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MILITARY] 오바마의 비밀병기
OBAMA’S SECRET ARMY
- [US MILITARY] 오바마의 비밀병기
OBAMA’S SECRET ARMY

2009년 4월 아프리카의 뿔(the Horn of Africa,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북동부 10개국이 위치한 아덴만 남쪽 반도) 근해에서 미국 켄터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소말리아 해적의 습격을 받았다. 그 배의 미국 선원들이 해적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선장 리처드 필립스(53)를 인질로 잡은 해적들은 덮개 있는 구명정(covered lifeboat)을 타고 도망쳤다. AK47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해적들은 갑판 아래 필립스를 억류하고 몸값 200만 달러를 건네지 않으면 사살하겠다고 협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세 달밖에 되지 않은 그 짧은 기간에 이미 파키스탄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를 표적으로 하는 무인항공기 공격을 승인했고,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1만7000명을 증파하는 등 군사작전의 집중훈련(a crash course in battlefield management)을 받은 터였다. 그러나 그처럼 미국 인질이 포함됐고 정치적 위험 부담이 큰 공개 표적제거 작전에 직접 개입한 적은 없었다. 미 해군 네이비실(SEAL)의 팀 식스를 지휘한 적도 없었다. ‘그림자 전쟁’에서도 가장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의 최정예 특전부대를 말한다(the elite “tier one” commandos who carry out many of the darkest missions in the shadow wars).
상황 초기에 미 해군은 무력사용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군 지휘부는 이미 구축함 베인브리지호와 호위함 핼리버튼호를 포함해 소규모 함대(a small armada)를 현장에 파견한 상태였다. 수송기가 네이비실 대원들을 실어다 소형 고무보트와 함께 인도양에 투하했다. 사건 사흘 째인 4월 11일, 오바마는 마침내 무력 사용을 승인했다. 하지만 필립스 선장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했다(but only if the captain’s life was in imminent danger).
백악관 상황실에서 군사 보좌관들이 사태를 추적하는 동안 오바마는 자주 그곳에 들러 최신 상황을 보고 받았다. 네이비실 팀 식스의 저격수들은 최대한 시야를 확보하려고(to maximize the chances of getting off clean shots) 서로 다른 배에 자리잡았다. 미 해군은 해적들이 탄 구명정의 진로를 가로막으려고 일종의 ‘덫’을 놓았지만 해적들은 운좋게 그 덫을 피해갔다(the pirates, by sheer luck, “waltzed” around it)고 그 작전에 참여한 한 소식통이 전했다. 그동안 해적들은 해변으로 점점 다가갔다. 그들이 인질과 함께 소말리아 해안에 상륙한다면 구출작전은 훨씬 어려워질 판이었다. 네이비실의 고무보트들이 해적들 주변으로 바짝 다가가 ‘밀치며 진로를 방해하는(shouldering and blocking)’ 전술로 해변 접근을 견제했다.
부활 주일인 4월 12일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졌을 때 베인브리지호 고물에 자리잡은 네이비실 저격수들이 해적을 사살하기 용이한 시야를 확보했다. 그러나 덮개 달린 구명정이 파도 위에서 흔들거렸기 때문에 명중시키기가 어려웠다(But with the covered lifeboat bobbing on the water, it was still difficult to get clean shots). 저격수들은 소총에 야간 조준경(night-vision scopes)을 부착하고 때를 기다렸다. 어느 순간 해적 두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 번째 해적이 필립스 선장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보였다. 각 저격수는 정확히 총을 한 방씩만 쐈다. 단 세 발로 해적 세 명이 사살됐다(Three shots, three dead pirates). 네이비실 공격팀이 구명정에 올라 필립스 선장을 구출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 직후 백악관에선 관리들이 임무 성공을 조용히 자축했다. 너무도 많은 일이 틀어질 뻔했다(So much could have gone wrong). 만약 실패했더라면 공화당으로부터 무기력하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었다(a botched job would have invited charges of fecklessness from Republicans). 나약한 대통령으로 놀림 받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 견주어지는 일도 불가피했다. 군 지휘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통령 각하, 성공했습니다(Mr. President, it worked out). 실패했다면 내 목이 달아났을 겁니다(But if it hadn’t, it would have been my ass).” 한 군사 보좌관이 오바마에게 말했다. “우리 전부의 목이 달아났을 거요(It would have been our ass)”라고 오바마가 받아쳤다.
오바마는 다양한 형태의 작전 수행에서 갈수록 ‘특전대원들(special operators)’에게 더 많이 기대고 싶어한다. 예산은 줄어들고, 도처에 숨은 적의 꼬리를 좀처럼 잡기 힘들며, 미국의 군사 점령은 혼란의 수렁에 빠져 국민이 넌더리를 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최정예 부대의 정밀 작전이 갖는 가치는 분명이 크다(the value of pinprick operations by elite forces is clear). 미 특전사(Special Operations Command)의 예산은 2001년 이래 두배 이상으로 늘어 105억 달러에 이르며, 직전 건수도 네 배 이상 늘었다.
이제 윌리엄 H 맥레이븐 특전사령관은 더 많은 예산과 재량권을 요구한다. 2월 12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맥레이븐은 “전통적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어두운 구석에서 활동해 온 특전부대에 더 큰 역할을 부여하라”고 요구했다(pushing for a larger role for his elite units who have traditionally operated in the dark corners of American foreign policy). 그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특전부대의 활동을 확대시키려 한다. 아울러 작전의 융통성과 속도를 감안해 필요한 곳에 병력과 장비를 임의로 이동시킬 권한도 원한다.
어쩌면 당연한 요구일지 모른다. 지금은 특수작전이 긴히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This is a Special Ops moment). 특히 네이비실은 전례 없이 용맹을 떨치며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 그들은 지난해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로 오랫동안 숨어지내던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고, 바로 지난 1월에는 소말리아에서 인질로 잡혔던 구호요원 두 명을 구출했다. 정부가 무능하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시기에 네이비실은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미국 국민의 사기를 북돋워준다(a morale booster).
네이비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실제 현역 대원들이 출연한 장편 영화 ‘액트 오브 밸러: 최정예 특수부대(Act of Valor)’ 제작에 군이 적극 협력한 이유도 그런 인식에서 비롯된 듯하다.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원래 네이비실의 모병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기획됐지만 군 내부 일각에서는 그런 영화 제작이 어리석을 뿐 아니라 적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비난한다.
오바마는 갈수록 가치가 커지는 특전부대의 필요성과 그들의 임무 확장이 미치는 전략적 영향을 냉철히 평가해 양자간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쓴다. 위험성을 감안하는 태도는 너무도 당연하다. 임무 변경(mission creep, 의도치 않게 원래의 목표를 벗어나 임무가 확장되는 형태), 자만심(hubris),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 같은 재앙이 따를 가능성 때문이다.
영화 ‘액트 오브 밸러’의 경우도 자만심의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군이 영화제작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 이 영화에서 드러난다. 박력 있는 액션은 인상적이지만 연기와 대본은 너무 어설프다. 예를 들어 한 대원은 위험한 임무를 부여 받고 낙하산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동료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봐, 여기서 이보다 더 나은 유일한 일은 말이야... 아버지가 되는 거야. 기저귀 갈기 같은 일을 제외하면 말이야(Except for that whole changing-diapers thing).” 그보다는 2013년 개봉 예정인 머스크 앨라배마호 사건을 소재로 한 톰 행크스의 영화가 훨씬 나을 듯하다.
자만심이 다른 쪽으로 발휘되면 인명 희생이 따르고, 오랫동안 미국의 이미지가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몇몇 미국 외교관과 심지어 일부 장교마저 특전사의 역할과 권한 확대에 우려를 표한다. 비판자 중 일부는 특수작전 대원 수를 더 늘리면 그리 ‘특수하지’ 않게 된다(if their numbers bloat further, won’t be so special anymore)고 우려한다. “특수작전의 관건은 양이 아니라 질(The whole idea of Special Ops is quality, not quantity)”이라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21세기 국방제안 책임연구원 피터 싱어가 말했다. “얼마나 몸집이 더 비대해져야 가라앉을까(how big could it reasonably get before it gets bogged down?) 하는 걱정이 군 내부에서도 많다.”
비밀 임무에는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또 현실적으로도 문제가 따른다. 마지막에 방아쇠를 당기는 대원보다 그 점을 더 잘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Few people are more aware of that than the man who ultimately pulls the trigger). 그런 난해한 임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균형 잡힌 시각은 2009년 9월의 중요한 작전에서 잘 드러났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군은 살레 알리 살레 나브한을 수년 동안 뒤쫓았다. 그는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일어난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의 용의자였다. 게다가 케냐 몸바사의 이스라엘인 소유 호텔을 표적으로 한 자살폭탄 테러를 포함해 동아프리카의 여러 치명적인 공격에 직접 연루된 인물이었다. 그는 알카에다와 소말리아 현지 무장단체 사이의 중요한 연락책으로 테러단 네트워크의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를 사살해도 득이 많지만 생포하면 더 가치가 컸다.
미국 정보 장교들은 몇 달 간 그를 감시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브한이 소말리아 남부의 오지 사막 도로를 따라 이동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9월 어느 날 초저녁, 약 40명의 미국 관리가 원격 화상회의를 통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다. 회의는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 주재했다. 간단한 소개 후 그는 맥레이븐 제독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맥레이븐은 당시 연합특전사령관(JSOC)으로 군에서 테러리스트 수색에 가장 경험이 많은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나브한은 수 개월 동안 철저한 감시를 받았다. 그는 대부분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머물렀다. 공격을 감행하기에는 민간인이든 미군이든 인명피해의 위험이 너무 컸다. 그러다 드디어 네이비실이 기다리던 아주 짧은 기회가 왔다.
맥레이븐은 나브한 일행이 곧 수도 모가디슈에서 출발해 해안도시 바라아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대표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텍사스주 출신으로 네이비실 대원이었던 사각턱의 맥레이븐은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해 둔 ‘작전 개념(Concepts of Operation)’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몇 가지 방안과 각 방안에 필요한 군사 하드웨어와 부수적인 피해 예상(collateral-damage estimates)이 간략히 제시됐다.
첫 안은 소말리아 근해에 대기하던 전함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나브한을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미군 인명피해 측면에서 가장 위험이 적은 방안이었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미사일이 빗나가 민간인이 희생된 사례가 많고, 목표를 명중시킨다고 해도 반드시 목표가 제거된다는 보장이 없다(even when they strike their target, they don’t always take it out). 그런 미사일 공격은 부시 행정부가 사용한 전형적인 방식이었다(Such missile strikes had been a hallmark of the Bush administration). 부시 백악관은 걸핏하면 “죽이든 생포하든 상관없다(dead or alive)”고 말했지만 소말리아 같은 무법 지대에 들어가 직접 수행하는 반테러 작전에는 대부분 몸을 사렸다.
둘째 안은 헬기를 동원한 공격이었다. 실수 가능성이 적은 방안이었다. 소형 공격 헬기를 이용하면 대원들이 “육안으로 표적을 확인하기가 쉽다(look the target in the eye and make sure it was the right guy)”고 한 군사 전문가가 말했다.
마지막 안은 ‘잡아채서 붙들기(snatch and grab)’였다. 나브한을 생포하는 대담한 작전을 뜻했다. 순전히 전술적 관점에서 보자면 생포안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가치 높은 표적에서 얻는 정보는 테러전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Intelligence from high-value targets was the coin of the realm in the terror wars). 반면 가장 위험하다.
그날 저녁 아무도 언급하진 않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을 무겁게 짓누르는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소말리아에서 감행된 다른 생포 작전이었다. 참석자 다수는 1993년 10월 주요 국가안보 기관에서 근무했다. 당시 소말리아 군벌을 생포하려던 작전은 어이없는 실패로 돌아갔다. ‘블랙 호크 다운’ 사건을 말한다. 그 작전의 실패로 육군 레인저 부대원 18명이 모가디슈 거리에서 숨졌다. 그 직후 알카에다 지도부는 초강대국 미국을 물리칠 수 있다고 의기양양했다. 대니얼 벤저민 미 국무부 대테러 조정관은 그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말리아, 헬기, 생포(Somalia, helicopters, capture). 그 단어의 조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I just don’t like the sound of this).”
그날 저녁 늦게 회의가 끝났을 때 실행 가능한 유일한 계획이 사살임(lethal one)이 확실해졌다. 곧 오바마는 ‘천칭(Celestial Balance)’ 작전을 승인했다. 임무는 네이비실 팀 식스에 부여됐다. 연합특전사령부 소속의 미 해군 특수전 개발 그룹(DEVGRU)이 공식 명칭이다. DEVGRU는 네이비실에서도 최정예 팀으로 그 대원들은 다른 팀을 ‘바닐라(vanilla, ‘시시하다’는 뜻)’라고 부른다.
다음 날 아침 소말리아 마을 주민들은 저공 비행하는 여러 대의 공격용 헬기가 지평선 너머 떠오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소말리아 근해의 미 해군 전함에서 이륙한 AH6 리틀버드 헬기들은 나브한 일행의 차량 에 접근해 기총 소사로 나브한과 여러 무장대원을 사살했다. 헬기 한 대에서 대원 몇 명이 잠시 내려 나브한의 시신 일부를 수거했다. 그의 사망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DNA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그런 작전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 중 하나는 ‘민감한 장소 탐사(SSE: Sensitive Site Exploitation)’다. 특전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을 통해 최고의 정보는 주로 작전 후 잔해 조사에서 나온다(the best intelligence often comes from sifting through after-action debris)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테러리스트 표적의 사살만이 아니라 그들의 소지품을 뒤지는 일(to rummage through their belongings)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첩보요원들이 ‘호주머니 속 물건(pocket litter)’이라고 부르는 정보 가치가 있는 소지품을 말한다. “거기서 정치적 갈등이 생긴다”고 한 국방부 관리가 말했다. “그날부터 우리는 SSE를 목적으로 대원들을 현장에 파견하려고 했지만 대통령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사안이 특전사와 행정부 사이의 갈등 요인이 된다.” 반면 행정부의 한 관리는 대통령이 가진 의문 중 몇 가지를 국방부가 잘못 이해했다고 말했다. 나브한 사건이 말해주듯 오바마는 그 작전에 반대하지 않았다. 단지 사례별로 비용편익분석을 원했을 뿐이다(he just wanted to do cost-benefit analysis on a case-by-case basis).
오바마는 분명히 특전대원들의 정밀한 공격(precision)과 전문성(professionalism)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주 코로네이도의 네이비실 훈련소 연병장에는 현판 하나가 높이 걸려 있다. 거기에는 모든 입소자들이 마음 깊이 공감하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편한 날은 어제 뿐이었다(The only easy day was yesterday).” 훈련이 갈수록 더 고생스럽다는 뜻이다. 교관들은 훈련 임무에서 “모든 일이 잘못되도록” 의도적으로 상황을 연출한다고 돈 만(53)이 말했다. 그 역시 네이비실 출신으로 ‘네이비실 팀 식스의 내부(Inside SEAL Team Six)’라는 책을 썼다. 훈련용 모의 공격에서는 예상치 않았던 부비 트랩이 등장하고, 휴대 장비가 고장나며, 뜻밖의 저격수를 만난다. “대다수 대원들은 진짜 임무를 수행한 뒤 식은 죽 먹기였다고 말한다(they will get off a real mission and say that was a piece of cake)”고 만이 설명했다. “실제로 그런 게 아니라 어려운 훈련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어려운 훈련을 아무리 많이 해도 생사가 걸린 실전 상황(life-and-death situations)에서 배우는 교훈을 얻지는 못한다. 특전대원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작전수행 기술을 잘 다듬을 기회를 가졌다. 물론 그렇게 실전에서 갈고 닦은 기술도 무용지물인 때가 있다. 2010년의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네이비실 팀 식스는 탈레반에게 억류된 스코틀랜드 구호요원 린다 노그로브와 아프가니스탄인 동료 세 명을 구출하려고 여명에 기습을 감행했다. 불운하게도 특전대원 한 명이 던진 수류탄에 노그로브가 사망했다. 물론 특전대원 자신도 목숨을 잃는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헬기가 격추되면서 22명이 숨졌다. 네이비실 출신으로 회고록 ‘네이비실 팀 식스(Seal Team Six)’를 집필해 빈 라덴 사살 한 주 뒤에 출간한 하워드 워스딘은 특수작전 임무 자체에 높은 위험이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대원들 사이에는 ‘한시가 아까울 정도로 부지런히 살고, 일찍 죽고, 훼손되지 않은 반듯한 시신을 남겨라(Live fast, die young, and leave a good-looking corpse)’는 말이 격언처럼 나돌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으로 특전대원들과 그들의 지휘자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작전(cross-border operations)’에도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그런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07년 이라크에 저항세력이 준동했을 때(when the insurgency was raging in Iraq) 알카에다 전사들이 대거 시리아 국경을 넘어와 미군을 상대로 한 전투에 가담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시리아 정부가 도움을 줬거나 못 본 체했다(looked the other way)고 믿었다. 부시 행정부는 시리아 정부에 외교적 압력을 넣어 그런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2008년 10월 미 중부군 사령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대장은 시리아 내부에 침투하는 대담한 헬기 공격을 지시했다. 블랙 호크 헬기에서 특전대원 24명이 이라크 국경에서 약 10km 떨어진 수카리야 마을에 투하됐다. 임무는 아부 가디야의 사살 또는 생포였다. 외국에서 이라크로 알카에다 전사들을 동원하는 일을 맡은 현지 지도자였다.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아부 가디야를 포함해 테러리스트 9명이 사살됐다. 특전대원들은 전원 무사히 귀환했다. 그러자 시리아는 수도 다마스쿠스의 미국 기관들을 폐쇄했고, 유엔에 항의했다. 비밀리에 수행된 그런 작전도 많다. 결국 일시적이긴 했지만 알카에다 공급선은 효과적으로 차단됐다.
테러리스트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나라나 일부 무법 지역에선 그런 작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어떨까? 영화 ‘액트 오브 밸러’는 네이비실 대원들이 코스타리카, 대양, 소말리아, 멕시코 등지를 계속 이동하며 세계 전역을 전쟁터로 삼는 모습을 보여준다(그들은 멕시코군과는 협력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완전히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실에서 그들은 많은 합동 작전에 참여하지만 세계에 특전대원들의 독불장군식 할리우드 이미지를 투사하면 역효과가 날지 모른다.
그런 ‘람보’식 접근법은 외교와 갈등을 빚기 쉽다(The Rambo approach doesn’t always sit well with diplomats). 미 국무부 차관보를 지냈고 현재 워싱턴의 한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로널드 노이만은 이렇게 말했다. “적대적 관계에 있지 않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 대원들이 표적을 제거하기 시작하면 심각한 외교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세계경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무가 실패로 돌아갈 위험도 있다. 그러면 세계 어디엔가 우리 대원들이 포로가 된다.”
CIA나 민간 기관들은 철저한 감시와 관리의 대상이지만 군은 예외라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연합특전사의 주요 장점인 작전의 효율성(operational efficiency)과 감독의 필요성(need for oversight)을 균형 맞게 가져가는 방법”이라고 특수전을 주제로 한 전자책의 공동저자인 마크 앰빈더가 말했다. 군 내부의 비판자들도 나름대로 우려가 있다. “요즘처럼 작전의 세부 내용이 계속 밝혀지면 적들의 매복을 당하기 쉽다”고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제임스 보트 퇴역 육군 중장이 지적했다. 그는 맥레이븐 특전사령관에게 이렇게 직접 말했다. “내 말을 명심하시오(Mark my words). 미디어 노출을 중단하시오(Get the hell out of the media)!” 보트는 작전이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지 잘 안다. 그는 1980년 이란에 억류된 미국 인질들을 구출하려던 특전대를 지휘했다. 항공기가 모래폭풍에 휘말리고 뜻하지 않은 문제가 터지면서 그 작전은 대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맥레이븐은 이제 시대가 달라져 군도 좀 더 개방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소셜 미디어에다 언론과 24시간 뉴스 사이클이 지배하는 요즘 미디어를 무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맥레이븐이 말했다. “미디어는 우리의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우리의 실패 사례가 미디어에 노출되는 상황도 우리가 주의를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며, 우리가 일을 더 잘 하도록 만들어준다.”
맥레이븐은 ‘액트 오브 밸러’도 과거 할리우드의 묘사보다 한층 진화된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옹호했다. 그는 그런 이미지가 모병 수단으로서 갖는 가치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결부시켰다. 그는 존 웨인이 출연한 1960년대 영화 ‘그린베레’를 본 뒤 군과 특전대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His infatuation with the military and Special Ops began, he said, when he saw John Wayne in The Green Berets).
[With DANIEL STONE and ARAM ROSTON in Washington, D.C., and R.M. SCHNEIDERMAN in New York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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