의 자유, 파업의 자유, 시위의 자유, 저항의 자유 등이다. 자유가 없다면 중국은 결코 문명화된 이상적 사회가 될 수 없다.

인권: 인권은 국가로부터 부여 받는 게 아니다(Human rights are not bestowed by a state).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존엄과 자유의 권리를 지닌다.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헌장은 중국인들에게 찬란한 희망의 불빛과도 같다. 이견을 억누르려는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는 사람들의 단순한 행동에서는 그보다 더 밝은 불빛이 보인다(we can see yet brighter shafts in simple acts). 아이웨이웨이가 부당하게 부과 받은 세금을 내는 데 보탬을 주려고 수천 명의 중국인이 그에게 돈을 보낸 일이 한 예다. 또 가택연금 상태의 시각장애인 인권 변호사 천관청을 보려고 찾아간 수백 명의 중국인에게선 한층 더 환한 빛이 보인다. 이런 것이 바로 중국식 희망이다.

[필자는 언론인 겸 중국 전문학자로 ‘뉴욕 리뷰 오브 북스(New York Review of Books)’와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The Times Literary Supplement)’의 고정 필자다.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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