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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 INVESTING] 김근호의 절세 노하우

[MONEY & INVESTING] 김근호의 절세 노하우


외국 사는 자녀에게
아파트 넘겨도 증여세 내야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조기유학이 늘고 있다. 유학을 간 자녀가 해외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취득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일이 생긴다. 이때 세금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알아보자.

남지훈(37·가명)씨는 17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다. 유학을 가 공부를 마치고 미국 IT 회사에 입사했다. 배우자는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남씨는 최근 한국지사로 발령받았다. 남씨의 어머니 신숙자(65·가명)씨는 아들이 한국에 오는 것을 알고 무척 기뻤지만 동시에 걱정이 생겼다. 당장 3개월 후에 아들이 살 집을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이 소유한 서울 반포동 아파트를 내줄지 자녀 명의로 주택을 구입해 줄지 고민에 빠졌다. 집을 새로 사주자니 증여세가 부담이었다.

자녀의 국적이 한국이고 국내에서 생활한다면 해외 증여와 관련한 세금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위 사례처럼 자녀가 외국에서 생활하거나 외국으로 되돌아 간다면 한국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외국 거주자)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한국 세법에서 ‘거주자’를 판정할 때는 국적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 세법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국적이라는 외부 요건보다 본인이 거주할 국가,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의 거주 국가, 본인의 재산이나 소득이 발생한 국가 등이 거주자 판정에 영향을 미친다.

남씨는 배우자와 자녀의 거주지, 주요 소득의 근거지 등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거주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가족과 한국에서 머무르며 소득활동을 하면 ‘한국 거주자’로 바뀔 수 있다. 이런 남씨가 새로 주택을 구입하면 증여세 부담이 발생할까.

남씨가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해서 곧바로 주택 구입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 과세 당국에 세금신고를 한 적이 없는 남씨가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부동산 취득 증여세와 관련한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남씨는 한국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한국으로 송금하는 등 조사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사전에 소득 송금해 세금조사 대비해야

신씨가 남편의 반포동 아파트를 남씨에게 증여한다면 증여세는 누가 부담할까. 현행 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상 거주자인 수증자(재산을 받는 사람)는 증여세를 낼 의무가 있다. 증여자(재산을 주는 사람)가 세금을 대납해주면 증여세까지 현금 증여한 것으로 판단해 추가로 증여세가 부과된다. 수증자가 증여일을 기준으로 한국 비거주자라면 국내 재산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이때 증여자 역시 연대 납세 의무가 있다. 연대 납세 의무에 따라 증여자와 수증자 가운데 한 명이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더라도 추가 증여세는 과세되지 않는다. 증여자가 연대 납세 의무자로서 납부하는 증여세는 수증자에게 추가 증여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남씨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 거주자가 되기 전에 미리 국내 재산을 증여하면 부모가 증여세를 대신 내줄 수 있어 남씨의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위 사례와 달리 신씨가 남씨에게 5년 전에 투자해 둔 미국 소재의 단독주택을 증여하게 된다면 납세 의무는 누가 지게 될까. 이때도 남씨가 한국의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남씨가 한국 거주자로 판정되면 미국에 있는 단독주택을 증여 받았을 때 납세의무가 생긴다. 한국 상증법에 따르면 국내뿐 아니라 국외 소재 재산까지 과세하기 때문이다. 상증법 상 남씨가 한국 비거주자로 판정되면 국외 소재 증여재산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 비거주자 자녀에게 해외 재산을 증여할 때는 무조건 세금이 매겨지지 않을까. 한국 거주자인 신씨가 해외부동산을 몰래 자녀에게 줬을 때 과세관청이 이를 어떻게 알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거주자가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면 취득 및 운용(임대) 보고서를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 시 함께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과세관청은 부모의 해외 재산과 관련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또 국제 거래관계를 이용해 세금 부담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증법과 별도로 ‘국제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에서 한국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 재산을 증여하면 국내법(상증법) 내용과 다르지만 한국 거주자에게 증여세를 매길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결국 한국 거주자인 신씨가 비거주자 자녀인 남씨에게 해외재산을 증여하면 한국 거주자에게 증여세를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증여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을 피할 길은 없다.

현금을 증여 받았을 때는 일부를 증여세로 납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납부자금 출처에 대한 추가 증여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을 증여 받았을 때 자녀가 납부할 증여세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증여세는 증여 받은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세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증여세 납부기한까지 납부세액의 2분의 1(납부세액이 2000만원 이하일 때는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이후 2개월 안에 나머지 2분의 1을 낼 수 있다. 이를 증여세액의 분납제도라고 한다.

세액이 2000만원을 넘을 땐 연부연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연부연납 제도는 최대 6회(신고기한 때 1회, 5년간 5회)에 걸쳐 납부세액을 똑같이 나눠낼 수 있는 제도다. 이를 이용하면 자금이 부족한 납세자는 부족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단, 연부연납을 허가 받았을 때는 연부연납세액 잔액을 기준으로 연부연납 가산금(연 4.0%)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 유가증권, 납세보증서 등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납세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국가 간 조세정보 교류가 점점 활발해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체류하는 자녀와 국내에 있는 부모 간의 상속·증여 문제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재산을 증여할 때 미래의 재산가치 상승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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