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porter at large] 텀블러의 성장통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이 돈이라면 텀블러는 월마트보다 더 커졌을 듯하다.
세계의 유행 선도자들(the coolest people on the planet)은 생긴 지 5년 된 이 블로깅·소셜네트워킹 사이트를 이용한다. 패션 사진작가 테리 리처드슨은 아름다운 수퍼모델의 속옷 촬영을 할 때마다 바로 텀블러의 자기 페이지에 사진들을 올린다. 오바마 정부, 아이돌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의 가장 멋진 멤버 닉 조나스도 텀블러를 한다. 텀블러는 그 사이트의 블로그 이름이다. 초대형 스타 제이 Z와 비욘세 부부가 새로 태어난 딸을 자랑할 때도 기존 뉴스 매체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블로그에 사진들을 게재했다.
텀블러의 매력은 쉽고 아름답다는 점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개인 텀블러를 제작한다. 여느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생각·이미지·링크를 올린다. 또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소셜 네트워킹 기능도 수행한다. 텀블러에서는 블로거들끼리 서로 팔로(구독)한다. 그러나 텀블러는 차별화 전략으로 야심적인 소셜 네트워크에 더 비중을 둔다. 친구가 됐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곳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와는 달리 이 사이트의 홈페이지는 우중충한 로그인 화면이 아니라 다양한 고해상도 예술작품을 보여준다. 4월의 어느 날 상단 이미지는 동화작가 고(故) 로저 뒤바젱의 ‘봄눈’ 일러스트레이션과 덴마크 사진작가 페르 바크 옌센의 황량한 풍경 시리즈였다. “세계의 창작자들을 따르라(Follow the World’s Creators)”가 그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리고 회원으로 가입하는 이용자도 “세계의 창작자” 중 한 명이 된다. 이 사이트의 블로그 수는 현재 어림잡아 5300만 개에 달한다. 십대의 일기 스타일 단상, 감독 지망생이 촬영한 동영상, 그리고 수없이 많은 고양이 사진 등으로 이뤄진다. 자신의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사람들의 소우주다. 그리고 모두 무료다.
그러나 어린이는 누구나 사춘기를 맞듯이 성공적인 신생 벤처기업은 언젠가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이번 주가 텀블러의 차례다.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텀블러는 5월 2일 처음으로 주요 수익사업을 시작한다. 돈을 내는 이용자에게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자리를 내주는 방식이다. 그럴 경우 매달 1억1000만 명에 달하는 텀블러 방문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
많은 사이트가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신세계질서로 이용자를 유도하려고 시도했다. 이용자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불평을 하고 때로는 등을 돌린다. 그러나 텀블러의 이번 조치는 팬들의 충성도나 인터넷 업계 거물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25)의 재능을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공한다면 기업 브랜드들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길을 제공하며 통상적인 인터넷 광고와는 다른 더 미묘한 방식이 된다. 그것은 그 맨해튼 소재 회사에 1억25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투자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텀블러와 함께 성장하는 뉴욕의 IT 커뮤니티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는다.
카프는 텀블러가 성장세를 유지하려고 현금을 소진해 왔다고(has been burning through cash) 시인했다. 이익엔진을 가동하는 시기의 선택이 불확실했지만 텀블러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우리 모두 똑같이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카프가 어느 맑은 날 오후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재무상태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6년 전쯤 언젠가 카프는 멘토인 프레드 사이버트로부터 애정이 담긴 충고(tough love)를 들었다. 카프는 15세 때 뉴욕의 명문 브롱크스 과학고를 중퇴한 뒤 그 TV·영화 프로듀서 밑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부모에게서 자택교육을 받으며 코드 작성법을 독학했다. 그동안 사이버트 밑에서 일하며 이른바 “발명회사”인 데이비드빌을 키웠다. 다음 일자리는 사이버트의 도움으로 얻은 어번베이비의 최고기술책임자였다. 카프가 십대 후반 회사를 떠날 때 사이버트는 청하지 않은 충고를 했다. “그는 내가 너무 자주 타이를 착용해서 얼간이처럼 보인다고(I looked like a chump) 생각했다”고 카프가 말했다. 코미디 드라마의 ‘천재소년 두기(Doogie Howser, M.D.)’가 매일 타이를 착용해서 그 IT 신동도 그 패션을 따랐다고 한다(카프는 요즘은 후드 스웨트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카프는 19세이던 2007년 블로그로 관심을 돌렸다. 블로깅은 이미 널리 보급됐지만 워드프레스 같은 기존 서비스는 이용자가 HTML 같은 데 익숙하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많은 블로거 희망자는 그런 지식이 없었다. 왜 아무도 더 간단한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을까 궁금해하던 카프는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하기로 했다. 그가 텀블러라고 명명한 사이트에 블로거들이 몰려들었다.
맨해튼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두 명으로 시작한 텀블러는 그동안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has come a long way). 지금은 맨해튼의 세련된 그래머시 동네에서 천장 높고 널따란 건물의 2개층을 사용한다. 주방에 맥주가 갖춰져 있고 6층에 탁구대가 있지만 다른 인터넷 벤처기업의 실내 놀이터 같은 업무 환경에 비하면 분위기가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이들은 괴짜들(nerds)”이라고 오바마 정부 백악관의 IT 부책임자 출신의 앤드류 맥래플린 텀블러 부사장이 말했다. “깔때기로 통 맥주를 만들기보다 바보 같은 공상과학 GIF 이미지 만들기를 좋아한다.”
지난해 가을 텀블러는 8500만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했으며 지난 1년 사이 90명 안팎을 채용했다(2011년에는 직원 수가 20명에도 못 미쳤다). 한 달 160억 회가 넘는 페이지뷰(대다수 방문자가 18~35세이며 여성 비율이 과반을 약간 웃돈다)를 처리하기 위해 서버 용량, 지원 인력, 업무공간을 확대해야 했다.
이 같은 성장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는 뉴욕을 IT 메카로 만들려고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부분적으로 텀블러 외에도 포스퀘어나 심리스 같은 토박이 인기 사이트의 강세에 힘입어 뉴욕의 IT 업계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페이스북이 뉴욕에 사무실을 냈고 쌍방향 비디오 사이트 퀴키 등 일부 서부해안 기업들도 동부로 이동한다. 광고주와 더 가까워지거나 그냥 더 큰 재미를 향유하려는 의도다. 뉴욕의 기업들은 콘텐트를 더 중시하는 경향인 반면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기술에 더 역점을 둔다고 레이철 스턴 뉴욕시 최고디지털책임자가 말했다.
시 당국은 코넬대 부설 엔지니어링 캠퍼스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기타 신생 벤처기업 유인책을 도입하고 있다. 한때 IT 창업가였던 블룸버그 시장은 일부러 카프와 동료 웹 창업자들을 만나 당국으로부터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지 물었다. 텀블러가 기업공개(IPO)를 한다면 뉴욕 최초의 대형 IT 기업 IPO 중 하나가 되며 맨해튼에 실리콘밸리를 조성한다는 블룸버그의 비전에 도약의 전기가 될지 모른다.
카프는 당장 IPO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텀블러의 브래드 번햄 이사는 5년 이내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2주 전까지 카프는 “욕지기난다(turn our stomach)”며 인터넷 광고에 단호히 반대 입장을 취했다. 수익사업 발표 2주 전 그는 한 기자에게 광고는 “최후의 수단(a last resort)”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는 4월 18일 입장을 바꿨다. 뉴욕에서 있은 광고 컨퍼런스 강연에서 텀블러의 수익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 질문을 받지 않고 연단을 내려갔다. 이 계획은 기본적으로 이용자가 돈을 내고 자신의 블로그를 친구와 팔로어의 페이지뿐 아니라 텀블러 커뮤니티 전체에 나타나게 하는 방식이다. IBM과 알렉산더 매퀸 등 텀블러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브랜드에겐 공식적 광고가 주는 거부감 없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가 된다.
관건은 유료 이용자의 콘텐트를 최대한 눈에 거슬리지 않게 제시하는 일이다. 텀블러는 지난 1년 동안 기업들이 사이트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조사해 왔으며 그 새로운 서비스(텀블러 직원들은 모두 어떻게든 ‘광고’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를 활용할 첫 기업들을 직접 골랐다. “우리는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려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카프가 발표 다음 날 인터뷰에서 말했다. “따라서 누군가 터무니 없는 자료를 올려놓고 ‘어이, 여기 좀 봐!’라고 외치는 식이 되게 하지는 않을 작정이다. 우리는 이것을 여느 평범한 서비스가 아니라 아이팟처럼 만들고 싶다.”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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