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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금융지주 빅5로 떠오른 농협 - ‘공룡 지주사’ 출범에 금융권 긴장

[Finance] 금융지주 빅5로 떠오른 농협 - ‘공룡 지주사’ 출범에 금융권 긴장

금융시장에 새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갓 태어나자마자 국내 금융지주사 빅5 대열에 들었다. KB·우리·신한·하나 등 4강 체제였던 금융지주사들은 불안감 섞인 눈으로 새로 등장한 금융지주사를 지켜보고 있다.

주인공은 농협금융지주다. 총 자산규모가 240조원에 달한다. 한국에 ‘5대 금융지주’ 체제가 시작됐다. 규모로 보면 외환은행을 제외한 하나금융 (자산 224조원)보다 덩치가 크다. 농협금융지주의 맏형 노릇을 하게 되는 NH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1172개. 시중은행 중 가장 점포 수가 많은 국민은행(1165개)보다 많다. 거래 고객 수도 약 1900만명으로 우리은행(1850만명)보다 많다.



지역조합까지 더하면 당장 최강자이 수치들은 금융지주에 포함되지 않는 농협의 지역조합(상호금융) 1165개를 제외한 것이다. 지역조합의 사무소는 4449개, 거래고객은 약 2800만명이다. 1·2금융권을 합하면 농협의 점포수는 무려 5621개, 거래고객은 약 4700만명, 자산규모는 450조원으로 금융업계 최강자다. 농협은 2020년까지 금융지주 자산을 420조원으로, 상호금융 자산을 370조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시장에서 농협을 ‘금융 공룡’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금융지주사가 되면서 농협중앙회 산하에 있을 때 받았던 각종 제약도 사라진다. 종전엔 출자한도 규제 때문에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가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국내외 각종 금융회사를 사들일 수 있다.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데도 전처럼 협동조합의 특수성을 인정받기 위해 각국 정부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어졌다. 시장에선 앞으로 농협 금융지주가 ‘M&A업계 큰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종전 사업부 체제에서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는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에 대해서도 금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협생명은 업계 4위, 농협손보는 업계 9위 수준의 자산규모를 갖고 있다. 이들이 다른 중소형 보험사를 사들이면 보험업계 순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금융으로 돈 벌어 농업인 지원농업협동조합이 ‘금융’ 기능을 처음 분리한 건 1961년이었다. 도시에 있는 농업은행 지점을 기업은행(옛 중소기업은행)으로 분리했다. 농업경제를 육성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는 게 당시 농협 구조개편의 취지였다. 그로부터 51년이 지나 이번이 2번째 구조개편이다. 이유는 또 다시 ‘금융’을 떼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떼어낸 농협 금융부문은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바뀌어 농협중앙회 지배 아래 들어간다. 1961년 구조개편이 금융을 순수하게 분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구조개편은 ‘금융부문에서 돈을 벌어 농업인을 지원하고 경제지주회사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선거로 선출되는 농협 조합장들의 모임인 농협중앙회 대의원회가 농협금융지주 회장 인사권을 갖는다. 영리활동이 목적이 아닌 농협 조합장들이 영리목적의 금융회사 경영을 결과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농협금융지주회사는 7개 자회사를 둔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한다.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이 신설된다. 기존 NH투자증권과 NH-CA자산운용, NH투자선물, NH캐피탈은 금융지주에 편입된다.

새로 출발하는 농협금융지주는 정부로부터 5조원 출자를 지원받는다. 4조원은 농협이 발행하는 농금채의 이자를 보전(이차보전)해 주는 형태로 지원하고, 1조원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형태다. 1조원은 도로공사와 산업은행 지분을 반반 섞는 방안이 유력하다. 자본금을 확충 받는 농협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은 11%로 시중은행 평균(11.59%)과 비슷하다.

영업 범위도 훨씬 넓어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에는 농협에서 변액보험을 팔거나 프라이빗뱅킹(PB) 사업을 할 때 제약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아무런 제약 없이 방카슈랑스를 할 수 있게 되고, 각종 수익증권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회사는 국내외 회사를 사들이거나 해외에 법인을 설립할 수도 있다. 종전엔 특정 회사에 15% 이상을 출자할 수 없다는 농협법 제한이 있었지만 앞으론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게 돼 규제가 풀린다.

농협금융지주회사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앞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 영업을 강화해 자산가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전자금융을 통한 거래를 확대해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쓸 방침이다.

특히 서울 중심가에 점포를 더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농협은행 점포의 73%가 지방에 있고 수도권 비중은 27%밖에 안 된다”며 “특히 서울 4대문 안에는 점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추가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충식 농협 금융지주 회장 겸 NH농협은행장은 “금융자회사들 간 시너지는 물론 유통사업 등 비금융 부문과도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더 내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은 숙제다. 신 회장은 “카드, 투자은행(IB)사업, 보험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회사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농협은행과 농협 지역조합에서 공격적으로 특정상품을 ‘밀어주는’ 마케팅을 하면 그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설계사 조직을 확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존 조직만으로도 충분히 시장 판도를 바꿀 힘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신한·우리 등 기존 업계 ‘톱3’ 금융회사의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합병에 이어 농협금융지주까지 등장해서 판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새로운 마케팅 모델을 찾지 못하면 수년 내로 자리바꿈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협금융지주의 등장으로 보험업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특히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생명보험 빅3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No.4’ 농협생명이다. 작년 수입보험료가 8조9700억원, 자산규모는 32조원 수준이다. 교보생명과 수입보험료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방만경영 경계해야농협생명은 사업 초기에 신상품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한 농협생명 관계자는 “80세까지 보장하는 비갱신 암보험 상품 등은 다른 보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품”이라며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무배당 상품이 대다수인 시장에 ‘유배당 상품 5종 세트’도 내놓아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경쟁 보험사들 입장에서 좋은 일도 있다. 종전엔 농협 신용부문은 100% 농협공제상품만 판매했지만 3월 2일부터 농협은행이 출범하면 이 비율이 25%로 제한된다. 은행이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상품 중 계열사 비중을 4분의 1로 제한하는 관련법 때문이다. 농협공제의 작년 수입보험료가 1조236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1조원 가량의 방카슈랑스 시장이 경쟁사에 열리는 것이다. 단 농·축협 지역조합은 5년간 방카슈랑스 25% 제약을 받지 않는다.

농협손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현재 장기보험(저축·보장성보험 등)과 일반보험(농작물재해보험·화재보험 등), 기업보험 3가지만 판매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는 2017년에나 진출하도록 진입기간 제한을 받는다. 자동차보험은 특별히 진입제한이 없지만 아직 관련 사업허가를 받지 않았고 관련 네트워크도 갖추지 않았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일단 초기에는 5가지뿐인 장기보험 상품을 10가지로 늘리는 등 장기보험 부문의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농협은행을 비롯한 자회사들이 모두 ‘100% 토종 자본’인 ‘민족금융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30~100%에 이르는 시중은행들과 다르다는 ‘신토불이’ 논리다. 고액배당 논란 등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안정적인 출자구조가 방만한 운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회 아래 금융지주가 있고, 그 아래 자회사가 있는 3층 의사결정 체제가 경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 초기에 있을 수 있는 금융지주와 금융자회사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토록 한 것”이라며 “5조원의 출자금을 받는 이상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방만한 경영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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