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짬짜면’ 아이디어의 진화
패티 두장 햄버거서 4가지맛 피자까지
[Business] ‘짬짜면’ 아이디어의 진화
패티 두장 햄버거서 4가지맛 피자까지
서울 신사동의 한 중국집에서 2000년에 처음 개발한 ‘짬짜면(짬뽕+짜장면)’은 TV 드라마에서 소개된 후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릇 하나를 반으로 나눠 한쪽엔 짬뽕, 다른 한쪽엔 짜장면을 담았다. 중화요리점에서 둘 중 뭘 먹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짬짜면이 인기를 끌자 전용 그릇까지 나왔다. 지금도 많은 중화요리점에서 짬짜면을 팔고 있다.
그릇을 절반으로 나눠 두 가지 음식을 담는다는 이 단순한 아이디어의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지금까지도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후 중화요리점에서 짬볶밥(짬뽕+볶음밥), 탕짜면(탕수육+짜장면) 등 비슷한 메뉴가 계속 등장했다. 최근 식품브랜드 아워홈은 집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짬짜면’이란 상품을 개발했다. 특허상표로 등록된 짬짜면 그릇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냉면 전문점에선 ‘물비냉(물냉면+비빔냉명)’ 그릇으로, 샤브샤브 식당에선 쇠고기 육수와 해물 육수를 반반씩 나눠 담는 용기로 쓴다.
식품·외식업계가 최근 제품간 융합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짬짜면의 아이디어와 다르지 않다.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맛을 넣어 매출을 늘리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브랜드로 유명한 SPC그룹은 올 들어 3가지 종류의 케이크를 층층이 쌓아 만든 제품을 내놨다. 하나의 빵 속에 두 가지 앙금을 넣고 햄버거 속에 두 가지 종류의 패티를 나란히 배열한 제품도 인기다.
메뉴 선택 고민 한번에 해결외식업계가 기존 제품의 조합에 나선 이유는 최근 크게 늘어난 메뉴 때문이다. 업체별로 워낙 다양한 종류의 메뉴를 만들다 보니 상품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대표적인 예가 피자와 치킨이다. 과거 5~6가지에 불과했던 피자 메뉴가 최근에는 수십 가지로 늘었다. 피자 위에 올리는 토핑이나 피자의 바깥부분 빵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피자 종류는 더 늘어난다. 치킨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치킨은 양념과 후라이드 제품 밖에 없었다. 지금은 파닭, 갈릭치킨, 데리야끼 치킨 등 이름부터 다양해졌다. 소스에 종류, 제조방법, 닭고기 숙성 방법에 따라서 10가지가 넘는 치킨 종류가 생겼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소비자의 이런 고민 아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기존 제품을 합치기 시작했다. 도미노피자는 업계 최초로 소비자가 원하는 두 가지 피자를 반반씩 섞어 한판으로 만들 수 있는 마케팅을 펼쳐서 성공을 거뒀다. 다른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도 덩달아 비슷한 메뉴를 개발했다.
피자에땅은 피자 두 판에 네 가지 맛을 조합해 만든 세트 메뉴 ‘2판4판’을 내놨다. 미스터피자는 피자 한 판에 무려 네 가지 종류의 피자를 조합한 상품까지 출시했다. 치킨업계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한 두 가지 종류의 치킨을 한 박스에 담아 파는 서비스는 거의 모든 치킨 브랜드가 시행하고 있다.
단순 조합으론 실패할 확률 높아 무조건 맛있는 제품을 모은다고 더 맛있는 제품이 탄생하는 건 아니다. 적절한 조합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파리바게뜨의 ‘한 입에 두 번 반한 단팥크림빵’은 단팥빵과 크림빵을 합쳐서 만든 제품이다. 최적의 맛을 조합을 찾기까지는 7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 빵의 개발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스테디 셀러 제품인 단팥빵과 크림빵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개발을 시작했다”며 “최종 제품이 나오기까지 수천 개의 빵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 단팥크림빵은 한 달에 80만개씩 팔리는 파리바게뜨의 대표 상품이 됐다.
아이디어는 계속 진화한다. 최근에 파리바게뜨가 내놓은 ‘시크릿 케이크’는 다양한 케이크를 층층이 쌓아서 만들었다. 생크림 케이크, 쉬폰 케이크, 푸딩 케이크까지 한 번에 맛 볼 수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10만개를 판매했다. 파리바게뜨 측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권난기 상품마케팅 팀장은 “파리바게뜨가 케이크와 관련해 가진 기술력을 모두 녹여낸 제품”이라며 “버터, 생크림, 무스 케이크에 이은 4세대 케이크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단순할지 몰라도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이 숨어있다. 모든 게 정형화 돼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고객이 선택한 메뉴를 융합해 제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음식을 요리하는 자체가 번거롭기 때문에 가맹점 점주가 반발하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등장한 게 아예 잘 팔리는 몇 가지 메뉴를 골라 조합해 특정 상품으로 만들어 규격화 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선택하는 모든 제품을 조합해 주는 도미노피자와 달리 미스터피자는 회사측에서 미리 조합한 피자를 메뉴로 만들어 판매한다. ‘하프앤하프’, ‘몽땅4랑해’, ‘베셀로’ 같은 제품이 그런 예다. 미스터피자의 김지연 대리는 “단순히 잘 팔리는 제품을 모아서 만드는 게 아니라 맛과 영양을 모두 고려해 최상의 조합을 만든다”며 “조합이 맞지 않는 두 제품을 골라 섞으면 한 가지의 피자를 먹을 때보다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리아가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불새버거(불고기 버거+ 새우버거) 역시 인기 제품을 합쳐서 규격화한 상품에 해당한다.
제작 자체에 높은 기술을 요하는 경우도 있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와츄원’ 시리즈는 4~8 가지 조각 케이크를 모아서 만든다. 지난해 11월 출시 후 벌써 50만개 넘게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배스킨라빈스는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장비까지 도입했다. 영하 20℃에서 얼어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절단하기 위해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서다. 배스킨라빈스 김경우 마케팅 팀장은 “돌처럼 꽁꽁 얼어있는 아이스크림을 깔끔하게 절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곳은 우리 회사밖에 없다”며 “아이스크림마다 팽창하는 정도가 달라 높이를 맞추기 위한 비율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당분간은 제품을 융합하는 기술 개발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SPC그룹 홍보팀의 김현호 대리는 “소비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다행히 내놓는 제품마다 잘 팔리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맛의 조합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김지연 대리는 “피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음식인데 개인마다 먹고 싶은 피자도 다르다”며 “개성이 강한 요즘 소비자의 입맛을 생각하면 더 많은 맛을 조합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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