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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 실효성 있나 - 유류세 인하 빼곤 다 내놨다

정부대책 실효성 있나 - 유류세 인하 빼곤 다 내놨다

정부가 4월 19일 이번에는 확실히 유가를 잡겠다며 또 다시 대책을 내놨다. 올 들어서만 네 번째 공식발표다. 대책은 자꾸 나오는데 주유소 기름값은 떨어지지 않고, 서민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주유소 업계와 납세자 연맹 등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유류세 인하는 이번 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 대책은 알뜰주유소의 확산이 주요 골자다.



서울서 알뜰주유소 전환하면 5000만원 지원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국내 제5의 석유제품 공급사가 생긴다는 점이다. 공급자를 늘려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인데 이에 따라 삼성토탈이 6월부터 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전자상거래용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0%(기존 3%)로 적용하고 L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을 추진키로 했다. 3월 23일 발표했던 혼합판매 허용에 관한 구체적인 대책도 나왔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와 계약할 경우 100% 해당 업체의 제품을 사용해야 했던 관행을 깨고 여러 정유사의 석유를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적 지위 남용사례로 지적돼 온 전량 구매 계약 강요행위를 위법행위로 명시하는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라며 “이를 막는 정유사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하고 강제성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참여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도입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사업자의 소득세와 지방세 등을 일시 감면하고 기존 주유소의 매입비용으로 최대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 지역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게는 5000만원의 시설개선자금을 준다. 삼성토탈의 신규 공급, 운영비 절감 등이 작용하면 L당 30~40원의 추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당초 700개 설립을 목표로 했던 알뜰주유소를 올해 말까지 1000개까지 늘리고, 서울 지역에서도 최소 25개(구별 1개) 이상의 알뜰주유소를 만들기로 했다.

일단 정부는 공급사를 늘리는 예상외의 카드를 던졌다. 정부 정책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온 정유사를 더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삼성토탈의 참여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삼성토탈은 매달 일본에 3만7000배럴의 휘발유를 수출하고 있다. 5월부터는 매달 8만8000배럴을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문제는 양이다. 기존 4사의 생산량과 비교하면 1%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추가 생산량을 더해도 12만5000배럴인데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이 각각 약 300만 배럴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토탈이 주유소 사업과 석유제품 유통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한 기존 정유사와 경쟁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란 뜻이다. 해외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무역 수지 흑자에 기여했는데 불공정거래 기업으로 내몰렸다는 기존 정유사의 볼멘소리도 일리가 있다.

전국에 1만3000여 개의 주유소가 있지만 알뜰주유소는 이제 100여 개에 불과한 것도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알뜰주유소가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지만 일반주유소가 가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서울을 제외하면 알뜰주유소의 가격이 주변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서울은 다르다. 알뜰주유소 서울 1호점인 금천구 H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4월 20일 기준으로 L당 2082원이다. 금천구 지역의 평균가인 L당 2093원보다 불과 11원 저렴한 수준이다. 게다가 인근지역에 H주유소보다 싼 주유소가 무려 10개나 있다. 주변에 알뜰주유소가 없다는 불만에 갖가지 혜택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가격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에 대한 정유사의 횡포도 문제다. 얼마 전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주유소 업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정유사의 행태가 보도된 바 있다. 모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다 2월경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모 주유소 사장은 해당 정유사 측이 계약기간을 자동으로 연장하는 족쇄 계약을 빌미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이 곳뿐만 아니다. 정유사들은 알뜰주유소 전환 후에도 타사 석유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중간 대리점에 손을 쓰는 등의 방법으로 알뜰주유소 전환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엄정한 단속과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혼합판매 허용에 대해 주유소 측에서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역시 갈 길이 멀다. 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혼합판매 비율을 기존 20%에서 무제한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주유소가 싼 값에 석유를 들여오기엔 어려움이 많다. 정유사의 입김이 센 상황에서 개별 주유소가 독자적으로 정유사를 상대로 가격 흥정을 하기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또한 특정 정유사의 브랜드를 내 걸고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판다는 사실 자체도 문제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고 가짜 석유의 유통이 만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강력하게 성공을 예견했던 석유 현물 전자상거래 시장은 사실상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다. 3월 30일 개장했지만 이후 13거래일 동안 거래실적은 단 20건에 그쳤다. 권한을 가진 정유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인데 주유소 입장에서는 이런 정유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구입하면 곧장 결제를 해야 하는 것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유류세 인하 효과 일시적, 부작용 많아”정부가 야심차게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없거나 당장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를 제외하고 할 수 있는 정책은 다 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납세자 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현재의 유류세는 세금형평성의 측면에서 서민에게 더 큰 부담을 지게 하는 불평등한 구조”라며 “유류세 인하만이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름값에 붙는 교통세 중 정부가 국회의 동의 없이도 만질 수 있는 탄력세를 조정해 기름값을 낮추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류세를 내려도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인데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L당 80원 가량 유류세를 내린 적이 있지만 실제로 효과는 미미했다. 치솟는 국제 유가를 상쇄할 만한 힘은 없었다는 의미다.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반대 이유다.

기획재정부 측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급등한 유가에 흉흉한 민심을 이번 정책으로 달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2007년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었던 박재완 기재부장관은 ‘유류세 10% 인하’ 법안을 낸 적이 있다. 당시 박 장관은 “유류세로 쉽게 세수를 채우는 건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비판하면서 유류세 인하를 주장했다. 또 다른 말 바꾸기 논란에 직면한 가운데 ‘유류세 인하 없이는 속 빈 강정’이란 주장에 박 장관이 어떻게 대처할 지 주목된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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