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뉴타운 사업 10년 만에 기로에
[Real Estate] 뉴타운 사업 10년 만에 기로에
서울의 뉴타운 사업이 10년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되면서 시장에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합 설립을 코 앞에 둔 일부 구역들은 동의율 채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취소가 확실시 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당장 4월부터 기존의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예정지 1300곳 가운데 610곳을 원점에서 재검토 할 예정이지만 주민들은 물론 자치구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구역 지정 해제를 위해서는 좀더 정확한 실태조사가 요구되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매몰비용(사업 진행 과정 중 들어간 비용)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주민 문의 전화 빗발연내 뉴타운 사업이 취소될 가능성이 큰 일부 구역에서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계속되는 주민 갈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남뉴타운 1구역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사업 진행 여부에 대한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한남동 가나부동산 차윤원 사장은 “2~4구역은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1구역은 아직까지 주민간의 찬반 대립이 강해 사업 추진 여부는 미지수”라며 “때문에 1구역 주민이나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한남뉴타운 4·5구역의 조합설립 주민 동의율은 현재 70%를 넘기면서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동의율 채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느 정도 사업이 추진된 지역은 사업 취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내 구역 해제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는 창신·숭인뉴타운, 신길16재정비촉진구역, 망우2주택재건축 정비예정구역, 독산제1주택재건축정비구역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매물을 내놓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들 구역은 주민들 반대로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했거나 구역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곧 해제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사업 백지화 조짐에 시장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지역에서도 지분 값이 하락하고 있다. 북아현뉴타운의 소형 지분(33㎡ 미만) 값은 2500만원 선으로, 시세보다 500만원 저렴한 물건도 사겠다고 나서는 매수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남3구역의 33㎡ 이하 소형지분은 올해 들어 3.3㎡당 500만~600만원 가량 더 낮아졌다.
뉴타운·정비사업 구역 해지는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인 610개 구역에 대한 실태 조사 이후 진행된다. 이 가운데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세워지지 않은 317개 구역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정비예정구역 234곳은 시장이, 정비구역 83개소는 구청장이 각각 조사를 진행한다. 추진위나 조합이 세워진 293개 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의 10~25%가 동의해 실태조사를 요청하면 구청장이 조사를 실시한다.
다만 조사내용은 정비예정구역이냐, 정비구역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추진위나 조합이 없는 사업지는 사업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부담금 추정이 어려워 주로 사업 실현 가능성과 구역현황에 무게를 뒀다. 주변 아파트 시세를 비롯해 사업성, 주민 부담금 추정액, 노후도 기준 등 구역지정 요건 등이다.
정비구역은 정비예정구역 조사내용에 실제 사업계획을 기반으로 사업수익과 주민 부담금을 추정하고 주택규모와 상태, 상가·세입자 현황, 외지 소유자 비율 등을 추가로 조사한다. 양용택 서울시 재생정책팀장은 “추진위 구성 단계나 조합 설립 단계에서 주민들이 추진위, 조합, 시공사 등의 제공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개략적인 여건을 보고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게 실태조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태조사가 끝난 이후에는 시와 자치구가 주민의견 수렴에 나선다. 주민들의 추진의지가 강하거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시는 행정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사업추진 속도를 높인다. 추진위가 세워지지 않은 초기 단계의 사업장은 토지 등 소유자 30%가, 추진위·조합 설립구역은 절반이 해제에 동의하면 구청장이 시에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고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역을 해제한다. 현행법상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70%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위나 조합이 없을 때 30% 넘게 반대하면 조합 설립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 해제 요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업 취소 밑그림만 그려놓은 상태에서 실태 조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며 “현재 구역별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지만 정확한 답변을 할 수가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사업 취소가 결정된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동안 투입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 정책이 현실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서울시는 추진위 승인 단계인 182개 구역에 대해선 기존 투입비용 중 정비계획 수립비용 등 일정분을 부담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매몰비용은 10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조합이 설립되면 매몰비용이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매몰비용은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이 진행이 늦어질수록 매몰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구조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정부가 뉴타운 사업장에도 일정 규모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 “정부 지원 없다”하지만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뉴타운·정비사업 정책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정의 수장으로서 정부와 정치권에 비용처리 분담을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토부는 “뉴타운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소유자가 조합을 구성해 추진하는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된다고 정부의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비용 부담에 극히 부정적이다.
국토부는 특히 지난해 12월 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인·허가권자인 자자체가 추진위 사업비용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도록 합의·의결됐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각 회사별로 가계약 상태의 초기 사업장이 서울 전체 수주량의 10~15%를 차지하고 있어 구역이 해지되면 사업 추진을 위해 빌려준 대여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며 “구상권 청구 소송 등 각종 행정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한숨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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