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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 CULTURE]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ARTS & CULTURE]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미다스의 손’은 아니다. 12년 동안 36편의 뮤지컬과 연극을 무대에 올렸지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한 손에 꼽힐 정도다. 그런 그를 주변에서는 ‘돈키호테’라 부른다.

2010년 11월30일부터 지난해 8월15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 35만명의 관객이 몰렸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기 위해서다. 9개월 내내 객석 점유율은 90%를 넘었다. 이 기간 동안 올린 매출은 275억원, 순수익은 120억원에 달한다. 1년간 장기공연으로 33만명 관객을 기록한 ‘오페라의 유령’ 아성을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와 파트너사인 CJ E&M, 샤롯데씨어터 등은 투자 대비 100%의 수익을 챙겼다.

성공 신화의 주인공은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다. 그는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와 함께 한국 뮤지컬을 이끄는 주역으로 꼽힌다. ‘지킬 앤 하이드’ 외에도 ‘그리스’ ‘맨 오브 라만차’ ‘드림걸즈’ 등과 최근 성황을 이루고 있는 ‘닥터 지바고’가 그의 작품이다.

신 대표는 “평일 늦은 밤에도 ‘닥터 지바고’ 공연이 있는 샤롯데시어터의 1240석이 거의 꽉 차 있는 것을 보면 놀랍고 자랑스럽다”며 “뮤지컬 공연으로 100억원 이상 수익을 내는 시대를 연 것은 뮤지컬 시장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방증이며 산업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지킬 앤 하이드’ 300억 흥행시킨 돈키호테신 대표는 영화학도였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다니다 1990년 곽재용 감독의 ‘비오는 날의 수채화’ 조감독을 맡았다. 1996년 국내 초연된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보고 단박에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어 설앤컴퍼니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2001년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 무대에 ‘사랑은 비를 타고’ 공연을 올린 이후 올해까지 36편의 뮤지컬과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흥행 성공은 ‘지킬 앤 하이드’ ‘그리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올 슉 업’ ‘맨 오브 라만차’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그의 실패는 질긴 실험과 도전에서 기인한다. 신 대표는 한국에서는 공연이 힘들 거라는 ‘리틀 샵 오브 호러스’ ‘어쌔신’ 같은 스릴러에 도전해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 리메이크작으로 미국에 역 진출해 큰 매출을 올렸으나 들어간 비용이 많아 속 빈 장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실패라 함은 흥행이 아닌 작품성이 기준”이라며 “그래서 흥행 결과가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흥행으로 보자면 서른여섯 작품 대부분 실패작으로, 돈을 벌어 준 작품은 30% 밖에 되지 않아요. 사람들은 성공한 것만 기억하지만 그러나 실패는 절대 부끄럽지 않습니다. 실패를 통해 작품은 발전했고 또 흥행코드도 배웠으니까요. 진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았다고 할까요. 70%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30%의 성공도 없었을 겁니다.”

그렇게 쌓인 빚이 10년 동안 100억원. 그러나 투자자들은 작품을 올릴 때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긴 안목으로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는 그의 뜻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작품 하나하나에 웃고 우는 것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려 노력했다”며 “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 이를 조금씩 보강하면 어느 순간 성공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뮤지컬 바닥에서는 ‘돈키호테’라 부른다. 템포가 남들보다 빠르다 보니 그가 무대에 올린 작품은 성공 확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평가는 “뮤지컬 시장의 그림을 먼저 그린 사람”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흥행 돌풍은 지난 1월27일 막을 올린 ‘닥터 지바고’로 이어지고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250억원을 들인 대작 뮤지컬 ‘닥터 지바고’는 지난 2월 호주에서 성공적인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던 작품이다. 한국의 신춘수 대표, 미국의 아니타 왁스만, 호주의 존 프로스트가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한 프로젝트다. “다소 난해한 구성이 아니냐”는 초반의 우려를 딛고 조승우 등의 연기력에 힘입어 두 달 가까이 객석점유율 95%를 보이고 있다.

신 대표는 “전 세계에 매년 100편이 넘는 새로운 뮤지컬을 올리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며 “이는 우리 배우들이 열정적이고, 이에 반응하는 관객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뮤지컬 관객은 특별하게 시간을 내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공연장에 찾아온다. 때문에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콘텐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객의 소중한 시간과 티켓 값에 맞는 좋은 작품을 올리는 것이 프로듀서들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결혼·아내 투병 통해 ‘해야 할 일’ 찾았다최근 신 대표는 시련을 겪고 있다. 오랜 연애 끝에 지난해 결혼한 아내가 투병 중인 것. 그는 “지난 10년 동안 목표만 보고 가느라 옆, 특히 주변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요즘 아내를 통해 관계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연애를 했다 하면 ‘불 같았다’는 그는 그 연애 감정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소아병동의 공연 이야기를 듣고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이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에 대한 생각, 주변 어려운 곳에 대한 봉사 등 고민이 많다. 45년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이젠 풀 때가 됐다”는 그는 “우리 쪽 일이 철 들면 힘들어지는데 이거 큰 일 났다”며 애써 웃음 지었다.

신 대표는 요즘 자신을 채우는 일에도 열심이다.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공부하며 평생 받아보지 못했던 장학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생산방식을 가진 종합콘텐트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다. 앞으로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나는 작품 프로듀싱에만 몰입하고 싶다.”

궁극적인 꿈은 ‘좋은’ 영화감독이다. 신춘수 이름 석자만 걸리면 관객들이 몰려와 감동과 재미를 안고 가는 모습을 꿈꾼다. “은퇴하면 좋은 관객, 아니면 후배들 앞에 폼 잡고 나타나 ‘고기 사줄까’ 하는 날라리 선배가 되고 싶었는데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다”는 그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영화판에 기웃거리는 것도, 강단에 서고 싶은 것도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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