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백만장자가 된 그래피티 아티스트
[ART] 백만장자가 된 그래피티 아티스트
데이비드 최는 분명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떠올렸을 듯하다.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보니 자신이 괴물 같은 백만장자로 변신했으니 말이다(waking up to find himself changed in his bed into a monstrous millionaire). 7년 전 이 한국계 미국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는 캘리포니아주 팰로 알토에 있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페이스북의 초기 건물 벽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377만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보수로 받았다. 지난주 페이스북은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그리고 주당 예상 공모가가 53달러니까 계산해 보면 최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발표 다음 날 한 친구는 그의 페이스북에 “엄청 축하해! 데이비드”라고 썼다. “거 참, 한국사람들이 똑똑한 거야 뭐야(Goddamn, are Koreans smart or what)!”라는 글도 올랐다.
그밖의 성취는 접어두고 최의 백만장자 변신은 뻔하면서도 항상 본질적인 문제로 직결된다. “데이비드 최가 위대한 아티스트냐 아니면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냐(Is David Choe a great artist, or the greatest artist)?”는 점이다(아마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작정이냐?”는 질문을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그 문제는 관심 끄시라. 당신의 돈이 아니다.)
혹시 궁금해 할까 말이지만 그의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2억 달러”다. 석유부국 카타르가 최근 구입한 세계 최고가의 미술품과 비교해 보자. 세잔느의 ‘카드 놀이 하는 사람들(Card Players)’로 구입가는 2억5000만 달러였다. 그 전까지 최의 수입에 가장 근접한 가격은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6년 1억4000만 달러에 팔린 잭슨 폴록의 작품이었다. 빌럼 데 쿠닝의 작품이 같은 해 1억3750만 달러에 판매됐다. 구스타프 클림트도 1억3500만 달러. 반 고호, 르누아르, 피카소, 앤디 워홀도 비슷한 수준이다. 모두 내로라 하는 화가들이다. 최도 그런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당당히 은메달을 차지했다(엄밀히 말해 최의 작품은 경매에서 팔리지 않았으며 다른 개인 소유 미술품이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은밀히 주인이 바뀌었는지 알 길이 없다).
197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인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최는 사춘기 시절의 분노를 자전거 절도와 좀도둑질(shoplifting)로 해소했다. 그러다가 버스 벤치와 뒷골목에 스프레이 낙서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으면서 그래피티를 알게 됐다고 온라인 잡지 픽셀서전에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연구논문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내 미술 수업 때 프랭크 시내트라의 손녀가 내 오른쪽에,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의 양아들이 내 왼쪽에 앉았다”고 썼다. 자신의 한국적 전통과 파괴적인 성향을 합리화하려는 욕구의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이 문맥에서 느껴진다. “나는 모두를 미워했으며 주로 겸손을 이해하지 못하는 특권계층 아이들을 향한 강한 반감과 분노로 가득했다 … 무정부주의 개념이 나를 지배했다 … 2주 뒤 그 모든 상상이 실현됐다.”
2주 뒤 일어난 일은 1992년의 LA폭동이었다. 최는 불량배들과 함께 가게를 약탈하고 밴에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가게들이 강간을 당해 바닥에 나뒹굴었다(Stores were raped to the ground).”) 부모의 사업체도 그날 불타버렸다는 사실은 몰랐다. 그리고 “그 뒤 몇 년간 복지수당으로 살았다”고 그는 썼다.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를 본 사람이라면 길거리 미술의 불법적인 성격(the delinquent nature of street art)을 잘 알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성격이라기보다 하나의 정의로 굳어진 듯하지만 그건 더 엄밀한 재검토가 필요한 문제다. 어쨌든 최가 자기성찰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 불법적인 쪽으로 더 방황을 많이 한 듯하다(he seems to have taken the cliché and run with it). 여러 해 동안 그는 정식 미술교육(캘리포니아 미술대학)을 받는 만큼 말썽을 일으키는 데도 열성을 보였다. 오클랜드에서 그래피티를 한 죄로 한 주 철창 신세를 지고 일본에선 비밀 보안요원에 주먹을 날린 죄로 3개월 동안 감방살이를 했다. 그러는 동안 만화, LA에서 피할 수 없는 섹스 문화(그의 페이스북에 실린 사진과 메시지는 그가 포르노 영화 스타들과 가까운 친구임을 보여준다), 도박에 취미를 들였다. 최는 앤디 워홀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상업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잡지와 음악 앨범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렸다(제이-Z와 린킨 파크의 2004년 앨범 ‘Collision Course’의 커버 아트를 담당했다). 그리고 ‘희망(Hope)’ 그래픽을 자신의 상징으로 만든 그래피티계의 선배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처럼 최도 오바마 대통령의 ‘희망’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 포스터는 백악관에 걸려 있다고 전해진다.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할 때 최가 있어야 할 자리는 LA의 혼잡한 거리 한복판 어딘가인 듯하다. 어쩌면 대다수 다른 그래피티 아티스트보다 더 낫지도 더 못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의 최대 도박은 할리우드 마담으로 유명한 하이디 플라이스로부터 벽화 작업을 의뢰받은 뒤에 이뤄졌다. 2005년 냅스터의 공동창업자이자 당시 팰로 알토의 작은 신생기업 페이스북의 사장이었던 션 파커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본사 건물 벽면을 장식해 달라는 요구였다. 최는 이 작업에 다소 완성되지 않은 스타일을 도입했다. 벽의 일부만 자신의 상징인 에로틱한 여성들로 덮은 뒤 그림 일부에 일본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의 2차원적 도안을 겹쳤다. 초현실적이고 터무니 없이 코믹한 모습들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는 스타일로 도박을 하지는 않았다. 최에게도 빌럼 데 쿠닝 같은 스타일이 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의 도박은 보수를 받는 방식이었다. 수천 달러의 현금을 받는 대신 그는 당시 수천 달러 대에 불과한 스톡옵션을 받았다.
그 탓에 이런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스프레이로 칠한 일련의 벽장식 작업의 대가로 아티스트가 사실상 2억 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 금액은 2008년 데미안 허스트가 세운 기록을 능가한다. 그 영국인 인습타파주의자는 자신의 전시회(‘Beautiful Inside My Head Forever’) 출품작 200품목가량을 모두 1억9800만 달러에 팔아 치웠다. 미술가 한 명의 경매로선 전례 없는 일이었다. 허스트의 사례는 최의 벽화작업 수입을 예외적인 일로 일축하기 어렵게 만든다(muddies the efforts to dismiss the Choe murals as an anomaly). 허스트 전시회의 특징은 비이성적인 거래가 연속됐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돈이 남아돌고 의욕 넘치는 영국인 구매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허스트와 최에게는 비교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허스트의 작품은 이미 소재 자체가 비싸다는 점이다. 포름알데히드의 수조에 넣은 뱀상어(a tiger shark)와 말 등 다수의 죽은 동물 등. 그리고 ‘황금 송아지(The Golden Calf)’는 황금 뿔과 발굽이 18캐럿 황금으로 만들어졌다. 허스트의 전시작품이 그렇게 잘 팔릴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최의 경우엔 벽화 값이 비싼 게 아니라 페이스북 스톡옵션 가치가 그렇게 오를 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벽화 또는 최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과는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미술품 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과열된 미술시장에서 있었던 문제다(the hyperventilated market has already seen to that). 그보다는 미술이 때로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오로지 상품으로만 취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격표는 분명히 중요하지만 그것은 작품 가치보다 당시의 시대상을 더 많이 말해준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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