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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CEO]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가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섰다.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유럽, 남미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IT시스템 수출이 주 무기다.

3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20층 이사장실에서 김봉수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2009년 12월 취임 이후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다음주 캄보디아 출장을 앞둔 그는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사업이 왜 필요한가.“세계 주요 거래소들이 인수합병, 신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럽의 유로넥스트가 합병했고, 나스닥과 북유럽 통합거래소 OMX가 합병해 세계 1, 2위 거래소로 시장지배력을 키웠다. KRX 역시 세계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 최고의 자본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해외사업으로 아시아 증권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키우고,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이 말하는 KRX의 해외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설명했다. “IT 시스템 수출과 신흥시장 지원, 해외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 거래소와 교차거래 사업입니다. 돈을 받고 IT시스템을 수출하기 시작한 게 2006년이었어요.”

KRX는 2006년 말레이시아거래소(Bursa Malaysia)의 채권매매·감리시스템 개발 계약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2009년에는 베트남 증권시장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재 세부 계약 협상을 추진 중이다. 올해 5월에는 한국 기술로 구축한 필리핀거래소 시장 감시 시스템이 가동된다. KRX는 이 외에도 아제르바이잔, 태국, 페루, 카자흐스탄, 파나마 등 다양한 국가를 상대로 시스템 수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증권거래소가 발달하지 않은 신흥시장에 거래소를 설립하는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캄보디아 증권거래소가 4월에 개장할 예정이다. 2006년 캄보디아 증시 개설 지원에 합의한 지 6년 만이다. 캄보디아 재정경제부는 토지와 건물을, KRX는 IT시스템을 제공하고 지분은 55대 45로 나눈다. 또 미얀마 개척에 신경을 쓰고 있다. 미얀마는 인구가 많고 지하자원이 풍부해 잠재력이 큰 나라다. 증권시장을 개설하기 위해 현지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유럽·남미까지

동남아시아는 KRX 해외사업의 첫 공략지다. 1996년 KRX는 베트남이 증권시장을 개설할 수 있게 기술을 지원했다. 2000년까지 베트남 정부 관계자 한국 연수, 전산 프로그램 개발 등 지원을 계속했다. 이때 지원 경험을 발판 삼아 라오스, 캄보디아에도 진출했다. 2009년 라오스 중앙은행과 거래소 설립에 대한 계약을 체결해 2011년 1월에 라오스 증권거래소가 개장했다.

KRX는 더 큰 세계지도를 그리고 있다. 2011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IT 개발 계약을, 올해 1월 네팔거래소와 증시 현대화 자문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미얀마뿐 아니라 유럽의 벨라루스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증시 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IT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은 뭔가.“세계 증시의 IT시스템은 기술을 자체 개발한 한국·스페인·터키·태국 등 일부 거래소를 제외하고 세계 1, 2위 거래소인 NYSE-유로넥스트와 나스닥-OMX의 기술을 따른다. 한국은 KRX의 금융IT솔루션 업체인 코스콤이 있어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수출하기 좋은 환경이다. 한국형 IT시스템을 현지에 보급하면 한국 증권회사가 현지에 진출하기 쉬워져 지속적으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 IT 수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신흥시장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증권시장에 진출해 전 세계에 한국형 증권시장 IT시스템을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김 이사장은 IT시스템 수출 못지 않게 해외 기업의 한국 증시 상장과 도쿄거래소 교차거래 사업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거래소와 교차거래는 김 이사장이 직접 나서 추진한 것으로 가장 뿌듯하게 생각하는 성과 중 하나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KRX 사옥에서 사이토 아츠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그룹(TSEG) 사장과 ‘양 거래소 간 시장연계’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주식시장 연계, ETF(상장지수펀드) 교차상장 추진, 두 시장의 시장정보 공개, 파생상품 시장 연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한·일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자국 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반 해외주식 매매보다 거래 소요시간이 짧고 수수료가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도쿄거래소는 1878년 설립된 일본 최대 증권거래소로 상장기업 수 2284개, 시가총액 3조4300만 달러에 이른다.



도쿄거래소와 교차거래 시작



교차거래가 중요한 이유가 뭔가.“단순히 거래소 간 인수합병은 해당 거래소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그치지만 교차거래는 투자자, 증권시장, 거래소에 모두 도움이 된다. 투자자는 더 큰 시장에서 편하게 거래할 수 있어 좋고, 증권사는 거래가 많아지면 이익이 늘어 좋다.”



외국기업을 한국 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현재 중국 기업 14곳, 미국과 일본 기업 1곳씩 16개 외국 기업이 KRX에 상장했다. 세계 100대 기업 상장을 목표로 한국 매출 비중이 큰 외국 기업을 주시하고 있다. 신흥시장 증시 개설을 지원하고 IT시스템을 수출하는 것 역시 외국기업이 국내에 상장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해외사업 추진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뭔가.“직접적으로는 증권시장 IT시스템을 수출해 얻는 수익이 있고, 해당 국가의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다는 게 중요하다. 또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한다. 멀리 보면 KRX가 진출하는 신흥국가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한국 수출을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2009년 12월 취임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KRX의 IPO(기업공개)와 관련해 “이제 (임기가) 다 끝나가는 걸”이라면서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 전망을 묻자 “지난 연말 애널리스트의 80% 이상이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것이라 예측해 반대로 상반기에 시장이 호조를 보일 거라 예상했다”며 웃었다.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답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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