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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윤용로 외환은행장 - 잃어버린 9년 딛고 재도약 노린다

[CEO] 윤용로 외환은행장 - 잃어버린 9년 딛고 재도약 노린다

윤용로(67) 외환은행장이 2월 22일 공식 취임했다. 지난해 5월 외환은행장으로 내정된 후 9개월 만이다. 이날 외환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24대 외환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2004년 1월 로버트 팰런 행장이 외환은행을 맡은 후 9년 만의 한국인 행장이다.

윤 행장은 취임사에서 “매우 오랜 기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직원의 고통과 아픔이 많았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외환은행이 세계 일류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따끔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외환은행은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인 해외 영업과 외국환, 기업금융, 신용카드 분야에서 최근 몇 년 간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들 분야에서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행장과 외환은행의 인연은 각별하다. 1977년 행정고시(21회)에 수석으로 합격한 윤 행장은 사무관 시절 때인 1989년 외환은행의 민영화 작업을 담당했다. 외환은행은 1967년 설립 당시 외국환 전문 특수은행으로 출발했다. 정부의 수출 확대 정책에 따라 외환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1989년 특수은행에서 일반은행으로 탈바꿈 했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 담당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이제 물러날 때도 외환은행을 거치게 됐다”며 “외환은행을 잘 치유하고 좋은 은행으로 만들어놓고 나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을 맡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 입구역에서 1번 출구로 나가면 하나은행 본점이 나오고 5번 출구로 나가면 외환은행 본점이 나온다. 두 은행 간 거리는 불과 걸어서 5분 거리. 그러나 잠깐 걷기가 은행 금고 열기보다 어렵고 복잡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냐 아니냐의 논란과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라는 벽에 부딪혔다. 금융위원회는 9년 만인 1월 27일에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계약을 한 지 14개월 만에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았다.



5년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1여년 간 하나금융 인수에 결사반대 한 노조도 최근에야 한걸음 물러섰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후 외환은행 독립법인 존속, 편입 5년 경과 후 하나은행과 합병 협의, 합병 때 대등합병 원칙 적용, 임금체제 현행 유지 등 7가지 사항에 합의하면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2월 17일에 손을 잡았다. 김 노조위원장은 2월 20일 오전 8시 30분에 행화인 장미 꽃다발을 들고 외환은행으로 첫 출근한 윤 행장을 맞았다.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이어진 갈등과 반목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다. 윤 행장은 우선 조직 추스르기에 나서야 한다. 윤 행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그는 “조직 개편과 인사를 빨리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서에서 외환은행 임원진에 외환은행 출신을 과반수 이상 유지하기로 했다. 그런 만큼 큰 폭 인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대신 조만간 외환은행과 통합작업을 전담하는 미래기획추진단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경영진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 이외에 장명기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경영진에 합류할 전망이다.

외환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숙제다. 외환은행은 2003년에 론스타에 인수된 후 제자리 걸음을 했다. 지점수와 자산이 늘지 않았다. 론스타가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빼가기 일쑤였다. 2조1000여억 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지금까지 받은 배당과 지분 매각 대금은 6조8000여억 원에 이른다. 매각 차익만 4조6000억 원이 넘는다. 윤 행장은 “(외환은행이) 외국계 펀드에 인수되면서 가치가 많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며 “하나은행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외환은행의 옛 아성과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일조하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 점포를 가진 외환은행의 장점을 살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나금융이 그동안 8개국에 진출하는 데만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10년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이미 세계 22개국에 진출해 있다. 윤 행장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금융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하나금융이 구축한 중국,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잇는 아시아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행장은 하나금융에서 글로벌담당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해외 영업망을 복원할 방안을 모색해 왔다. 최근 하나금융이 미국 LA에 있는 한인 교포은행 ‘새한은행’의 모회사인 ‘새한뱅콥’과 맺은 지분인수 계약을 주도한 것도 윤 행장이다. 새한은행의 경영은 외환은행이 맡을 예정이다.



민영화 이어 재도약 숙제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내느냐도 윤 행장의 과제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시너지가 극대화되면 하나금융은 소매금융 분야에서 가계대출 부문 국내 2위, 프라이빗뱅킹(PB) 영업 부문 국내 1위에 오르게 된다. 기업금융 분야에서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 여신이 많고 해외 네트워크를 잘 갖춘 외환은행의 역량에 힘입어 대기업 대출 국내 2위, 외화 대출 국내 2위, 무역금융 국내 1위 등으로 오를 전망이다. 펀드 판매도 국내 1위가 된다. 영업망도 하나은행의 점포 654개에 외환은행 점포 358개를 합하면 모두 1012개로 국내 은행권 2위가 된다. 해외 자산은 총 36조원으로 우리은행(22조원), 신한은행(19조원)보다 많은 국내 1위가 된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도 선두권에 오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자산 규모는 각각 국내 4위와 6위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정상적인 조직통합 작업을 거치면 1년에 2000억원씩, 5년간 1조원이 넘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절에 외환은행의 민영화 작업을 담당한 윤 행장은 이제 은행장으로서 외환은행의 체질을 다시 바꿔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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