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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구조개혁 나선 동양그룹
화력발전 사업서 비상구 찾는다

[Company] 구조개혁 나선 동양그룹
화력발전 사업서 비상구 찾는다

동양그룹은 재계 서열 26위(2011년 기준)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공장을 갖춘 시멘트 사업이 주력인 동양그룹의 계열사는 57개(국내 34개, 해외 23개)다. 한때 동양그룹 순위는 17위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조금씩 순위가 떨어지더니 어느새 20위권으로 밀렸다.

동양그룹의 재무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악화됐다. 시멘트와 건설 등 그룹의 제조업 부문이 건설경기 악화로 고전하면서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보유 주식 801만3201주 중에서 777만421주를 담보로 169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현 회장이 보유중인 동양 주식만 놓고 봤을 때 주식담보 대출 비율은 97%에 달한다.

레미콘 등 건재사업을 주로 하는 동양메이저는 2010년 1526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순이익 9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분기에 다시 5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동양그룹은 현금흐름이 좋지 않자 자회사 중 알짜로 분류되는 동양매직과 동양메이저를 합병해 지난해 9월 그룹지주사 격인 ‘㈜동양’으로 재출범 시켰다. 이후 3분기 실적발표에서 동양은 영업이익 422억원(3분기 누적)으로 회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년 전에 비해 1500억원 이상 줄였다 하더라도 부채(2011년 9월 말 기준)가 1조4883억원에 달하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꺼야 하지만 더 급한 문제는 불을 끈 다음이다. 그룹의 주력인 건설과 금융을 넘어선 새로운 산업이 필요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주력인 건설·금융업 위기동양그룹은 재무 불안정이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고강도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동양생명을 팔려고 하는 것은 동양그룹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금융계열사 중 유독 동양생명은 동양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9월 금융계열사인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인터내셔널, 동양파이낸셜 등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46.5%를 보고펀드에 매각했다. 보고펀드는 동양생명보험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분 매각 때 동양그룹은 보고펀드와 2015년 1월 동양생명 지분 30%는 일정 금액에 되사올 수 있다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당시만 해도 되사올 거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분위기가 반전됐다.

동양생명 지분을 주당 2만5000원 이상에 팔 경우 동양그룹과 보고펀드가 각각 4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동양생명의 총자산(2011년 기준)은 11조3975억원, 국내 7위 보험사다. 10위권 밖의 보험사가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단숨에 4~5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현재 동양생명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대한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다.

대한생명은 동양생명 인수전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하다. 대한생명이 최종 인수가로 주당 2만1000원대, 푸르덴셜생명이 1만9000원대를 써냈다. 그러나 매각 주체인 보고펀드는 1000억~2000억원 정도 가격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대한생명 등과 막판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와 대략적인 가격이 결정된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의 가격대를 감안하면 동양생명 인수가격은 1조3000억~1조5000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에서 가격 외에 다른 요건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매도자의 성격과 딜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딜에서는 가격이 절대적인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측은 동양생명 외에도 동양리조트가 보유한 속초 영랑호리조트 내의 9홀 골프장과 강원 삼척에 위치한 18홀 파인밸리 골프장도 팔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워낙 골프장 매물이 많은 터라 원하는 값을 받기가 어려워 현재 매각은 보류한 상태다.

동양그룹은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하루 빨리 발굴해야 한다. 현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해 4월 2일 경영진 재편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룹 모태인 동양시멘트에 회계사 출신의 50대 초반 이창기 부사장을 투입했다.

또 전략기획본부장은 사장급으로 승격시켜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건설 불황과 시멘트 사업 고전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 부사장을 동양시멘트 대표로 발탁한 것은 미래성장 동력인 ‘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현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동양은 강원 삼척 동양시멘트 46광구 부지에 2000㎿ 이상 규모의 대형 발전단지를 설립할 계획이다.

해안에 인접한 46광구는 항만시설 건설이 비교적 쉬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없어 화력발전소 건설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동양그룹은 2013년 발전소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화력발전소를 통해 1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모태사업인 시멘트사업의 경우 유연탄이 생산원가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 화력발전소와 맥을 같이한다”며 “구매에서 활용까지 유연탄 전반에 걸친 노하우는 화력발전의 원가 절감과 운영에 있어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까지 갈 길 멀어업계에서도 이번 사업에 성공할 경우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전산업계 관계자는 “민자 발전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조건은 부지 확보”라며 “발전소를 하나 지으려면 부지 주변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는 난제가 항상 생기는데 지역 경제에 오랫동안 기여해 온 동양이 폐광을 활용한다면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은 그동안 동양종합금융증권과 동양생명 등 금융권 위주로 그룹을 운영해왔다. 앞으로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제조업 등 비금융권 육성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동양메이저가 전력사업 등 신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회사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는 있겠지만, 정상화까지의 과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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