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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MB노믹스 4년 - 나라는 살쪘는데 서민 삶은 팍팍해졌다

숫자로 본 MB노믹스 4년 - 나라는 살쪘는데 서민 삶은 팍팍해졌다



‘경제민주화’ ‘재벌 개혁’ ‘탈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화두다. 모두 MB노믹스의 실패를 전제한다. 경제살리기를 슬로건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은 실패작인가. MB 출범 후 4년간 경제지표를 통해 들여다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그나마 선방했다는 것 외에는 내세울만한 지표가 별로 안 보인다.
4년 전, 1148만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이명박 정부는 모든 면에서 참여정부와는 달라야 한다고 믿었다.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하고, 나중에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인사는 “당시 우리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소명으로 똘똘 뭉쳤고 자신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Anything but Roh(노무현 정부와는 모두 반대로)’를 천명했다. 국민은 ‘MB노믹스’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요즘 정치권은 ‘Anything but Lee(이명박)’를 외친다. ‘MB노믹스=실패’로 규정한 야권뿐 아니라, 최근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집권 여당도 탈 MB노믹스에 가세했다. 큰 시장 작은 정부, 비즈니스 프랜들리, 고성장 후 분배, 감세를 내세웠던 MB노믹스는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공약’은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 경제성장률지난 4년 간 경제 지표를 보면 이명박 정부 경제팀은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나라는 살쪘는데, 국민 삶은 팍팍해졌다. 수출 대기업은 돈을 잘 벌었지만, 이익이 고루 나눠지지 않았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커졌다. 소득과 일자리는 늘지 않고, 물가만 올랐다. 사회 불평등은 더 심각해졌다. 2008년 초 당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4% 후반. “7%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경제학계의 지적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더 초과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컸지만, 출발은 참담했다. 경제성장률은 취임 첫해 2.2%, 이듬해 0.2%였다. 2010년에는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로 6.1% 성장했지만, 지난해에는 3.8%(추정치)로 다시 내려앉았다. 본지가 국내외 25개 경제전망 기관의 2012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평균 3.58%였다.

이 전망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MB정부의 5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3.2%에 불과하다. 공약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참여정부 5년 평균 4.3%에도 못 미친다. 더 큰 문제는 MB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8~2007년 4.7%였던 한국 잠재성장률은 2008~2012년에는 3.8%로 하락했다.



■ 물가와 소득성장은 저조한데, 물가는 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4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4%다. 참여정부 5년 평균보다 1.02%포인트 높다. 이 대통령이 취임했던 2008년 2월 3.6%이던 물가는 지난해 12월 4.2%까지 올랐다. 지난해 11월 말 통계청이 5년마다 변경하는 물가지수 선정 품목에서 금을 제외하지 않았다면 수치는 더 올랐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번 물가지수 품목 변경으로 물가상승률이 0.4%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효과를 봤다고 분석한다. 2008년 이후 4년 연속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상품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던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대중교통 요금, 하수도료, 전기요금, 이동전화료 등 공공서비스 분야 가격 인상을 눌러왔다는 얘기다. 이미 조짐이 보이는 공공요금의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면 소비자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는 5공화국 이후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던 정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는 전두환 정부가 3.9%포인트, 노태우 1.3%포인트, 김영삼 2.4%포인트였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각각 1.5%포인트, 1.4%포인트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역전해 지난 4년간 -0.4%포인트를 기록했다.

물가는 올랐는데 국민 주머니 사정은 좋아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2만2500~2만3000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7년에 2만1695달러였다. 임금은 찔끔 올랐다. 임금교섭이 타결된 사업장에서 노사가 사전 합의한 임금 인상률인 협약임금 인상률은 2008년 4.9%였지만 물가가 4.7%로 급등하면서 실질임금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2009년 임금은 1.7%, 물가는 2.8% 올라 사실상 임금이 깎였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명목 임금인상률은 5.2%였지만, 물가상승률이 4%에 달하면서 실제 임금은 1.2% 오르는 데 그쳤다.



■ 일자리3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약속도 공염불로 끝날 게 확실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취업자 수는 2008년 14만5000명 늘었으나, 이듬해에는 7만2000명 줄었다. 201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32만3000명, 41만5000명 늘었다. 임기 말년인 올해 정부가 예상하는 취업자 수는 28만명. 모두 합하면 100만 명을 겨우 넘는다. 참여정부 5년간 취업자는 126만 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출범 첫해 3.2%에서 지난해 3.5%로 늘었고, 실업자는 같은 기간 78만명에서 85만 명으로 증가했다. 청년실업률 역시 2007년 7.2%에서 2010년 8%, 2011년 7.6%로 높아졌다. 현실은 더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실업자는 2008년 273만 명에서 2009년 301만 명, 2010년 312만명, 2011년 309만 명로 집계됐다. 체감실업률은 2008년 10.4%에서 2009년 11.4%, 2010년 11.6%, 지난해 11.3%였다. 4년간 0.9%p 증가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011년 21.9%로, 전체 체감실업률의 두 배 수준이다. 사실상 청년층은 109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률은 OECD 34개국 중 29위,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30위라고 밝혔다.



■ 경제고통지수와 소득 불평등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우리나라 무역규모는 지난해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를 넘었다. 수출 대기업은 지난 4년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낙수 효과’는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해 7.5에 달해 2001년(8.1), 2008년(7.9) 이후 역대 3번째로 높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 불평등이 갈수록 나빠졌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 통계청,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소득불균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5년 0.298에서 2010년 0.315로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0~1 사이 값을 갖는데,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낮다. 소득 상위 20% 평균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누는 소득5분위배율은 2005년 5.17배에서 2010년 6.02배로 나빠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월 평균 임금 격차는 2007년 1.57배에서 2010년 1.82배로 벌어졌다. 일자리 질도 나빠져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 87만 명이던 시간제 근로자(근로형태와 무관하게 근무시간이 하루 8시간 미만)는 지난해 170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근로자 대비 9.7%다. 이명박 정부 들어 40만 명 증가했다. 이들의 정규직 대비 임금은 2006년 60%에서 지난해 51%로 낮아졌다.

대졸과 고졸 간 임금 차이는 2002년 1.35배에서 2011년 1.54배로 확대됐다.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간 소득격차도 악화돼 2010년에는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이 임금근로자의 77%에 불과했다. 도·농간 격차도 심해지면서 4인 가족 월평균 소득이 143만원을 밑도는 빈곤 농가 비율은 2005년 13.6%에서 2009년 19.6%로 늘었다.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엥겔계수(소비지출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는 22.8%였다. 2004년 이후 최대치며,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악화했다. 수출 제조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기업 이익이 근로자에 돌아가는 비중)은 2006년 63%였지만 2008년 53%, 2010년에는 45%로 떨어졌다. 참여정부 5년간 4.4% 증가했던 전세가격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20% 정도 상승했다.



■ 가계부채와 중산층 감소이러는 사이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2007년 657조원이던 가계신용 잔액은 2010년 846조원에 달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가 늘면서 가계가 부담하는 월평균 이자 비용은 지난 2006년에 비해 77%나 늘었다. 국가 채무도 늘어 2007년 말 299조원에서 지난해 말 423조원에 달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말이면 국가 채무는 448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MB정부 집권 기간 동안 150조원 가까이 급증하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채무 역시 출범 첫해 19조원에서 2010년 29조원으로 늘었다.

이런 경제지표들은 낙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5.3%는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층으로 규정했다. 스스로 상층으로 생각하는 가구는 1.9%, 중간층은 52.8%였다. 2009년과 비교하면 하층은 2.9%포인트 늘었고 중간층은 2.1%포인트 줄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5년 11.9%이던 하위층은 2010년 12.5%로 늘었다. 69.2%였던 중산층은 67.5%로 줄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자평은 어떨까. 청와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주요 국정성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 대응을 통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빠른 경기회복을 했다. 주요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2009년에 플러스 성장(0.2%)를 기록했다. 금융·외환시장은 2009년 2분기 이후 안정세를 회복했다. 2010년에는 8년 만에 최고 성장률 6.1%를 달성하며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대로 복귀했다. GDP(국내총생산)는 위기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세계 7대 수출강국으로 도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고용악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일자리도 빠르 시일 내에 회복했다. 또한 복지예산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친서민 정책을 강화했다.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해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또한 동반성장 종합대책을 수립해 대중소기업 동반 서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공교육을 내실화했고, 사교육비를 절감 정책을 추진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민이 체감하고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져 있다. 1월 16일 이명박 대통령이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서민 살림살이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루고 고민하는 날이 많았다”는 말과도 거리가 있다.



■ MB정부 남은 과제12월 대선까지 열 달 정도 남았다. 1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남은 임기 동안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바짝 긴장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년은 일 안 하고 지나가려면 지나갈 수 있고,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려면 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릴레이 할 때처럼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어서 바통을 넘겨주고 또 넘겨받는 사람이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이 한국이 처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경제팀은 차기 정부에 어떤 바통을 넘겨줘야 할까. 답은 청와대가 그나마 자랑하는 국정성과 속에 들어 있다. 정부 자평대로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떤 나라보다 잘 극복했다. 위기가 발발하자, 정부가 재정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투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 정부의 빠른 판단 덕이지만, 그 재정은 이명박 정부가 ‘무능한 정부’로 규정했던 참여정부가 남긴 몫이었다. 인위적 경기부양을 지양했던 노무현 정부는 재정 건정성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았었다. 반면, 노 정부는 임기 1년 전 ‘비전 2030’이라는 중장기 정책을 발표해 차기 정부에 부담만 주고 결국 폐기됐다. 정부가 무엇을 해야할지는 명확하다.

그런데, 요즘 정부 경제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기획재정부는 1월 25일 장기전략국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기재부 측은 “장기전략국은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여성·복지 등 사회정책과 통일비용, 자원 확보, 성장동력 등 중장기 국가적 과제를 총망라한다”고 밝혔다. 비전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의 발언 속에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다. 박 장관은 얼마 전 기재부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 이런 글을 썼다. “그동안 우리는 일상 현안에 파묻혀 근시안으로 일을 해왔다. 다가오는 미래과제를 누군가는 고민하고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이 장기전략국을 만든 까닭이다.”

이에 대해 얼마 전 청와대를 떠난 한 고위 인사는 “기재부는 물론 MB 경제팀은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느라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정책을 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공유하고 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은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 대부분 임기 말엔 그랬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모두 퇴임을 1년 남짓 앞두고 원대한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용도 폐기됐다. 요즘 분위기만 보면, 여야 막론하고 차기정부가 MB정부의 경제정책을 계승할 것 같지도 않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위기는 올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장기 계획은 차기 정부에 맡기고, 불확실한 세계 경제위기 대응에 전력하는 게 이명박 정부에 남은 최선의 과제일지 모른다.



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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