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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전남 진도] 홍어 사촌 ‘간재미’ 서해안 최고 횟감

[Travel 전남 진도] 홍어 사촌 ‘간재미’ 서해안 최고 횟감

간재미는 가오리 새끼를 이르는 말이다. 충청도에서는 갱개미, 경상남도 해안에서는 노랑가부리 등으로 불린다. 흑산도 사람들이 ‘참홍어’라 부르는 홍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다. 홍어는 ‘가오리과’의 일종이니 간재미는 홍어와 사촌 격이다. 홍어는 요즘 먼 바다에서 잡힌다. 반면 간재미는 주로 연안에서 살고, 조업 반경도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갯가에 사는 사람들은 흔히 ‘뻘이 좋아야 고기 맛이 좋다’고 말한다. 갯벌에 사는 간재미는 서해안 지방 최고의 횟감이다. 또한 사시사철 잡히기 때문에 어부나 주민 모두에게 친근한 어종이다. 특히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에는 간재미가 제 맛이다. 어부들은 “수온이 낮을수록 간재미 살이 더 부드러워진다”고 말한다.



수온 낮을수록 맛있어전남 진도 서쪽에서 잡히는 청룡리 펄 간재미는 특히 유명하다. 중국 대륙을 바라보며 내륙으로 깊숙이 파고든 청룡리 개펄은 영양분이 많아 예로부터 게·메기 잡이가 성했던 곳이다. 마을 앞 개펄에 그물만 쳐놔도 고기가 가득 들었다. 진도 사람들에게 간재미는 홍어보다 더 친근하다. 전남 신안과 해남 우수영을 면하고 있는 진도 서쪽 바다는 예전부터 간재미가 많이 잡혔다. 그래서 진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보다 생 간재미를 즐겨먹었다. 그러나 외지 사람들은 간재미는 잡고기 등속으로 알고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이다. 또 어획량이 줄지 않고 있어 양식을 할 필요가 없다. 진도 사람들이 여전히 간재미를 즐겨 먹는 이유다.

청룡리에서는 작은 어선 6척이 조업한다. 주로 주낙(줄낚시)으로 고기를 잡는 작은 연안연승 어선이다. 봄에는 간재미·농어, 여름에는 민어, 가을에는 감성돔을 낚는다. “뻘에서 사는 간재미는 때깔이 누르스름해요. 겨울에서 봄까지는 특히 살이 부드러워서 껍질을 안 벗기고 먹어도 부들부들해. 부드러운 놈은 홍어 안 삭힌 놈하고 맛이 비슷해요. 야들야들하고 씹을수록 맛이 나제.” 진도에서만 30년 넘게 배를 탄 김승렬(57) 선장의 말이다. 흔하디 흔한 간재미는 한때 종적을 감출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예전 고대구리(저인망) 배들이 한창일 때, 씨가 말랐어요. 노무현 정부 때 고대구리 배들을 보상을 해줬지만 척수는 줄었죠.”



야들야들한 맛 안삭힌 홍어 같아간재미 주낙은 5월까지 이어진다. 수온이 따뜻해지는 여름에는 간재미가 찬물을 따라 먼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조업이 마감된다. 진도 서쪽 간재미는 출신으로 치면 서해안 간재미의 성골이다. 김승렬 선장은 “진도 동쪽에서 조업하는 선장들이 이쪽으로 간재미를 사러 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간재미는 전남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현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김승렬 선장을 비롯한 청룡리 어촌계(061-544-5445)에 문의하면 택배를 통해 싱싱한 간재미를 구할 수 있다.

껍질째 먹어도 무방한 겨울 간재미는 회무침이 제격이다. 진도읍에는 간재미 회무침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몇곳 있다. 읍내 문화횟집 김규례(71) 할머니는 진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회무침 솜씨를 자랑한다. “누구한테 배운 것은 아니고 식당 일 하면서 어깨 너머로 배웠제. 새콤달콤한 맛이 나게 무쳐요. 식초도 붓고 설탕도 넣고.”

할머니는 25년 동안 간재미 회무침을 했지만 아직도 정해진 레시피 없이 눈짐작으로 양념을 한다. 500g짜리 간재미 1마리로 두세 사람이 먹을 만한 양을 만든다. 살짝 데친 미나리 한주먹, 채를 썬 무 한주먹, 고춧가루 1국자(中), 식초 1국자(中), 설탕 1국자, 소금 1숟갈(小) 정도다. “어떻게 하든 새큼달큼한 맛을 내면 돼. 그것이면 그만이여.” 김규례 할머니의 원칙이다.

“찜은 다른 것이 없어. 산 채로 쪄서 양념을 잘해야지.” 김규례 할머니는 막 쪄낸 간재미 한 마리를 배 부분이 보이도록 소쿠리에 담아 가져와서 손님상에 놓고 직접 양념을 발랐다. 숙성한 초고추장에 마늘 등을 넣고 만든 양념장이 할머니의 비법. 젓가락을 대자 일그러지듯 부서진다. 살짝 삶았다고 하는데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다. 식감이 홍어찜에 비해 훨씬 부드럽다. 또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도 없다.

광주 ‘백수간재미집’ 국순배씨는 30년 경력의 한식 조리사다. 8년 전 간재미 전문점을 열었다. 그는 무조건 산 간재미를 재료로 쓴다. “간재미는 무조건 산 놈으로 해야 제맛이 나요. 홍어하고 맛이 같다고 보면 돼요.” 횟감을 만드는 장면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살아있는 간재미를 신문지로 쓱쓱 문질러 표면에 묻은 점액을 닦은 다음 곧바로 산 간재미 살점을 뚝뚝 떼어낸다. 살이 연한 겨울철에 껍질째 포를 뜨기도 한다. 회무침은 새콤달콤한 맛의 진수다. 또 초고추장 양념을 한 간재미찜과 맑은 간재미탕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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