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중국 양회(兩會) 감상법 - 中 정부 올 성장률 목표 속내는 8.5%
[Global] 중국 양회(兩會) 감상법 - 中 정부 올 성장률 목표 속내는 8.5%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정협)를 일컫는 양회(兩會)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전인대 일정은 3월 5~14일, 정협은 3월 3~13일이었다.
베이징은 전국에서 몰려온 손님 맞이에 분주했지만 양회 분위기는 다소 썰렁했다. 경기 하강의 주름살이 서민생활에 미친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양회는 맥 빠진 회의다. 2012년은 중국에만 존재하는 10년 주기의 정치사이클이 바닥국면에 진입하는 해다. 중국은 한국의 대통령 격인 국가주석의 임기가 5년 단위로 두 번 연임하는 10년의 정치사이클이 있다. 올해는 제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 주석의 임기 마지막 해다. 올 10월이면 중국은 제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으로 실질적인 정권이양이 시작된다. 현 총리와 주석이 새로운 무엇을 계획할 시기가 아니다. 기존 계획대로 사고 없이 몇 달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진짜 정치 이벤트는 시진핑이 집권하는 내년 3월의 전인대가 될 것이다. 7개월짜리 내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7.5%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봐야중국은 시장보다 정치가 우선이고 정치는 당이 결정한다. 당의 변화와 움직임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다. 특히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중국의 특성상 정치사이클의 마지막 해에는 예외 없이 투자가 줄고 성장률이 떨어진다. 2012년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중국은 일당독재이기 때문에 서방세계와는 달리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지도자만 바뀐다. 정권을 잡기 위해 당 내부에서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하지만 일단 권력의 서열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새로운 지도자에게 보조를 맞추는 게 중국의 정치다.
또한 일당독재 시스템에서 전임 통치자가 심어 놓은 인맥을 적어도 5년까지는 함부로 제거하기 어렵다. 때문에 새로운 지도자는 임기 후반 5년에 가서야 진정한 자기 권력의 시대를 맞는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전임 지도자는 후임 지도자를 위해 임기 말에는 다음해를 위한 축제를 준비한다. 임기 말년에 성장률을 낮추고 재정적자를 줄여두면 차기 집권자가 경기부양을 하기 좋고 경제운영에 도움이 된다. 2012년은 바로 그런 해다. 이번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보고한 성장률, 물가, 수출입, 실업률, 부동산 등 5개 분야의 핵심 숫자로 보는 2012년 중국 경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반영돼 있다.
3월5일 발표된 중국 정부의 2012년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2011년 8%에서 7.5%로 하향 조정된 것을 두고 서방의 언론들은 중국이 큰일난 것처럼 전하고 있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을 몰라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의 성장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해주는 정도로 봐야 한다. 최근 10년간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는 7~8%였지만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금융위기 중에서도 중국의 실제 성장률은 목표치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또한 GDP 성장률이 1~2%인 나라에서 GDP 0.5%포인트 하락은 큰 충격일 수 있지만 9~10% 성장하는 나라에서 ‘0.5%포인트’는 큰 충격이 아니다.
중국 전인대에서 발표하는 중국 정부의 경제운영 방향에 대한 발표는 각본이 있는 ‘짜고 치는 고스톱’일 뿐이다. 중국의 2012년 경제운영 방안은 지난해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이미 완성돼 정부 단위별로 실행계획까지 마쳤다. 3월 전인대는 지도자들이 인민에게 보고를 하는 형식적인 자리이지 이를 토론하거나 수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또한 사회주의 국가는 정부 목표를 낮게 잡는 게 관행이다. 그래야 목표를 100%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세계가 희망 섞인 기대가 포함된 부풀린 경제정책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중국정부 역시 항상 실제보다 저평가된 목표를 제시한다.
이번 중국정부의 2012년 경제운용 목표에서 주목할 사안이 몇 개 있다. 우선 목표성장률 하향 조정의 이면에 있는 행간을 읽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투자·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에서 내수 중심으로 돌아선다는 것을 천명했다. 중국 정부는 재정지출과 대출을 통해 투자를 마음대로 늘이고 줄여 GDP를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는 다르다. 소비는 민간의 소비성향에 좌우된다. 정부가 돈 쓰라고 명령한다고 당장 소비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임금인상, 감세조치, 소비캠페인 등 소비 진작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또한 세계적인 불황에 수출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면 성장률 하향은 불가피하다. 이번 정책 목표은 이런 현실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내심 생각하는 진짜 실제 성장률은 얼마나 될까. 8.5%다. 중국의 관변연구소들은 중국정부의 싱크탱크다. 정부정책 입안의 기초를 제공한다. 중국 주요 관변 연구기관의 2012년 성장률 예측치는 8.5% 선이다. ‘만약 중국이 정말로 7% 성장하면 전쟁이 날 것’이라는 농담은 농담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국은 매년 600만명의 대학생이 사회로 나온다. 과거 개발시기에는 GDP 1%당 150만 명의 고용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산업이 고도화된 지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적어도 8~9% 이상의 성장을 달성해야만 대량의 청년실업을 막을 수 있다.
중국 정부 고민은 실업과 부동산중국은 물가목표를 4%대로 유지하고 수출입 목표는 10%대로 낮췄다. 중국의 물가는 먹을거리에 좌우된다. 먹을거리가 소비자물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나 된다. 중국인의 식탁에 많이 올라가는 돼지고기와 채소가 항상 문제다. 중국은 전염병과 홍수, 가뭄으로 최근 2년간은 유독 먹을거리의 가격변동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원자재가격이 내려가면서 물가에서는 한숨을 돌릴 만한 상황이다. 물가 목표치를 낮춰 잡을 만하다.
미국과 유럽의 불황으로 중국은 2010년부터 수출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수출입 감소는 필연적이다. 반면 중국은 3조10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더 늘리지 않고 수입을 늘려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노력을 할 심산이다. 중국의 2012년 목표 실업률은 4.6%다. 중국의 실업률은 취업희망자가 등록을 하고 등록한 실업자 중 미취업자를 통계로 삼는다. 경제학자들은 경기둔화로 실제 등록하지 않은 실업자를 포함하면 중국의 실제 실업률은 10%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업률은 중국 정부의 최대 고민 중의 하나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가 가장 신경 쓴 대목 중 하나는 부동산투기 억제다. 부동산투기에 대해서는 정권이 끝까지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아울러 지난해 1000만 채를 착공했던 서민주택을 올해는 700만 채로 줄였다. 과도한 주택건설에 따른 부작용과 부동산 가격 급락 때문에 물량공급의 속도 조절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증시와 관련해서는 양로기금(노후연금기금)의 증시투입, 위안화 변동폭 확대를 통한 외환자유화, 포춘 500대 기업 수준의 글로벌 우량기업 시장인 국제반의 출범 등이 인민은행장과 은행감독관리위원장의 입에서 나왔지만 이미 언론에서 발표한 내용의 재탕이다.
중국의 2012년 경제전망에서 한국이 주목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 수출입 둔화다. 중국의 중간재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에 주의하고 소비산업과 첨단산업의 성장에 대응할 상품이 있어야 한다. 또한 중국경제가 내수중심으로 전환하는 관건은 구매력의 향상인데 이는 노동자의 임금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유도하는 빠른 임금 상승은 불가피하다. 저임금을 이용한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수년 내 중국에서 철수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 임금상승을 상쇄할 만한 원가 경쟁력을 가진 기업만이 중국에서 살아남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의 내수중심 성장 전환에 대한 대응이다. 이제는 중국 내수를 목표로 생산을 하는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중국의 내수 대폭발에 대비한 중국의 소비패턴의 변화와 구매력의 변화를 눈 여겨 보고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지금 2억9000만명의 신용카드 사용자와 10억명의 휴대전화 가입자, 5억1000만명의 인터넷 가입자가 있는 나라다. 중국의 신업태와 신소비금융에 대한 이해와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주력해야 한다.
결국 중국 내수시장 전략은 중국문화의 이해에 달려있다. 중국문화의 연구가 소비대국 중국에서 돈을 버는 비결이다. 자신이 태어난 띠의 해가 돌아오면 액운을 막기 위해 빨간색 내의를 입는 것이 풍습이어서 매년 빨간색 내의가 1억 벌씩 팔리는 나라가 중국이고, 중국의 중서부지방은 이슬람 지역이라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래서 소고기 라면이 아니라 ‘양고기 라면’만 팔린다.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소비중국, 내수중심 성장을 하는 중국에서 돈을 벌기 어렵다.
성장률 하락이 중국 증시에는 약셋째는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시아증시가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 하향에 하락세를 보였다. 목표 성장률 하강이 증시에는 독일까, 약일까.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증시는 서방세계와는 달리 청개구리다. 성장률이 높아지면 주가는 별 볼일 없고 안정성장 단계에서는 상승한다. 중국만의 특색이다.
중국은 고성장을 유지하는 정책이 실시되면 상장사의 70%에 달하는 국유기업이 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고 이 돈으로 투자를 대폭 늘려 지역의 GDP성장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 영향으로 경제는 아무리 좋아도 쏟아진 증자 물량의 압박으로 맥을 못 추는 게 중국 중시의 특징이다.
2010~2011년에 중국 증시의 마이너스 성장은 외부환경의 악화도 영향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물량압박의 영향이 더 컸다. 2010년에는 경기둔화, 증시하락에도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가 수출중심이 아니라 내수중심으로 가면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이 줄고 부실채권도 줄어든다. 그러면 은행의 건전성이 좋아진다. 은행 부실을 막기 위한 대규모 증자 압박에서 증시가 해방될 수 있다. 성장률이 둔화돼도 대형 국유공기업이 증시에서 대거 자금 조달하는 일이 없어져 중국 증시의 고질병인 물량압박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 둔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9% 성장하는 나라에서 0.5%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하향은 치명적이지 않다. 세계에서 두 자리 수 성장을 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경제정책의 모든 걸 당이 정한다. 당이 밀어주는 업종이 유망산업이고 성장산업이다. 내수중심 성장으로 방향을 튼 중국에서 중국 정부가 육성하려는 ‘신 소비산업’과 ‘7대 신성장산업’이 2012년에 중국 투자에서 주목해서 봐야 할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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