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무브 시대 강남 부자는 - 안전 일변도에서 벗어나 단기 투자 나서
머니 무브 시대 강남 부자는 - 안전 일변도에서 벗어나 단기 투자 나서
지난해 8월 코스피 지수 1700선이 무너졌다. 많은 투자자가 폭락의 공포에 휩싸였다. 강남의 수퍼리치(거액 자산가)는 달랐다. 절호의 투자 기회로 삼았다. 주식·파생상품·채권에 발 빠르게 투자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꾸준히 올라 2000선을 넘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많이 푼 덕이 크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한풀 꺾인데다 미국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돈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강남의 수퍼리치는 요즘 어떤 전략을 짜고 있을까. 거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금융권의 자산관리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기홍 대한생명 강남FA센터장
예금에서 주식·ELS로 은행 예금 중심의 보수적인 자금 운용을 하다 점차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자산가가 늘었다. 단, 유럽 재정위기 같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단기로 접근하고 있다. 단기 금융상품인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이나 증권사의 머니마켓펀드(MMF) 넣은 돈을 주식이나 펀드로 조금씩 옮기고 있다. 주식은 코스피 지수가 출렁일 때 투자했다가 어느 정도 오르면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펀드는 거치식보다 적립식으로 입질을 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관심도 크다. 특히 리스크가 큰 개별 주식에 연계된 ELS보다는 지수연계형 스텝다운 EL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ELS상품 중 코스피200과 S&P 500지수에 연동되고 6개월마다 조기 상환기회를 제공하는 상품인 인기다. 또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물가 상승분 만큼 채권가격이 오르는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중도에 수령하는 이자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신청이 가능하다. 물가 상승분에 해당하는 원금 상승분은 전액 비과세가 가능해 종합과세 대상 고객이 많이 찾는다.
김재훈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부장
돈 몰리는 신흥국 고수익 채권에 관심
강남 부자 사이에선 해외 국공채 상품의 인기가 높다. 특히 브라질·러시아·아시아 등 신흥국이 발행한 국공채에 투자하는 상품에 많이 가입하고 있다. 이 상품들의 목표 수익률은 보통 연 8∼10%대로 주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면서 은행 예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이들 신흥국가는 선진국과 비교해 국가 재정상태가 양호하고 자원 보유 등으로 신용등급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채권투자에 적합하다.
인기가 한풀 꺾였던 자문형랩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자문형 랩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긴 부담스럽고 펀드는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 레오투자자문 랩이 최근 한 달 수익률 13.93%를 기록하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고 같은 기간 브레인도 9.39% 수익률을 거두며 선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문형 랩=잘 나가는 대형주 몇 종목 투자’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가치주나 공모주를 집중 공략하기도 하고, 시스템 펀드나 헤지펀드처럼 투자하기도 한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고 파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공격적인 성향의 부자들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선물·옵션까지 결합한 상품을 통해 지수 상승(하락)률의 10배에 베팅하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전략’을 쓰기도 한다. 코스피 지수가 횡보하고 있지만 언제든 위 또는 아래로 방향을 틀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주목하는 것이다. ETF는 일반 주식처럼 장중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 수수료가 낮다는 장점도 있다. 또 결제 주기가 이틀로 주식과 똑같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이관석 신한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
수익률 목표 낮추고 인플레 대비강남 부자들은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넘은 후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자 수익률 목표를 다소 낮추고 있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장세가 아직 끝났다고 보진 않지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적으면서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들은 또 물가연동국채에도 관심이 많다. 돈이 많이 풀린 만큼 결국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가연동국채는 주식보다 안전하면서도 물가상승률만큼 원금이 늘어난다.
또 채권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세금에도 여전히 민감하다. 올해부터 이자소득세 최고 세율이 35%에서 38%로 오르기 때문이다.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라고 해야 4% 남짓인데 소득세 38%에 주민세 3.8%를 더한 41.8%를 세금으로 떼고 나면 실질금리는 2.3% 정도로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고 세율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절세상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부자가 주목하는 절세 상품은 크게 5가지다. 첫째는 비과세 상품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주식 매매에 따른 이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 둘째는 장기 채권 투자다. 10년 이상 장기 채권에 투자할 경우 소득세 30%로 분리과세가 가능하다. 셋째는 물가연동국채다. 저금리에다 돈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점은 세금 혜택이다. 물가연동국채도 이자소득은 다른 채권처럼 세금을 떼지만 물가상승으로 원금이 늘어난 몫에는 과세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는 만기 10년 이상 저축보험이다. 10년 후 받는 이자에 대해 전액 비과세 될 뿐만 아니라 자금이 필요하면 중도인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어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기 10년 이상의 즉시연금이다. 즉시연금은 매월 이자만 수령하다가 원금은 상속할 수 있는 상속형과 원금과 이자를 사망할 때까지 받는 종신연금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저축보험과 즉시연금보험이 단연 인기다. 과거에는 높은 사업비에 대한 불만과 장기간 자금이 묶인다는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려했지만 최근 비과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중도인출 등 자금 활용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면서 가입자가 큰 폭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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