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People] 토사구팽? - 파키스탄 의사 샤킬 아프리디

[People] 토사구팽? - 파키스탄 의사 샤킬 아프리디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버 부족 지역의 잠루드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 샤킬 아프리디는 동료들로부터 불륜(an extramarital affair)을 의심 받았다. 동료들이 그에게 지난해 봄 자주 결근한 이유를 따지자 아프리디는 그냥 아보타바드에서 “볼일”이 있었다(had “business” to attend to)고 뚱하게 말했다. 곧 그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이스 박스 6개를 승인 없이 가져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스터리가 증폭됐다. 예방접종 캠페인 동안 백신을 보관하는 용기지만 아보타바드나 카이버 부족 지역에서 그런 캠페인은 없었다.

사실 아프리디는 외도한 게 아니라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느라 바빴다.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요청으로 간염 예방접종 캠페인을 허위로 실시했다. CIA는 빈 라덴이 아보타바드의 높은 장벽에 둘러싸인 대저택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아프리디는 수년 동안 소아마비 예방접종 캠페인을 주도한 경험으로 그런 캠페인을 그럴 듯하게 연출하는 방법을 알았다. 그는 그 저택 부근의 한 집을 빌려 속사정을 모르는 현지 간호사 한 명을 고용했다. 그 간호사를 저택에 보내 아이 한 명의 혈액 샘플을 얻는 게 목적이었다. 그 아이가 빈 라덴의 자식이라면 혈액 샘플의 DNA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었다.

한 파키스탄 관리에 따르면 그 간호사는 실제로 저택에 들어갔다. DNA 샘플을 얻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계략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the ruse evidently paid off).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최근 아프리디의 노력이 지난해 5월 빈 라덴의 사살에 “큰 도움이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아프리디는 수렁에 빠졌다. 빈 라덴 사살 후 3주가 지났을 때 파키스탄 당국이 그를 체포했다. 그의 아내(파키스탄 출생으로 미국 시민권자)와 자녀도 페샤와르의 자택에서 사라졌다. 파키스탄 정부의 특별 위원회는 아프리디가 “국가 음해 음모와 대역 혐의(conspiracy against the state of Pakistan and high treason)”로 기소돼야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유죄 판결을 받으면 교수형감이다.

그 파키스탄 관리는 “그는 정식 CIA 스파이(a proper CIA spy)가 아니었다”며 동정을 표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언론이 그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그의 이름이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나지만 않았더라면 그를 놔줄 방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파키스탄이 아프리디와 그의 가족을 미국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해도 그가 다시는 안전하지 못할 듯하다. 그를 잘 아는 한 의사는 아프리디가 늘 표적(a marked man)이 되리라고 우려했다. “아프리디를 보면 그를 케밥으로 만들어 먹으려는 사람들이 있다(I know some people would make a kebab of his body if they found him).”

그래도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CIA는 파키스탄 당국이 알아채기 전에 그와 가족을 탈출시키지 않았을까? 한 파키스탄 주재 서방 외교관은 “CIA가 그를 모르는 체 내버려두면 향후 다른 파키스탄인을 작전에 참여시키는 데 어려움이 크다(Letting him hang out to dry like this is not going to help the CIA to recruit other Pakistanis)”고 말했다. 그러나 아프리디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을지 모른다. 한 전직 CIA 고위 간부는 CIA의 경우 도움 받은 사람의 뒤를 봐주는 게 철칙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그를 그냥 내팽개치진 않았을 거다(I do not believe they left him high and dry).” 아프리디 자신이 그 임무의 위험을 과소평가했는지 모른다고 그가 말했다. “이전에도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 했지만 그가 거절한 경우가 있었다. 상황 판단을 잘못 한 탓이다(misread the situation).” 위험을 과소평가하기는 쉽다. 아프리디의 옛 동료들에게 물어보라.



With ARAM ROSTON in Washington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중견기업, 트럼프 2기 무역장벽에 수출시장 다변화해야"

2삼성전자, ‘위기론’ 이후…들려온 ‘이 소식’ 구원투수 될까

3BTS 뷔·박효신 명동 뜬다...신세계스퀘어, K-컬처 명소 도약

4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5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6“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7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8“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9‘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실시간 뉴스

1"중견기업, 트럼프 2기 무역장벽에 수출시장 다변화해야"

2삼성전자, ‘위기론’ 이후…들려온 ‘이 소식’ 구원투수 될까

3BTS 뷔·박효신 명동 뜬다...신세계스퀘어, K-컬처 명소 도약

4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5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