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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VORITE MISTAKE]James Franco -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MY FAVORITE MISTAKE]James Franco -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영화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 Isolde)’를 촬영하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 영화를 찍은 게 큰 실수였다. 젊은 시절 열정이 과한(overzealous) 배우로서 멋진 영화를 찍고 싶었다. 대본을 읽었을 때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말론 브랜도나 로렌스 올리비에가 젊은 시절 맡았을 법한 역할이라는 연기 코치의 말에 넘어갔다. 그런가 보다 싶었다(I thought, “OK . . . I guess.”).

촬영 시작 9개월 전 계약서에 서명했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말라 소콜로프의 집 뒷마당에서 매일 같이 검술(sword fighting) 연습을 했다. 무술 코치와 함께 검술 비디오로 찍는 듯이 훈련했다. 그 다음엔 그리피스 공원에서 말을 타고 언덕 위를 달리며 승마 훈련도 했다.

드디어 촬영하러 아일랜드로 갔다. 대본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다. 대규모 전투장면이 모조리 은밀한 암살장면으로 바뀌었다. 내 훈련이 무용지물이 됐다(All the training I did was useless).

촬영 도중 어느 날 갑자기 무릎에 야구방망이로 얻어 맞은 듯한 통증이 왔다. 일단 붕대로 감았다. 다음 날 붕대를 풀어보니 무릎이 평상시의 세 배로 부어 있었다.

당시 촬영지는 프라하였다. 지하철 역사처럼 생긴 병원에 갔다. 일단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의사가 내 무릎을 보더니 “당장 수술해야겠어요! 십자인대(ACL)에 문제가 있군요”라고 말했다. 난 거부했다. 촬영이 3주치나 남아 있었다. 의사는 내 무릎에서 이틀에 한번씩 물을 빼냈다(they drained my knee every other day).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아침마다 물리치료소에 가서 마사지를 받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마사지사는 늘 드라마 ‘트윈 픽스(Twin Peaks)’의 OST를 틀었다. 촬영을 중단해야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정밀검진을 받았다. 프라하의 진단과 달리 인대가 아니라 무릎뼈(patella)가 문제였다. 수술 뒤 두 달 동안 매일 물리치료를 받았다. 주요 장면 촬영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무릎 치료가 끝났고, 마침내 액션 장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영화였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케빈 레이놀즈가 영상을 중시하는 감독이고 각본이 좋으니 잘 될거야.” 하지만 레이놀즈와 나는 성격이 맞지 않았다. 그는 내가 맡은 역할이 유쾌해야 한다고 여긴 반면 나는 비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장면에선 웃어야 돼요”라는 그의 말에 난 “아닌데요, 이 대목에서 기분 좋을 이유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제임스 딘 연기는 그만하지”라고 말하면 나는 “왜 계속 로빈훗 영화만 만들려고 해요?”라고 응수했다. 스콧은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을 촬영하느라 거의 도움을 주지 않았다.

내가 얻은 교훈은 한마디로 이렇다.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영화(a movie that I don’t have a special feeling for)는 찍어선 안 된다. 이젠 안다. ‘이 영화다!’ 싶으면 본능적으로 느껴진다(you feel it somewhere in your gut when you believe in a movie). 그렇지 않은 영화를 찍으면 지옥을 맛볼 수 있다.

INTERVIEW BY MARLOW 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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