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CEO 위한 은퇴 설계(2) - 은퇴 자금 마련 방법

CEO 위한 은퇴 설계(2) - 은퇴 자금 마련 방법


[연재 순서] 1 CEO 위한 은퇴 설계 첫 걸음

2 행복한 은퇴를 위한 자금 마련 방법 3 은퇴 자금 굴리기 4 현명한 가업승계 5 4가지 은퇴 준비물 6 웰 다잉(Well-dying)

지난해 초까지 국내 유명 제조 업체에서 경영을 하다 물러난 A씨(63). 요즘 그는 재능 기부에 열심이다. CEO 경험을 살려 전국 중소기업을 찾아 다니며 경영 컨설팅을 한다. 돈을 벌겠다기보다 봉사 활동을 하는 데 의미를 둔다. 생활비 걱정은 크지 않다. 40대 말 임원이 되자마자 노후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정기적으로 받는 월급은 생활비로 쓰고, 보너스·성과급 등 비정기적으로 나오는 목돈은 노후를 위해 통째로 저축했다. 돈을 묻은 곳은 일시납형 연금. A씨가 일시납형 연금을 선택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한번 가입하면 평생 묻어둘 수 있는 상품을 찾았다. 불규칙적인 수입이라 적금·적립식 펀드 등 규칙적으로 납입하는 금융상품은 맞지 않았다. 둘째 생명보험사의 연금상품은 사망할 때까지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자소득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물지 않는다. A씨가 15년 동안 임원을 지내며 가입한 연금은 30개. 가입 시점과 상품은 모두 다르지만 65세부터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65세부터 그가 받는 연금액은 한 달에 무려 1000만원에 이른다.

A씨의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 상당수 CEO는 회사 재무 상황은 손금 보듯 꿰뚫고 있는 반면 자신의 재무 상태에 대해선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정년을 앞두거나 경영에서 물러난 후에야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온다. A씨처럼 행복한 은퇴 생활을 하려면 계획이 필요하다.

먼저 CEO의 은퇴 필요 자금을 산출한다. 현재의 생활비 수준을 감안해 은퇴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을 거친다. 노후를 대비해 모아온 국민연금·개인연금 등 은퇴 준비 자금도 모두 합산한다. 은퇴 필요 자금에서 준비 자금을 뺀 금액이 은퇴 부족 자금이 된다. 그 다음엔 부족한 금액을 모으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CEO가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크게 급여·상여금·배당금·퇴직금·자산매각자금 등 5가지가 있다. CEO가 대주주인 경우 급여·상여금·배당금 등을 비현실적으로 낮게 설정해 놓기 마련이다. 회사 키우는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수준의 급여와 상여금은 은퇴 자금 마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은퇴 준비 계획을 세웠다면 급여와 상여금 수준을 현실에 맞게 올린 후 그 증가분은 은퇴 자금으로 운용해야 한다.

은퇴까지 기간이 5년 이상 남았다면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금리 시대에는 확정금리형 적금보다는 주식·채권 등 투자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한다. 장기 분산 투자로 리스크를 줄이려면 5년 이상의 기간을 두고 매월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은퇴를 위한 통장은 어떤 상황에도 해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둘 필요가 있다.

퇴직금 역시 중요한 은퇴자금 재원이다. 올해 세법 개정안을 보면 임원 퇴직금에 한도(퇴직 전 3년간 평균 급여×10%×근속연수×3)가 정해졌다. 퇴직금에 적용하는 퇴직소득세는 급여나 상여금에 붙는 근로소득세, 주식의 배당에 적용되는 이자·배당소득세 등과 달리 실제 부담세율이 현저히 낮다. 그만큼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는 뜻이다. 다만 임원이 퇴직금을 받으려면 회사 정관 또는 정관에서 위임된 퇴직금 지급규정에 ‘퇴직금 산정을 위한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은퇴자금 투자 때는 환금성 고려은퇴 자금 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유동성이다. 은퇴한 순간 매달 일정하게 통장에 입금되는 급여가 사라진다. 그만큼 CEO들은 현금 흐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상담 고객 중 한 명인 B(59)씨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2005년 퇴직했다. 운 좋게 바로 중소기업 CEO로 스카우트 됐다. 그는 이곳에서 6년을 더 일하고 2011년 3월에 은퇴했다.

그는 2005년 퇴직할 때 강원도 평창에 땅을 샀다. 그 동안 모아뒀던 10억원을 투자했다. 땅에 묻어두는 게 마음 편하고, 등기부등본을 열람할 때마다 든든했다. 2007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실패할 때 잠시 낙담했다. 지난해 드디어 평창이 2018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했다. 올림픽 이슈로 평창 땅 값은 호가 기준으로 30% 가량 올랐다. B씨는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매물로 내놨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는 ‘땅이 있어도 쓸 수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의외로 B씨처럼 은퇴자금을 부동산에 묶어둔 CEO가 많다. 부동산 투자의 단점은 환금성이다.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땅을 팔지 못해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부동산뿐 아니다. 비상장법인에 펀딩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정년을 앞둔 기업 임원 C(58)씨는 IT붐이 한창이던 2000년 초 대학 후배가 세운 벤처 회사에 3억원을 투자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이 기업은 코스닥 상장은커녕 사업 성과도 시원치 않다. 은퇴를 앞두고 보니 묶여있는 3억원이 아쉬울 따름이다.

은퇴자금 마련을 위한 금융상품은 은퇴 시점에 따라 다르다. 은퇴 전에는 주식보다 위험을 줄이고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미들 리스크-미들 리턴’ 형식의 금융상품을 권한다. 은퇴 후에는 투자 수익률보다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매월 생활비가 들어오는 연금 방식의 금융상품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은퇴자금 준비용 금융상품에는 적립식 펀드, 변액연금보험 등이 인기가 높다. 장기투자 원칙을 꾸준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 아예 자동이체를 통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은퇴자금용 금융상품은 월지급식 ELS, 즉시연금, 월지급랩어카운트, 인프라펀드 등 다양하다. 이 중 지수형 ELS가 요즘 인기다. 약 10%안팎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반기에 한 번씩 분배금을 지급하는 ELS맥쿼리인프라펀드는 연 7~8%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주택연금도 활용할 수 있다.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이 지급되는 역모기지형 대출이다. 요즘 부쩍 관심이 높아진 상품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관계자 얘기로는 과거에는 자녀들의 반대로 신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부동산 붐이 꺼진 요즘은 묶인 돈을 유동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택연금을 택하는 신청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 자금 마 련의 핵심은 CEO의 의지다. 스스로 은퇴 자금에 대한 계획을 갖고 실천할 의지가 필요한 것. 풍요롭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은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은 게 은퇴 준비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2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3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4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5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6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7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8 尹,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유가족과 입장

9심상치 않은 친환경차 부진...“그래도 대안은 있다”

실시간 뉴스

1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2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3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4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5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