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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2차전지 삼국지 - 한발 앞선 LG, 뒤쫓는 삼성·SK

[Business] 2차전지 삼국지 - 한발 앞선 LG, 뒤쫓는 삼성·SK

지난해 12월 9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기술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측이 LG화학의 전지 기술을 도용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블루온’ 등에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LG화학이 2005년 특허를 받은 ‘안전성강화 분리막(SRS, Safety Reinforced Separator)’이다. LG화학 측은 “수 차례 SK이노베이션에 특허 문제를 제기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특허를 침해한 적 없다’며 반발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CCS(Ceramic Coated Separator)라는 고유의 분리막 코팅기술을 바탕으로 전기차용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며 “LG화학과는 전혀 다른 재료와 제조법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소송전LG화학이 제기한 이번 소송의 손해배상 규모는 불과 1억원. 가시적인 실익보다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와의 대규모 공급계약 협상을 앞두고 국내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솔라앤에너지와 수출입은행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부터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순수 전기차 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1년 100만대에서 2013년 394만대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2.4GW에서 17.7GW로 7배 이상 커질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LG화학, SB리모티브(삼성SDI와 독일 보쉬의 합작회사),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대 전기차용 2차전지 제조업체간의 기싸움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과 경기부양을 위한 각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정책이 맞물려 있는데다 전기차 가격 중 30~40%를 전지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글로벌 자동차업체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에서 가장 발 빠르게 전기차용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LG화학은 지난해 충북 오창 테크노파크에 2차전지 1공장을 완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전기차 10만대에 들어가는 2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데 전극에서 조립, 활성화, 팩 제조까지 전 공정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2013년까지 2조원을 더 투자해 2, 3공장도 짓는다. 동시에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서도 2차전지 공장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이면 35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해 2차전지 사업을 관장하는 전지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사업본부장에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을 전격 선임했다. 2차전지 시장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하겠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

삼성SDI는 보쉬와 합작해 2008년 SB리모티브를 설립한 이후 전기차용 2차전지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2010년 3월 경영 일선 복귀와 함께 5대 신수종사업을 발표하면서 2차전지 사업을 포함시켜 힘을 실어줬다. 자동차 전지사업에 거는 기대와 사업 의지가 크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SB리모티브는 2015년까지 연간 생산규모를 전기차 18만대 분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 손을 잡는다. 올해 2분기 중에 합작법인(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전기차용 2차전지 개발과 생산에 착수한다. 콘티넨탈은 140년간 자동차 회사에 섀시, 파워트레인, 타이어 등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다. 합작법인은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셀을 콘티넨탈에서 배터리 제어시스템(BMS)를 공급받는 형태로 운영한다. LG화학, SB리모티브와의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SK이노베이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서산 배터리공장을 조기 완공해 생산역량을 제고할 방침이다.

3사 모두 그룹 회장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 차세대 성장동력을 향한 회장들 간의 뚝심대결로 번지는 모양새다.





부품소재, 원천기술 일본에 뒤져전략은 모두 비슷하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짝짓기를 통한 경쟁력 극대화다.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이미 세계 10여개 자동차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현대기아차, GM, CT&T, 중국 장안기차, 포드 등이다.

실제로 2009년 7월 LG화학의 리튬이온전지를 장착한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출시됐고, GM의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도 판매하고 있다. SB리모티브는 BMW와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인도 마힌드라 하이브리드차(HEV)용 배터리팩 공급 계약도 맺었다. 올해부터는 미국시장에 선보이는 크라이슬러 전기차 모델에도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공급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 말 독자 기술로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개발에 성공해 현재 글로벌 분리막 시장점유율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메르세데스AMG의 슈퍼전기차 등의 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리튬이온전지 제조기술은 일본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부품소재와 원천기술은 100점 만점에 각각 50점, 30점에 불과하다.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대 핵심소재 기술의 국산화가 절실하다. 지난해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도쿄공업대학은 자동차 연속 주행거리를 현재 200㎞에서 1000㎞까지 늘릴 수 있는 전기차용 2차전지 시제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인데 토요타는 이를 개량해 2015~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SB리모티브와 LG화학 역시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주행거리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두 회사가 개발한 전기차용 전지 주행거리는 한 번 충전에 160~200㎞ 수준인데 3년 이내에 최대 300km를 달릴 수 있는 전지를 생산할 계획이다. 연구개발과 상용화 단계의 경제성면에서 일본과 상당한 격차가 있지만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면 승부를 걸 수있다.

SB리모티브와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방식을 달리하는데 각기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한 각축도 벌이고 있다. SB리모티브는 캔(can)형을, LG화학은 파우치(pouch)형을 채택하고 있다. SB리모티브의 캔형은 초기 생산설비 비용이 많이 들지만 대량생산하면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LG화학의 파우치형은 표면적이 넓어 열 발산이 쉽고 수명이 비교적 긴데다 소량 다품종 생산에도 유리하다. 앞으로 전기차 양산이 본격화하면 효율과 안전성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우열이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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