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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매원 서명선 대표] 경영마인드·사업계획이 성패 가른다

[송광매원 서명선 대표] 경영마인드·사업계획이 성패 가른다

살균력이 탁월한 매실은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다. 효능이 뛰어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매실을 이용한 가공식품은 매실엑기스나 매실주 정도가 전부였다. 매실을 이용한 먹을거리는 더더욱 없었다. 토종 매실 재배에 뛰어든 서명선(56) 송광매원 대표는 바로 여기에 주목했다. 거의 모든 음식에 매실을 활용하는 일본인과 달리 우리의 식탁에서 매실은 활용도가 낮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에 매실의 가치는 그대로 버려두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평범한 도시의 직장인이었던 그가 매실에 빠져 보낸 세월은 12년. 그리고 어느새 그는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영농법인의 대표, 농업벤처의 대명사가 됐다.

대구의 한 신문사를 다니던 그는 1990년대 말 일식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빠르게 번창했지만 곧 사고가 터졌다. 그가 운영하던 일식 체인점 중 한 곳에서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것. 30명 정도의 단체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복통 증세를 보여 병원에 실려갔다는 전갈이었다. 소문은 빨랐다. 사업이 거의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서 대표가 느낀 아쉬움은 더 컸다.



전문가 집단 멘토로 활용“일식은 비가열 음식이기 때문에 역학조사 자체가 어렵습니다. 익혀먹는 음식은 조리과정에서 멸균이 가능하지만 생선회는 어디서 어떻게 오염이 있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관리를 잘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지요. 일본으로 눈을 돌려봤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은 이런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까. 답은 매실에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은 회를 먹을 때 우메보시(매실장아찌)를 빼놓지 않습니다. 그때 생각했지요. 제대로 된 우메보시를 만들어 손님 상에 올리자.”

우메보시를 만들려면 매실이 노랗게 익었을 때 따서 바로 소금에 절여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매실은 모두 익기 전에 딴 청매였다. 그래서 그는 직접 재배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당시 국내에 있는 거의 모든 매실나무는 일본산이었다. 일본 매실은 포근하고 비가 많은 지역에서 재배해야 하기 때문에 송광매원이 위치한 칠곡은 생육환경이 맞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토종 매실 묘목을 확보한 뒤 수 차례의 실험 끝에 토종 매실의 생산에 성공했지만 진짜 사업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재배에서 가공으로 넘어가는 단계는 서 대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좋은 매실인데 단지 모양이 예쁘지 않아 상품이 될 수 없는 매실이 많았습니다. 답은 하나였지요. 그런 매실로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품을 만들면 되겠구나. 물론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가공품의 기본이 되는 매실청(농축액)조차 만들 줄 몰랐거든요. 그 때 느꼈습니다. 이건 절대로 혼자 할 일이 아니구나. 매실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부터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지 모든 해답은 밖에 있었습니다.”

방법을 찾은 그는 발로 뛰기 시작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식품공학과 교수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한편 식품가공 관련 교육이나 세미나가 열리면 아무리 먼 길이라도 찾아가 귀를 열었다. 벤처농업대학 과정 등을 이수하고 정부가 주관하는 식품 관련 연구개발 프로젝트에도 뛰어들었다. 제품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포장과 디자인 등 가공 전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인적 네크워크를 최대한 넓혔다. 그 덕에 서 대표는 매실청, 매실 초고추장, 매실 김치, 매실 식초 등 주력 제품을 단기간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송광매원이 매실과 단짝인 차조기(자소)를 이용해 만든 가공품은 식품과 미용제품 등 총 16종이다. 품질에 확신이 생긴 서 대표는 각종 정부 지원사업과 공모전에 뛰어들었다. 정부 인증과 수상경력만큼 확실한 홍보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광매원은 매실 고추장으로 2002년 말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관하는 전통식품 콘테스트에서 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4년에는 같은 대회에서 매실김치로 또다시 동상을 받았다. 공로를 인정받아 서 대표가 농림부 신지식농업인에 선정됐고, 2004년 제3회 벤처농업창업경연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는 일. 그는 “인지도가 없던 때라 판매처 자체를 마련할 수 없었다”며 “상품과 카탈로그를 들고 전국을 순회하며 홍보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로 그때 서 대표는 자신의 전 직장이 신문사였음을 떠올렸다. 판로 확보에 전념하다 오히려 자신의 전공인 홍보를 잊은 셈이다. 관련 언론인의 이메일을 수집한 그는 젊은 시절 직장에서 익힌 노하우를 활용해 상세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보냈다. 모두가 하는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서 대표는 훨씬 더 꼼꼼했다. 자신의 저서 <귀농경영> 에서 언론사를 대하는 네 가지 원칙을 소개했을 정도다.

‘반품’을 내세운 독특한 마케팅 전략도 성공에 한 몫 했다. 송광매원은 국내 매실 최초로 유기농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덕분에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유기농 유통회사에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었는데 그때 서 대표가 내건 판매 슬로건은 ‘반품 대환영’이었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의 경우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서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반품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제품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반품된 매실을 가공용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고 말했다.



테마 체험공간으로 또 다른 도약 노려현재 송광매원의 매실과 가공식품은 전국적으로 최고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식구도 늘었다. 서 대표가 손을 대기 전까지 칠곡군에 매실 농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칠곡군에만 120농가, 전국적으로는 600농가가 송광매원의 이름을 달고 판매할 매실을 재배하고 있다. 수확량은 연간 100t이 넘는다. 서 대표는 꼼꼼한 사업계획과 경영마인드가 가장 큰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농사는 일반 창업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일식당 경영이 산소마스크를 물고 카리브 앞바다를 헤엄치는 것이라면 농사는 납덩어리를 달고 심해로 뛰어드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앞이 안 보일수록 눈을 더 크게 떠야 합니다. 저 역시 무턱대고 진행했다 낭패를 본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낭만적으로 접근하거나 여유를 부리면 안 됩니다. 도시와 무대만 바뀌었을 뿐이지 경영의 복잡함은 마찬가지니까요. 사업계획서부터 최대한 상세히 쓰고 수십 번 고치면서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근 서 대표는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낙동강변에 위치한 송광매원을 테마가 있는 체험공간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국토해양부 등 유관기관과 사업계획을 협의하는 중인데 성공에 안주할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또 다른 도전을 즐기는 듯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는 수변 놀이문화가 거의 없습니다. 그 동안 낙동강이라는 우수한 자연 환경을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1년에 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송광매원을 찾지만 별다른 즐길거리가 없었습니다. 오토 캠핑장을 짓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설할 생각입니다. 강에서는 수상스키를 즐기고 저녁에는 매실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 수제 베이컨과 소시지로 파티도 여는 거지요. 기대하세요. 농업이 왜 6차 산업인지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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