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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경남 통영 - 봄을 알리는 진미 도다리쑥국

[Travel] 경남 통영 - 봄을 알리는 진미 도다리쑥국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간, 경남 통영은 어느 곳보다 봄볕을 먼저 받는다. 특히 통영 시내에서 출발해 산양관광도로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가 좋다. 중간에 달아공원이 있고, 근방으로 낭만적인 해변 길이 이어진다. 산양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섬 남단 끄트머리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하기에 좋은 곳이 있다. 달아공원이다.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올라가면 공원 안에 자리 잡은 관해정(觀海亭)이 있다. 정자나무 아래에 앉아 바다를 보기 좋다. 관해정 옆 바다를 향해 몇 발짝 더 나가면 땅끝에 선 기분이다.



땅 끝에 선 기분 드는 관해정소장재도·저도·송도·학림도·곤리도·연대도·만지도·오곡도·추도 그리고 멀리 욕지도까지 수십 개의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다도해 풍경이다.

이곳에는 별미도 많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섬 추도는 물메기의 고장이다. 찬바람이 시작되면 올라오는 물메기는 겨우내 뜨끈한 물메기탕을 제공한다. 물메기가 들어갈 때가 되면 도다리가 잡히기 시작한다. 또 바닷가 인근 육지에서는 언 땅을 뚫고 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도다리쑥국은 통영의 봄을 알리는 진미다. 도다리는 광어(넙치)와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어종이다. 도다리와 광어는 둘 다 납작한 몸통에 두 눈이 몰려 있다. 오른쪽에 쏠려 있는 놈은 도다리, 왼쪽에 몰려 있는 놈은 광어다. 그래서 ‘좌광우도’라 한다. 하지만 어물전 물정에 어두운 사람들은 구분하기 어렵다. 일단 수족관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는 고기와 눈을 마주쳐야 한다. 그 상태에서 눈

의 위치가 오른쪽에 쏠려 있는 놈이 도다리다.

국립수산원에 따르면 도다리의 정확한 이름은 문치가자미다. 문치가자미는 남해안에서 도다리 또는 난도다리로 불린다. 경북 지역에서는 도다리 돈지 등으로 불린다. 가자미류 중에서 가장 많은 어획량을 차지하고 있는 인기 어종이다. 여기에서는 흔히 쓰는 도다리로 표기한다.

사람들은 ‘봄 도다리, 가을 전어’를 말하곤 한다. 봄에 도다리가 맛있고, 가을에 전어를 으뜸으로 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말이 늘 맞는 건 아니다.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주로 나는 도다리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늦겨울까지 산란한다. 그러니 이른 봄 도다리는 산란하느라 지쳐 있는 상태다. 산란을 마친 직후이기 때문에 몸 속 영양분이 난자나 정액으로 빠져나간 상태다. 그래서 살이 덜 맛있다. 반면 통영 사람들은 “산란 후 왕성한 식욕으로 영양분을 보충하기 때문에 살이 차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살이 차려면 음력 춘삼월은 돼야 한다.



육수 대신 맹물에 간장·마늘로 양념그래서 탄생한 것이 도다리쑥국이다. 통영에서는 봄에 잡히는 도다리로 탕을 끊인다. 갓 잡은 생선을 조리할 때 탕을 내는 것은 횟감 다음이다. 그러나 이 쑥이 진귀한 산물이다. 남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큰 이른 봄 쑥은 향이 그윽하다. 겨우내 자란 파릇파릇한 쑥과 산란 후 이제 막 살이 차기 시작하는 도다리를 넣고 끊인 국은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는 진미임이 틀림없다.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 내 어물전 통로에 자리 잡은 분소식당은 이곳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밥집이다. 40여 년 전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들을 대상으로 밥을 냈다. 현재 김명숙(46)씨가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음식을 만든다. 음식점은 오픈 레스토랑이다. 수족관에서 살아 있는 도다리를 손질해 뚝뚝 썰어 냄비에 넣고 끊인다. 육수를 쓰지 않고 맹물에 간장 조금과 다진 마늘 한 숟가락 정도만 넣는다. 음식점에서 맛보기는 힘들지만 도다리조림은 통영 아낙들이 즐겨내는 봄 미식이다. 뚝뚝 선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도다리를 얹은 후 간장·된장·고춧가루·파 등을 버무린 양념장으로 넣고 끊여낸다. 생물을 넣고 끓여 입안에서 육질이 부서질 만큼 부드럽다. 통영의 도다리쑥국은 1만원이다. 가는 길은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IC로 나가 14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된다. 여객선터미널까지는 이정표가 잘 돼 있다. 서호시장은 이른 새벽에 문을 연다. 장날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붐빈다. 봄엔 도다리를 비롯해 말린 물메기·주꾸미 등이 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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