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tics religion] 미국의 문화전쟁 되살린 피임약
[politics religion] 미국의 문화전쟁 되살린 피임약
문화전쟁은 이미 다 끝난 얘기가 아닌가요(The culture wars are over, right)? 친절한 누군가가 피츠버그의 가톨릭 주교에게 그런 사실을 살짝 알려 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지난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방금 미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당신네는 어찌되든 말든 난 상관없어요(To hell with you)!’라고 말했습니다.”
동성결혼에 끈질기게 반대하는 매기 갤라거의 귀에도 조용히 문화전쟁은 끝났다고 속사여줬다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캘리포니아주의 동성결혼을 금지시킨 주민발의 8호를 연방 항소 법원이 간신히 무효화시킨 직후 갤라거는 이런 제목의 블로그를 올렸다. “제9연방 순회법원이 캘리포니아의 700만 유권자에게 하는 말: 당신들은 터무니없이 편견이 심한 사람들이요(You Are Irrational Bigots)!”
그에 질세라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도 종교적 원칙에 입각하지 않은 세속적인 사회(secular society)는 프랑스 혁명과 ‘길로틴(단두대)’의 부활을 부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미네소타, 미주리, 콜로라도주에서 기독교 신자 유권자들의 몰표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한편 유방암 퇴치 운동을 벌이는 ‘수전 G 코멘 큐어(Susan G. Komen for the Cure)’ 재단이 미국 최대의 낙태 시술기관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의 지지를 철회했을 때 반대측의 반응은 거의 흉포한 수준이었다(그 재단은 낸시 블링커가 36세에 유방암으로 생을 마감한 언니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당신은 당신을 가장 필요로 하는 여성들을 배신함으로써 죽은 언니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메리 엘리자베스 윌리엄스가 웹진 살롱(Salon)에 썼다. 코멘 재단이 다시 그 철회를 번복하자 철회를 주도한 낙태 반대론자 캐런 핸들(공화당)은 재단에서 사퇴하며 폭스 뉴스에 나와 이렇게 비난했다.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의 사악한 공격과 강압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성과 종교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공약으로 선출된 대통령 아래서 1990년대의 바로 그 정치가 갑자기 다시 돌아올지 누가 알았겠나? 그 대통령 자신이 공화당 우익 전체를 뜨거운 분노로 결집시킨 사안에서 갑자기 최종 판정을 내리게 될지 또 누가 알았겠나?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 첫 3년 동안 이런 논란을 피하는 능력을 하나의 우아한 예술로 발전시킨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런 오바마가 지난 1월 피임약과 피임수술, 사후 피임약을 건강보험 대상으로 의무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제안해 가톨릭과 복음주의 우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순수 종교기관은 예외지만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 대학, 자선단체 등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며 신자가 아닌 직원을 고용하는 기관은 반드시 포함돼야 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은 수정헌법 1조를 겨냥한 대통령의 전례 없는 공격(an unprecedented assault on the First Amendment)이라고 선언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조직 종교와 전쟁 중(at war against organized religion)”이라고 말했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으로(pouring more gasoline on the rhetorical fire)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척 콜슨 목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피임약 건보정책에 반대하는 ‘용감한’ 행위를 나치에 대한 가톨릭의 종교적 저항에 견주었다. 그 다음 주 오바마 대통령은 한술 더 떠(for good measure) 교회에 가는 모습을 자랑했다. 또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더 공평한 세제의 제안을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에 빗대 항변했다. “크게 축복 받은 사람으로서 내가 무엇인가를 기꺼이 포기한다면, 또 내가 받는 세금 혜택의 일부를 포기한다면, 그런 행동은 경제적으로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If I’m willing to give something up as somebody who’s been extraordinarily blessed, and give up some of the tax breaks that I enjoy, I actually think that’s going to make economic sense). 그러나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그 행동이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찾을 것’이라는 예수의 가르침과도 일치합니다(But for me as a Christian, it also coincides with Jesus’ teaching that ‘for unto whom much is given, much shall be required’).”
‘드라마를 연출하지 않기(no-drama)’로 유명한 오바마가 스스로 피하겠다고 다짐했던 종교전쟁에 깊이 빠졌다. 여러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피임약 건보정책 결정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아주 처참한 종교적 자유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2004년의 유령이 갑자기 어디선가 다시 튀어나온 듯했다(동성결혼을 둘러싼 문화전쟁으로 오하이오주와 대선 전체가 조지 W 부시의 편이 돼버렸던 그 유명한 대선 말이다). 그러자 일부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 민주당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행정부 내에선 빌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부터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까지 거의 모든 백인 남성 기독교인이 오바마의 결정에 반대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지지는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장관, 밸러리 재릿 백악관 수석보좌관 등 여성에게서 나왔다. 따라서 오바마는 단지 문화전쟁에 불을 지핀 게 아니라 종교와 성별 전쟁까지 일으켰다. 거의 전적으로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던 선거가 지금은 어디로 행방불명됐을까?
내가 보기엔 이 이슈와 관련해 갈등에 초점을 맞춘 언론의 대서특필과 오바마에게 악재가 되리라는 예측은 크게 잘못됐다. 현재 케이블 뉴스와 공화당 경선이 그런 이야기를 계속 부추길 따름이다. 케이블 뉴스는 갈등을 즐기며 시청률을 높이는 데 신경 쓰고, 공화당 경선에서는 뉴트 깅그리치와 샌토럼 같은 후보가 신앙이 공격받는다고 분노하는 복음주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공연한 소동은 문화전쟁의 재점화가 아니라 그 전쟁이 마지막으로 몰아쉬는 가쁜 숨이 아닐까 싶다(the last gasps of the culture war, not its reignition).
오바마는 신속한 뒷걸음질(swift walk-back)로 다시 한번 깜짝쇼를 연출했다. 지난 2월 10일 금요일, 오바마는 처음 제시한 정책을 수정해 아주 합리적인 절충안을 제의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종교 기관의 경우 피고용인이 피임약을 구입할 때 건강보험을 통해 비용을 부담해 주도록 의무화한 정책을 철회하며, 여성 근로자가 피임약을 구입할 경우 건강보험 회사로부터 직접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피임약 구입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을 개인이 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로써 가톨릭 신자는 신앙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않고, 여성은 피임약 보험 적용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그 결과 오마바 대통령에게 ‘루즈-루즈(lose-lose)’가 될 뻔했던 상황이 ‘윈-윈(win-win)’으로 바뀌었다. 대다수 가톨릭 신자들은 이 절충안에 만족할 듯하다. 가톨릭 건강협회와 플랜트 페어런트후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교들은 어떨까? 그들은 고집스러운 반대로 아주 큰 위험 부담을 떠안았다. 문화전쟁의 파도가 방향을 틀어 공화당 우익이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써먹어온 사회 분열적인 쟁점(wedge issues)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그들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모술수에 능한(Machiavellian) 관측통이라면 오바마가 한층 더 개선된 유인술(bait and switch)을 개발했다고 무릎을 칠지 모른다. 종교적 우익을 피임 반대파로 더 확실히 각인시키고, 무소속 여성 유권자들과 좀 더 진보적인 지지 기반을 결속시킬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년 간 오바마를 면밀히 관찰했다면 그에게서 단기적 전술 실책으로 보이는 일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는 전략적인 행동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잦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만약 오바마가 덫을 놓았다면 기독교 우익은 제 발로 거기로 걸어 들어간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미국인에게 피임약 비용이 건강보험에 포함돼 피임약을 무료로 구입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고 믿는지 물었더니 찬성이 55%, 반대가 40%였다. 같은 질문을 미국 가톨릭 신자들에게 했을 때 찬성이 전체 평균보다 많은 58%로 나왔다. 또 미국인 전체의 49%는 가톨릭 기관들이 건강보험으로 피임약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오바마의 원안을 지지했다. 여기서 또 다시 미국 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이 논란 많은 제안에 국가 평균보다 많은 52%가 찬성했다. 따라서 종교적 자유의 문제에서 미국인들은 거의 차이가 없이 균등하게 나눠지지만 오마바의 안에서는 찬성 쪽이 약간 많다.
피임 자체의 문제는 어떨까? 놀랍게도 여성 가톨릭 신자의 98%가 산아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실제로 피임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 문제를 개인 양심의 침해로 치부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아무도 의지에 반해 피임을 강요하지 않으며, 대다수 가톨릭 신자가 이미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피임약 사용이 문제 없다고 느끼고 보험적용을 원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피임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인 낙태와 달라야 마땅하다.
심지어 가톨릭 지도부도 과거엔 지금과 달랐다. 교황 요한 23세가 설립한 산아제한 연구 위원회는 일부 상황에선 경구피임약(oral contraception)을 허용하도록 건의했다(그후 1968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최후의 교황회칙을 발표해 모든 인공피임을 금했다). 게다가 실제로 지금 살아 숨쉬는 미국 가톨릭 신자 대부분 사이에서 이 문제를 두고 진정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그들은 일반 미국인 대다수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며, 오래 전에 이 문제에 관한 바티칸의 방침을 도외시했다. 아울러 사제들의 성추행 스캔들 이후로 그들이 성문제에서 주교의 도덕적 권위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더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오바마 대통령의 잠재적 정치 승리다. 진보주의자, 여성, 젊은층, 온건파만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의 표밭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주 발표된 오바마의 실용적인 절충안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제자리를 찾았고, 절충안 발표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아울러 타협을 절대 마다하지 않는 사람(a man willing to compromise)이라는 오바마의 평판이 더 빛나게 됐다. 무소속 유권자들에게 인기 있는 오바마의 핵심 강점 중 하나가 바로 그런 타협 능력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바마가 처음 제시한 원안이 좀 지나쳤다는 느낌이었다. 내 생각에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노숙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일에서 종교 기관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그들을 보상해 줘야 마땅하지 벌을 줘선 안 된다. 그리고 합리적인 한도 내에서 독자적인 건강보험을 도입할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 그들이 그런 좋은 일을 하는 한 가지 이유는 종교적 신념이다. 우리는 그 점을 칭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원들과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들은 이미 그 절충안에도 퇴짜를 놓았다. 그들은 그 안도 종교 기관에 피고용인의 피임약 비용을 강제로 부담시키는 원안과 마찬가지로 종교적 자유를 해친다고 선언했다. 절충안이 나오기 전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의 대변인은 완전히 세속적인 회사를 가톨릭 신자가 소유하거나 운영할 경우에도 직원의 건강보험에서 피임약을 제외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가 이 일을 그만두고 패스트푸드 식당을 낸다고 해도 의무적인 보험 적용을 받게 되지 않느냐?” 그 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톨릭 교리(doctrine)가 일반인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햄버거를 팔더라도 말이다.
이런 논리는 종교적 자유의 보호와는 상관이 없다. 종교와 아무 관련 없는 일반 직장에 고용될 때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 특정 종교 교리를 강요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가톨릭 지도부와 복음주의 우익이 목숨 바쳐 점령하고 사수하고 싶어하는 고지가 그런 교리의 강요라면 그들은 패해도 크게 패할 운명이다. 미국의 주교들이 오바마의 절충안을 두고서는 갑자기 비교적 자제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인지 모른다.
피임약은 어디서나 아주 인기가 높다. 보수주의의 보루로 알려진 미시시피주에서도 최근 사후 피임약을 금지하는 주법을 수정하려는 제안이 주민투표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피임약 이슈가 미시시피주 공화당의 지지도 못 받는다면 전국적으로는 보나마나다. 만약 주교들이 오바마의 절충안에도 반대해야 가톨릭 신자들도 자신들의 뜻을 따라주리라 생각한다면 대단한 현실 오판이다. 이 문제는 어쩌면 주교단과 신자들 사이의 분열을 가져오는 쐐기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에 득이 될지도 모른다.
오바마가 처음 제시한 원안이 뉴욕과 캘리포니아라는 미국 최대의 주 두 군데서 이미 법으로 시행 중이라는 사실은 공화당의 논리를 더욱 터무니없게 만든다. 더구나 미 연방기관인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2000년 피임약의 건강보험 제외를 위헌적인 성차별로 규정한 이래 모든 건강보험에 피임약이 의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당시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는 그 규정에 반대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제시한 절충안으로 오바마는 종교적 자유를 제한한 게 아니라 오히려 증진시켰다고 해야 옳다(So with this new compromise, Obama has actually increased religious freedom, not restricted it). 그래서 현재 소동을 일으키는 종교적 우파의 분노가 진짜인지 의심이 간다. 아울러 종교적 자유의 보호가 아니라 오바마의 발목을 잡으려는 정치운동의 핵심이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whether it is part and parcel of a political campaign against Obama rather than a defense of religious freedom).
만약 가톨릭 주교들과 기독교 우익이 오바마의 절충안을 거부한다면 그들은 견인력을 신속히 잃는 위치로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그들은 매번 사회적 이슈의 절충안을 거부했다. 원리주의적 경직성(fundamentalist rigidity)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들의 완전한 ‘결혼’ 권리(not full “marriage” rights)가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시민결합(civil union)’에 동의할 수 있었지만 둘 다 수용이 불가하다고 고집했다. 또 낙태의 부도덕성과 사악함을 범죄 행위로 처벌하기를 요구하지 않고 시민권 이슈로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울러 피임약의 건강보험 적용 문제에서 오바마의 절충안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비타협적인 원리주의(fundamentalist intransigence)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설득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 동안 동성결혼의 지지가 크게 늘었다. 지금은 미국인 과반수가 지지한다. 종교 집단 중에서는 유대인 다음으로 가톨릭 신자들의 지지가 높다. 백인 가톨릭 신자의 56%, 라틴계 가톨릭 신자의 53%가 동성 커플의 완전한 결혼 권리를 지지한다. 낙태 문제에서만 가톨릭 신자가 거부감이 크다(그래도 주교단의 수준은 아니다). 그 때문에 많은 가톨릭 신자가 피임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지지하는 듯하다. 특히 그들은 저소득층의 보험 적용을 선호한다. 낙태라는 훨씬 거대한 ‘악’을 막아준다는 생각 때문이다(because it prevents the far greater evil of abortion).
과거엔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들은 사회 문제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다양한 도덕적 주장을 저울질했다(weighed various moral claims to find a balance). 때로는 두 가지 ‘악’ 중에서 골라야 한다면 정도가 약한 ‘악’을 선택했다(Sometimes, the lesser of two evils was preferable). 예를 들어 수세기 동안 토마스 아퀴나스를 포함해 많은 가톨릭 신학자는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는 시점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이 아니라 임신 중기(second trimester, 임신 15주~28주)의 어느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수세기 동안 가톨릭 교회는 성직자의 결혼을 허용했으며, 가톨릭 신자들은 음식 공급관 등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행위가 자연스러운 죽음에 배치된다고 믿었다. 누구보다 기독교인은 원칙적으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두 교황은 이런 전통 깊고 온건하며 실용적인 사고를 거부했다. 그들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 신중한 균형잡기를 적대시하고 점차 경직되고 원리주의적으로 변했다. 그들의 급진적인 원리주의(radical fundamentalism)는 제2차 바티칸 공회(the Second Vatican Council)의 취지와 너무도 멀고 수많은 일반 가톨릭 신자의 신뢰도 얻지 못한다. 결국 기독교의 핵심 가치를 무시하고, 신자들을 설득하지도 못하며, 갈수록 정치화됐다.
가톨릭과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피임 같은 문제에는 집착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문제에는 너무도 무심한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이전의 부시 행정부가 연루된 포로 고문, 규제 없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사회 불평등(social inequality fostered by unfettered capitalism),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지지해야 할 전국민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care), 부당한 사형 집행(the unjust use of the death penalty) 등의 문제 말이다. 그래서 젊은 복음주의 신자들도 소외감을 느낀다. 그들은 기성 세대가 집착하는 성과 관계된 부차적 문제(sexual sideshows)보다 가난, 교도소 내의 성폭행, 인신 매매, 그리고 예수가 강조한 불의(injustices)에 다시 집중하고 싶어한다.
정치 문제로 돌아가 보자. 공화당과 바티칸의 결합도 당으로서는 엄청난 실수일지 모른다. 오바마의 뛰어난 장기는 상대가 과욕을 부려 자멸하도록 유도하는 능력이다(Obama’s greatest skill is in getting his opponents to overreach and self-destruct). 이번의 피임약 문제는 극우파 가톨릭과 복음주의 신자를 끌어들일 진정한 잠재력을 가진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될 쟁점이다. 샌토럼 후보를 말한다. 만약 공화당이 몇 달 간 이 쟁점을 핵심 이슈로 끌어간다면 어느 후보보다 샌토럼(지난주 세 곳에서 잇따라 승리한 후 선거자금으로 이틀 동안 22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주장한다)이 가장 큰 득을 볼 입장이다. 마침내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을 샌토럼을 중심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특히 롬니케어(Romneycare, 공화당의 대선 선두주자 중 한명인 미트 롬니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제정한 건강보험제도)는 오바마의 피임약 건보정책 원안(절충안을 제시하기 전)과 똑같기 때문에 그 문제에선 롬니가 샌토럼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사실이 그렇다. 이제 롬니케어는 피임약 문제에서 오바마의 절충안보다도 더 좌익에 속한다(Romneycare can now accurately be portrayed as falling to the left of Obamacare on the contraception issue). 따라서 이 문제는 마침내 종교적 우익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만하다. 특히 남부에서 그렇다.
샌토럼이 오는 3월 6일 ‘수퍼 화요일(Super Tuesday, 이날 하루 총 11개 주에서 경선이 치러진다)’에 이 이슈를 어떻게 활용할지 상상해 보라. 어쩌면 실제로 샌토럼이 피임약 이슈로 공화당의 대선후보 지명을 굳힐지 모른다(In fact, it could be the issue that wins him the nomination). 하지만 그렇다고 오는 11월 본선에서 그 문제가 오바마에게 악재가 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필자는 미국의 정치평론가로 블로그 ‘The Dish’로 유명하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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