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경영 악화에 골프장 자세 낮춘다
[Golf] 경영 악화에 골프장 자세 낮춘다
국내 골프장산업은 2000년대 초반 이후 2008년까지의 호황기를 지나 현재 하락기에 진입했다. 골프장 수는 골프장 건설 붐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반면, 골프 인구는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서 한 골프장당 이용객 수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1년 골프장 내장객은 2646만 명으로 2010년의 2540만 명에 비해 약간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 지표가 되는 홀당 이용객은 2010년 3468명에서 3354명으로 3.5% 줄었다. 경영난과 세금 부담 때문에 지난해 무려 40여 개 골프장이 매물로 쏟아졌다. 지난해 말 영업을 중단한 경기도 포천의 가산노블리제 골프장은 지방세 252억원을 체납해 최근 시로부터 공매 처분을 받았다. 제주도도 29개 골프장 중 지방세를 체납한 골프장이 7곳이나 됐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국내 골프장산업은 특히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홀당 이용객 줄어국내 골프장 수는 2001년 말 180개에서 2011년 말 440개로 급증했다. 이는 골프장사업의 수익성이 좋았던 시절에 건설을 추진한 골프장이 속속 개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4년까지 신규 개장 골프장 수는 해마다 30~40개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 후에는 감소할 전망이다.
공사 중인 골프장 수와 골프장 인허가를 받았지만 착공하지 않은 미착공·공사중단 골프장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자. 공사 중인 골프장 수는 2011년 말 기준으로 61.7개(18홀 1개 환산)에 이른다. 미착공·공사중단 골프장은 자금난과 회원권 분양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프장으로 61.5개에 이른다. 대부분 회원권 분양난과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중단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 중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권 분양난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대부분 퍼블릭으로 전환해 개장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미착공·공사중단 골프장 중 사업성이 없어 완공되기 어려운 곳은 지방을 중심으로 24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골프장 수(군 골프장 포함)는 2011년 말 437.1개다. 공사 중인 61.7개가 모두 문을 열면 2013년 말에는 499개로 늘어난다. 여기에 미착공 골프장(61.5개)까지 모두 완공되면 국내 골프장 수는 2016년 말에 560개소로 증가한다. 지역별 골프장 수를 보면 수도권은 2011년 156.2개에서 2016년 197개로 가장 많이 늘어나고, 강원권은 2011년 48.4개에서 2016년 72개로 증가한다.
그러나 이들 골프장을 빼고는 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제 골프장의 입회금 반환 사태, 골프 회원권 가격 폭락과 퍼블릭 골프장의 수익성 하락 등의 이유에서다. 골프장의 경영상태는 골프장 공급과잉, 입장료 하락 등으로 지방 회원제 골프장을 중심으로 악화될 공산이 크다.
골프장 이용객 수는 지난해에 2010년보다 소폭 늘었다. 앞으로도 그럴까.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는 골프 붐과 소득수준 등이다. 우선 2000년대 들어 뜨거워진 골프 열기는 골프인구 확대에 크게 기여했지만 높은 이용료, 많은 시간 소비, 중산층 비중 정체 등으로 서서히 식고 있다. 골프 붐이 시들해지면 일본의 골프장처럼 입장료를 내리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더라도 골프인구가 좀처럼 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골프 붐 덕에 스크린 골프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스크린 골프의 인기도 골프 붐이 시들해지면 빛이 바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변수는 소득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소득은 조금이나마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골프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중산층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사회의 중심축인 중산층 비중은 3저 호황 직후인 1987년부터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까지 7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67.7%로 낮아졌다. 경제성장률마저 떨어지면 중산층 비중이 더욱 정체돼 골프 인구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6년까지 골프장 수 더 늘 듯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16년에는 2541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중 회원제 골프장 이용객 수는 퍼블릭보다 4만∼5만원 비싼 입장료와 회원제 골프장 수 증가율 둔화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퍼블릭 골프장 이용객 수는 낮은 입장료에다 퍼블릭 전환 골프장 수 증가로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18홀당 이용객 수는 2007년 7만182명에서 2011년 6만537명으로 줄었다. 2016년에는 4만5400명으로 2011년보다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수도권과 부산·경남권에 입지한 골프장을 제외한 여타 지역 골프장들은 수요 부족으로 경영난에 허덕일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후 국내 골프장 이용객 수 정체 전망의 근거는 다양하다. 우선 여전히 비싼 이용료, 3~4명의 팀 구성, 많은 이동·플레이 시간 등으로 지금보다 골프 인구가 늘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골프장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고 이용료가 하락하면서 가격 부담 때문에 골프를 즐기지 못한 중산층 골퍼가 늘면 골프장 이용객 수 감소세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장은 늘고 골퍼는 줄면서 지금까지 블루오션이던 골프장 사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골프장 시장이 공급자(사업자) 주도에서 수요자(골퍼) 주도로 변하면서 지방의 경쟁력 없는 골프장의 도산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입회금 반환 사태와 골프장 사업의 수익성 둔화로 그동안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골프장 인수·합병(M&A)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입회금 반환 사태로 부도난 회원제 골프장과 회원권 분양이 안돼 공사가 중단된 골프장, 공사대금이 없어 착공하지 못하고 있는 미착공 골프장이 대거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이미 기존 골프장의 M&A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골프장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겠지만 수요자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우선 골프장의 비회원 입장료가 골프장 공급 확대로 점차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경제적 부담이 작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중 가동률이 골프장의 경영수지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주중 이용객 확보를 위한 주중 입장료 인하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다음으로 골프장산업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골퍼를 유치하기 위한 골프장의 마케팅 활동이 활발할 가능성이 크다. 골프장당 이용객 수가 감소하면서 이용료 할인, 이벤트 개최 등의 마케팅 활동이 이미 활기를 띠고 있다. 마케팅이나 경영 전문가들이 골프장 CEO로 속속 영입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골프장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서비스·시설 수준에 따라 등급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입장료도 골프장별로 차별화될 전망이다. 서비스·시설 수준이 우수한 골프장은 비싼 입장료를 받더라도 여전히 많은 골퍼가 찾겠지만, 그렇지 않은 골프장은 골퍼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입장료·식음료를 인하해야 하고 결국 1인당 객단가가 떨어질 것이다.
골프장산업이 공급자(골프장 운영회사)에서 수요자(골퍼) 중심으로 변하면,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도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은 제정한지 10년이 지난 것으로 개정 필요성이 크다. 현재 약관에 따르면 골퍼가 갑자기 교통사고나 질병 등으로 골프를 치지 못해도 입장료 절반과 제세공과금을 지불해야 한다. 입장료(그린피) 개념이 골프장 입장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아니고, 골프 플레이 하는데 지불되는 돈이라는 점에서 이는 이용료나 플레이피(play fee)로 바뀌어야 한다.
퍼블릭 병설 회원제 골프장 ‘꼼수’이외에도 천재지변으로 경기를 중단해도 플레이 한 홀별로 정산하는 것도 문제다. 10홀 이후 경기가 중단돼도 캐디비·카트비는 18홀분 전액을 내는 것도 문제다. 한 팀당 캐디피는 2004년 8만원에서 현재 평균 10만 700원으로 25.9%나 인상됐다. 골퍼들이 한 해 캐디에게 지급한 캐디피 총액은 2004년 3041억원에서 2011년 6260억원으로 급증했다. 사실상 공급자 중심 체재가 유지되면서 골퍼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된 약관 때문이다.
골프장업계에서는 퍼블릭 골프장을 비상구로 보고 있다. 이미 수도권 일대에 명품 퍼블릭을 지향하는 골프장이 늘고 있다. 퍼블릭을 병설한 회원제 골프장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골프장에는 맹점이 있다. 퍼블릭 코스를 포함한 모든 코스로 회원을 과대 모집하면서 운영은 회원제 입장료를 적용해 ‘꿩 먹고 알 먹기’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회원을 모집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대신 중과세율을 부과하지만,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을 모집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일반세율을 적용한다. 그런데 코스를 정확히 구분해 운영하는 골프장은 그리 많지 않다. 퍼블릭 골프장으로 운영해 일반세율을 적용 받으면서 퍼블릭을 회원제로 전용하는데 따른 세금 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선을 넘어 과다 분양으로 골프 회원권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 골퍼의 플레이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현재 퍼블릭 병설 회원제 골프장들은 61개에 이른다. 그중 퍼블릭 9홀을 병설한 51개 골프장 대부분이 퍼블릭을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병설 퍼블릭 골프장들은 퍼블릭 골프장을 회원제로 운영하면서 골퍼들에게 비싼 회원제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9홀의 회원제와 9홀의 퍼블릭을 플레이 하면서 개별소비세가 포함된 18홀 회원제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대중화를 위해 건설·운영되고 있는 병설 퍼블릭 골프장이 회원제로 운영되면서 비회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 측에서는 18홀 단위로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9홀의 회원제와 9홀의 퍼블릭을 플레이 할 경우에도 회원제 입장료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 골프장을 만들 때에는 회원을 과대하게 모집해놓고 이제는 경영이 조금 어려워지니깐 세금이 과하다고 탓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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