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 선호 기업은] 자영업 아이템 들고 벤처캐피털 찾지 말라
- [벤처캐피탈 선호 기업은] 자영업 아이템 들고 벤처캐피털 찾지 말라

일자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창업과 벤처 열풍이 뜨겁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도 활기를 띠고 있다. 벤처캐피털협회는 2011년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액이 1조 2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취업난 속에 청년 창업을 독려하는 정부의 의지도 한 몫 했다. 정부가 벤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만든 모태펀드 덕에 투자 재원 자체가 늘어났다.
사업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벤처캐피털이 아무 기업에나 투자하진 않는다. 창업자들이 쏟아내는 e메일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에 바쁘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돈줄을 붙잡을 수 있을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VCNC는 지난해 10월에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막 서비스를 시작한 새내기 SNS 업체로선 꽤 큰 돈을 받은 것이다. 시작은 한 통의 메일이었다.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지난해 초, 학교 선배의 소개로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조언도 얻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와 4명의 공동 창업자가 함께 모바일과 웹에서 작동하는 ‘비트윈(Between)’이라는 폐쇄형 SNS를 구상한 상태였다. 사업 내용을 들어본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벤처 업계 인맥, 적극 활용할 것벤처캐피털의 구미를 당기게 할 아이디어가 그냥 툭 튀어 나온 건 아니다. 박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은 1년에 걸쳐 시장조사와 모의 프로젝트를 계속해왔다. SNS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요즘, 두 사람만의 비밀 커뮤니티를 원하는 젊은 연인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박 대표는 “엄청나게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벤처캐피털의 심사역과 임원 8명 앞에 서니 압박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30분의 프레젠테이션 뒤 1시간 반에 걸쳐 질문이 쏟아졌다. 진땀 나는 순간이었다. 그 결과 투자심의위원회 구성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해 1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비트윈은 최근 가입자 수 14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벤처를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은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사업계획서를 보낼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메일 주소를 공개해 놓는다. 그러나 메일로 연락한 기업 중에는 사업계획서가 부실하거나 벤처 투자에 적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실제 투자를 받는 확률은 극히 낮다고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 더구나 한 심사역 앞에 매일 수십통의 메일이 오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게 마련이다. 오히려 투자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역이 벤처 관련 세미나를 비롯한 각종 업계 모임에 참석해 인맥을 넓히고 유망한 기업을 물색하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임지훈 책임심사역은 “인맥을 통해 직접 알게 된 사람이나 지인에게 소개받은 사람은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벤처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도 업계 모임을 통해 벤처캐피털 관계자와 안면을 트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
사업계획서는 두괄식으로 간략하게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사업 계획을 들을 심사역이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하면 벤처 기업인에게 궁금한 점을 묻거나 보완할 점을 지적하는 등 미팅을 통해 협의하는 기간을 가진다. 스타트업 벤처는 경험이 풍부한 벤처캐피털로부터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벤처캐피털은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회사 경영진이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벤처캐피털 관계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심사역을 비롯한 투자 결정권자들의 회의를 거쳐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보통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은 1억~10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
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주목할까. 사업 아이템을 볼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람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고 말한다. 임 심사역은 “사업 아이템은 사실 대동소이하다”며 “얼마나 사업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회사를 이끌고 나가는 힘든 과정을 견뎌낼 재량이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IT전문지가 지난해 2월 엔젤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자결정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CEO의 자질과 역량’을 꼽았다.
IT벤처는 기술자나 개발자가 회사를 설립하거나, 비슷한 분야를 전공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 창업을 많이 한다. 이들이 가진 기술적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관건이다. 본엔젤스의 강석흔 이사는 “IT 벤처는 속도가 관건이기 때문에 우수한 개발자들이 신속하게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며 “팀 창업일 때는 구성원의 기술력과 수준을 본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시장에서 급부상한 ‘틱톡’은 사람만 보고 투자해 대박을 터트린 대표적인 사례다.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는 김창하 틱톡 대표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사업 계획도 내놓기 전에 본엔젤스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이 대표가 카카오톡과 비슷한 틱톡을 들고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그러나 빠른 송수신과 안정적인 서비스 속도를 바탕으로 시작 5개월 만에 다운로드 횟수 1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하나, 벤처캐피털은 해당 사업이 노리고 있는 시장이 얼마나 큰 성장 잠재력을 가졌는지 본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극소수의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거나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파이가 작다면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의 박지웅 수석심사역은 “장애 요인이 있어 성장하지 못하는 시장에 대해 벤처가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시장의 개척자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은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표방한다. 투자한 기업 중 몇 개가 기대만큼의 기업 가치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이른바 대박을 터트려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다른 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한국벤처투자 엔젤지원부의 구형철 차장은 “벤처는 생계형 창업과 달리 시장성이 있고 세계 시장까지 노릴 수 있는 수준의 아이템이어야 투자자 입장에서도 M&A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와 벤처캐피털의 만남은 결국 설득의 과정이다. 창업자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강 이사는 “장황하게 긴 사업계획서보다 짧게 요약된 두괄식의 계획서가 더 설득력 있다”고 조언한다. 4~5장 분량의 간략한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핵심 가치와 사업의 본질을 뽑아내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통찰하는 한편, 단순하지만 강력한 설득 논리를 내세우라는 것이다.
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smile83@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8살 유괴 살해한 여고생, 공범은 검찰에 '쌍욕' [그해 오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어머니, 아버지 저 장가갑니다”…‘결혼’ 김종민 끝내 눈물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충청서 압승 거둔 이재명…득표율 88.15%(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EU있는경제]투자만이 살 길…PE 규제 허물고 반등 노리는 英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동물실험 폐지 명암] 투심 쏠린 토모큐브, 빅파마가 주목하는 까닭①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