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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한적한 동네에 부는 삼성 바람

[Business] 한적한 동네에 부는 삼성 바람


상일동 첨단업무단지 내 신사옥에 4월 입주…주변 상권 꿈틀대고 부동산 시장 활기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 5호선의 동쪽 마지막 역이자 서울의 동쪽 끝자락이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은 경기도 하남시와 인접해 있다. 3월 7일 오전 11시40분 상일동역 안은 한적했다. 승·하차 승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 주변도 다르지 않았다. 작은 시장과 상가가 있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편의점도, 외식 프랜차이즈 점포도 없었다. 서울 복판에선 쉽게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조차 없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은 주거용 아파트로 둘러싸인 한적한 동네다.



나대지에 건설되는 첨단업무단지상일동역 3번 출구로 나와 하남시 방향으로 500m 가량을 걸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양쪽에 산책로가 조성된 고덕천도 보였다. 이 곳은 강일2지구다. 규모는 58만9570㎡(약 18만평). 지금은 여느 신도시 못지 않게 깔끔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볼품 없었다. 불법 고물상·석재공장이 난립한 버려진 땅에 불과했다. 개발도 불가능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었기 때문이다.

강동구는 2004년 이곳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강일2지구 택지개발사업이었다. 2005년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의 승인을 얻어 개발제한구역을 주거용지·도시지원시설용지로 바꿨다. ‘주거용지에는 아파트 단지, 도시지원시설용지에는 첨단업무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게 강동구청의 계획이었다. 특히 강동구로선 첨단업무단지 조성계획이 중요했다.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강동구의 재정자립도는 47.7%(2011년 11월 현재)다.

서울시 자치구 25곳 가운데 11위다. 1988년 송파구(2011년 11월 재정자립도 61.2%)가 분리되면서 재정상황이 나빠졌다. 롯데월드 등 핵심상권도 잃었다. 고덕천에서 만난 주민 오세률(자영업·52)씨는 “강동구에서 상권이라고 할 만한 곳은 천호동, 길동 일대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동구의 첨단업무단지 조성계획은 실시 초반 호된 비판을 받았다. ‘비싼 돈을 들여 첨단업무단지를 만들어도 서울의 끝에 있는 이곳에 자리를 잡을 기업은 없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강동구는 ‘역발상 전략’을 썼다. 서울의 끝이라서 교통이 편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첨단업무단지가 들어서는 상일동 일대는 중부고속도로의 출발점이다. 경춘고속도로의 시발점인 상일인터체인지(IC)도 있다. 충청·강원권에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또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올림픽대로와 인접해 있고 지하철 5호선·8호선· 9호선이 연결돼 있다. 2013년 구리암사대교(강동구 암사동과 경기도 구리시를 잇는 다리)이 완공되면 교통여건은 더 좋아진다.

전략은 통했다. 2006년 입주할 뜻을 밝힌 삼성엔지니어링이 2009년 11월 첨단업무단지 내에 신사옥을 착공했다. 한국종합기술·휴다임·브이에스엘코리아·디엠엔지니어링 등 중소·벤처기업들의 입주도 확정됐다. 강동구청이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을 유치한 건 개청(1979년) 이후 처음이다.

첨단업무단지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업무단지에 입주한 기업의 매출액은 5조7113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공간환경학회의 보고서(2011년 5월)에 따르면 첨단업무단지의 경제유발효과는 10조9000억원, 고용창출효과는 6만2000명이다.

강석목 강동구청(신성장동력사업추진반) 주무관은 “현재 강동구에 있는 기업 중 80% 이상은 직원 수가 2~4명에 불과한 영세기업”이라며 “첨단업무단지에 국내 유력 기업들이 입주를 결정함에 따라 강동구의 경제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상일동 신사옥 건설을 계기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4월 첨단업무단지 내 신사옥에 입주한다. 신사옥의 규모는 대지 2만7000㎡·연면적 18만㎡에 이른다. 지하 4층·지상 최고 15층의 건물 3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단일 사무용 건물로는 국내에서 다섯째로 크다.

신공법으로 사옥을 만들어 지열·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전력공급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은 ‘LEED(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KGBCC(한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의 취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 입주로 상일동 오피스텔 품귀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본사가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서울 외곽의 상일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회사 규모가 가파르게 커져서다. 2005년 해외플랜트 사업을 강화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중동·아시아·동유럽·아프리카·중남미·미국시장에 진출했다. 그 결과 2005년 1조1166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9조3000억원으로 8.3배가 됐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11조5000억원이다.

임직원 수도 늘었다. 2005년 1800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현재 7800명에 달한다. 올해도 1100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2015년 임직원 수는 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은 공간 부족에 시달렸다. 이 회사 임직원은 현재 도곡동 본사와 대치동 글라스타워 등 9개 빌딩에 흩어져 근무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일동에 신사옥을 마련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주로 ‘상일동 상권’은 부흥기를 맞을 전망이다. 8000명에 가까운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이 이곳에서 근무해서다. 강석목 주무관은 “첨단업무단지 주변지역에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을 잡으려는 상업·판매·문화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며 “상일동 상권이 강동구의 중심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동구의 생활권은 암사·천호, 길동·둔촌, 고덕·명일, 강일 등 4개다. 이중 상일동이 포함된 강일생활권의 상권이 가장 작다. 강동구청에 따르면 이곳의 상업시설은 158개에 불과하다. 고덕·명일(714개), 암사·천호(1827곳), 길동·둔촌(672곳)의 상업시설보다 턱없이 작다. 안균오 한국공간환경학회 연구실장이 강일생활권을 ‘근린상권(용어설명)’으로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린상권의 규모는 통상 29.7만㎡(약 9만평) 안팎이다.

강동구는 강일생활권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주효과로 근린상권에서 ‘지역상권(용어설명)’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역상권의 규모는 일반적으로 660만㎡(약 200만평)다.

상권만 꿈틀대는 게 아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주가 다가오면서 첨단업무단지에서 가까운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상일동 일대 오피스텔은 벌써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젊은 직원의 입주계약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전체 직원 중 입사 5년 차 이하의 젊은 직원은 2000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직장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값이 싼 오피스텔은 매력적인 주거 대안이다. 서울시 강동구 길동에는 SK D&D에서 시행하고 대우건설에서 시공하는 ‘강동 큐브(QV) 2차’가 성황리에 분양 중이다. 오피스텔 95실·도시형생활주택 236가구 등 331실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5월 1차 분양 당시 100% 분양에 성공했다.



상일동 엔지니어링 메카 될까전세시장에도 ‘훈풍’이 분다. 상일동 일대 59㎡(약18평) 규모의 전세 매물은 이미 동났다. 84㎡(약 25평) 규모의 매물도 구하기 어렵다. 전세가는 1년 전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상일동에 있는 A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일동 리엔파크 3단지 59㎡의 전세가는 2억6000만원, 84㎡는 2억9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의 입주가 본격 시작되면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첨단업무단지 건너편 상가에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많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주가 특수(特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상일동 B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상가의 임대료와 권리금이 크게 올랐음에도 음식점·커피전문점 등 입주 문의가 끊이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주효과는 또 있다. 강동구가 추진하는 ‘엔지니어링 복합단지’ 조성계획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강동구는 첨단업무단지 옆 8만5000㎡(약 2만5757평) 부지에 ‘엔지니어링 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2013년 착공, 2015년 완공이 목표다. 이는 국책사업으로 총 6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복합단지는 연면적 24만8000㎡(약 7만5151평) 규모로 건설된다. 엔지니어링 업체 200여개가 입주하는 비즈니스 타워를 비롯해 기술지원센터·연구개발시설·컨벤션센터·대형회의실·교육전문시설 등이 들어선다. 복합단지 내 종사자 수는 1만6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엔지니어링 복합단지 예정부지는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강동구는 조만간 ‘그린벨트 제한을 풀어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 계획안이 서울시를 거쳐 국토부의 최종심의를 통과하면 그린벨트가 해제된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첨단업무단지에 이어 엔지니어링 복합단지까지 들어서면 강동구는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고 자족기능을 갖춘 경제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를 ‘포스트 강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입주로 엔지니어링 복합단지 조성계획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강동구가 제2의 강남으로 부상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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