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매각 어디로 - 가치 떨어져도 ‘선종구 리스크’ 사라져
- 하이마트 매각 어디로 - 가치 떨어져도 ‘선종구 리스크’ 사라져

올해 인수·합병(M & 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하이마트의 매각이 연기됐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횡령과 탈세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대주주들은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회사 매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사 결과 분식 회계와 같은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매각이 상당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선 회장이 구속되면 M & A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M & A 마무리 단계서 스톱하이마트의 대주주인 유진기업과 선 회장, HI컨소시엄은 2월 27일 “최근 검찰조사와 관련해 매각 일정을 일부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3월 2일로 예정된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을 포함한 매각 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하이마트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는 의지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각을 재개할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하이마트 인수를 검토해온 기업의 관계자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매각 주간사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대주주들과 협의한 후 매각 일정과 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2월 25일부터 26일까지 하이마트 대치동 본사와 계열사, 선 회장의 도곡동 자택, 자녀와 연관된 계열사·관계사 7~8곳을 압수수색 했다. 선 회장의 아들 현석씨가 대표로 있는 HM투어와 딸 수연씨가 2대 주주인 광고대행 협력사 커뮤니케이션윌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선 회장이 1000억원대 회사 돈과 개인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거액을 탈세한 혐의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시점은 하이마트 M & A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때였다. 매각 주간사는 일주일 후 예비입찰 성격인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하고 한달 뒤 본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을 이미 인수 후보 기업에게 통보했다. 4월 초에는 본입찰을 한다는 일정이었다. 하이마트 M & A에 관심을 보인 기업도 많았다. 총 12곳이 매각 주간사와 비밀유지협약(CA)을 체결하고 매각 정보를 받았다. 유통업계 빅3인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테스코)가 포함돼 있었다.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관계자는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두 달만 늦어졌어도 매각절차는 마무리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받은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하이마트 매각 대상 지분은 유진그룹 32.4%, 선 회장 일가 20.76%, HI컨소시엄 등 재무적투자자(FI) 6.08% 등 총 59.24%다. 검찰수사 직전 시가로 1조600억원, 인수 경쟁이 붙으면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하이마트와 사업상 관련을 맺어온 금융권과 기업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나 선 회장의 비리 혐의에 대해 “올 것이 왔다”며 크게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검찰 수사 전부터 정상적인 대기업 조직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일이 하이마트에 있었다고 전했다. 하이마트에 전자 제품을 납품한 기업의 관계자는 “제품 공급계약을 하려면 하이마트와 직접 하지 못하고 중간에 총판이라는 조직을 거쳐야 한다”며 “이런 유통 단계가 불법적인 결과를 초래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판 책임자와 선종구 회장간 관계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이 선 회장의 비리 혐의를 사전에 인지했다는 증언도 있다. 유진 측 핵심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착수하기 전인 지난해 말 “회사 매각 합의문서와 별개로 선종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는 비장의 카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선 회장 개인 비리 사례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 회장 쪽에서는 유진이 재무 경영에 참여하면서 얻은 회사 비밀 자료를 검찰에 넘기지 않았는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진 측이 선 회장의 비리 혐의를 사정당국에 제보했을 가능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와중에 금전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모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에서다. 레미콘, 시멘트, 건설 등 주력 사업 경기가 여전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도 유진그룹으로서는 부담이다.
파는 쪽과 사는 쪽 심리전 더욱 치열할 듯검찰 수사 이후 M & A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등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매각 일정 연기뿐만 아니라 매각 자체가 장기간 중단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회사 가치가 떨어지면 인수 참여를 재검토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매각 주간사로부터 통보가 오면 공식적인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회사 돈이 빠져나갔다면 누가 사려고 나서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파는 쪽에선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매각을 재추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흥행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검찰 수사로 그동안 기업들이 우려한 ‘선종구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된다는 것이다. 선종구 리스크는 선 회장이 회사 지분을 판 후 핵심 인력을 빼와 비슷한 유통업체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말한다. 매각 주간사 관계자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검찰 수사의 윤곽이 드러나면 딜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자는 인수후보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매각 규모가 조 단위의 대형 M & A에서는 파는 쪽과 사는 쪽이 고도의 심리전과 여론전을 벌인다. 현재 시점에서 M & A 전망을 쉽게 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검찰 수사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매각이 완료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인수 희망 기업들이 하이마트의 몸값을 깎기 위해 검찰 수사 내용을 철저하게 활용할 가능성이 커서다. 인수를 검토한 한 대형 사모펀드 관계자는 “최소한 검찰 기소장을 보기 전까지는 기업가치를 따질 수 없다”며 “검찰의 기소 내용이 어느 정도의 디스카운트 요인일지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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