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 Book - 『인사이드 애플』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은 차고 넘친다. ‘잡스’가 제목에 들어간 책만 국내에 180여 종이 출간됐다. 하지만 애플 그 자체를 깊이 다룬 책을 찾기는 어렵다. 이유가 있다. 애플의 ‘비밀주의’ 때문이다. 경영에서도 투명성이 강조되는 시대지만 애플에서는 모든 것이 비밀이다. 심지어 애플 본사 1층 사내매점에서 파는 티셔츠에는 이런 문구가 써 있다. ‘난 애플캠퍼스를 방문했다. 하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 애플은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직원들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다른 기업과 달리 내부 동료에게도 정보 유출이 금지된다. 애플 직원의 표현을 빌리면 애플은 궁극적으로 꼭 알아야 할 것만 공유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애플의 프로젝트는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처럼 분리된다. 하지만 그 퍼즐이 어떤 모양이 될지 직원들은 알 수 없다. 완성된 퍼즐의 모습은 조직의 최상위층만 알 수 있다. 애플의 한 임원은 “우리는 테러단체 같은 점조직을 갖고 있다”며 “꼭 알아야 할 것 외에는 정보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플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 거의 없는 것은 안팎으로 닫혀있는 비밀의 문 때문일지 모른다.
미국 경제지 포춘의 선임기자인 애덤 라신스키가 그 비밀의 문을 열었다. 라신스키는 ‘조직도가 없는 회사’라는 애플의 내부 조직도를 지난해 포춘에 보도해 주목을 받았던 베테랑 기자다. 당시 기사 제목이 ‘인사이드 애플’이었다. 라신스키는 애플의 최고위층부터 말단 엔지니어, 제휴사 임직원까지 폭넓게 취재해 애플의 내부 시스템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애플의 속내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저자는 애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규율이 제대로 서 있고, 비즈니스에 밝으며 제품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단순함을 숭상하며 목표를 향해 매우 근면하게 일하는 조직이다. 애플은 효율성이 높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조직이다.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쫓기보다는 일단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데 집중한다.”
잠옷을 입고 일해도 되는 구글과 달리, 애플은 CEO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폐쇄적인 문화다. 창문 없는 방이 많고, 한 층 전체에 특수 잠금장치를 달고, 가족에게도 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 사람만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회사가 애플이다. 애플 사람들은 오로지 회사를 위해서만 일한다. 노동 강도는 세기로 유명하다. 애플 밖에 있는 사람들은 들어가고 싶어하고 애플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가고 싶어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회사에서 역사에 남을 혁신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애플 제품에 열광한다. 왜인가.
저자는 “애플은 필요 이상의 것을 제거하고 핵심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대신 선택한 분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삼성처럼 다방면의 제품을 만들지도 않는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임원회의에 두 주간만 참석하면 애플의 모든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애플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하고 누구도 손익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각 부문을 담당하는 임원들은 개발과 운영만 맡을 뿐 실적 관리는 CFO가 전담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조직의 긴장감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독립채산제 등을 도입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이런 문화 때문에 애플 직원들은 마치 부잣집 아이들처럼 행동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대신 자신들이 맡은 일을 최고로 해내는 것으로 능력을 증명하고 책임을 다한다. 책임에 대한 애플의 철학은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라는 용어에 잘 나타나 있다. ‘직접책임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DRI는 어떤 과제와 관련해 문제가 생겼을 때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책임은 애플의 오랜 문화다. 쉽게 말하면, 애플의 모든 직원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한 제품을 만드는 모든 과정과 작업마다 DRI가 정해진다. 또한 애플이 일하는 방식은 데드라인 중심이다. 모든 프로젝트는 처음 기획 때부터 정해진 기한을 무조건 맞춰야 한다. 임무는 완수해야 하고, 변명은 없다. 이런 문화 때문에 애플에는 ‘혁신가의 딜레마’가 없다는 말이 있다. 혁신가의 딜레마는 클레이트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쓴 책 제목이다. 현재의 매출을 희생하지 않으려다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못 보고 변화에 실패하는 대기업의 문제를 가리킨다. 애플은 대부분의 첨단기업이 성장의 후유증으로 관료화될 때도 스타트업의 민첩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애플의 이런 독특한 문화는 의심할 여지없이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천재의 영향이다. 잡스는 가고 애플은 남았다. 애플은 영속하는 회사가 될 것인가. 저자는 매우 낙관적으로 본다. 그는 애플은 적어도 ‘위대하지’는 못해도 훌륭한 회사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룩한 지금의 번영을 앞으로 계속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이 애플의 문화를 숭상하고 더욱 잘 살려내는 스타일의 경영자라는 점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애플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이 책을 읽어보면 애플이 썩은 사과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영화를 이끈 애플의 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

벨연구소 이야기
미래를 발명하는 아이디어 공장한국계 미국인 김종훈 사장이 최연소로 CEO 자리에 올라 우리에게도 익숙한 벨연구소를 심층 해부한 책이다. 벨연구소는 보유 특허만 3만3000개에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연구소다. 트랜지스터와 광통신, 휴대전화 기술이 벨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 미래를 발명한다는 벨연구소의 비밀이 담겼다.

▒ 살림 2만5000원
경영학 에센스

▒ 권구혁 외 지음
▒ 생능출판사 2만원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삼성-애플 특허분쟁이 갖는 의미이 책은 협상과 전투를 동시에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을 심도있게 다룬다. 개전은 애플이 했지만, 확전은 삼성전자가 한 양사의 특허전쟁이 갖는 의미와 배경을 고찰하고, 왜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전쟁에 몰두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특허전쟁을 격변기에 놓인 산업사회의 변화와 요청이라는 관점에서 다룬다.
▒ 정우성 지음
▒ 에이콘출판 1만5000원

그들의 성공엔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
톡톡 튀는 45개 기업의 성공 비결고가의 내구제에서 저가의 소모품으로 가구업의 개념을 바꾼 이케아, 화려한 광고없이 ‘이야기가 있는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대성공을 거둔 베네피트, 고기를 팔듯 의류도 저울에 달아 무게만큼 돈을 받는 킬로패션. 이 책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 45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 세리북스 1만3000원
우리 아이 부자의 싹

▒ 이성준 지음
▒ 잇북 1만3000원
면역이 살 길이다
면역에 대한 모든 것면역은 자신의 몸 안에 원래 존재하는 자연치유력과 같은 것이다. 세균이나 병균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힘이 곧 면역력이다. 이 책은 NK(Natural Killer-자연살해)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 요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조성훈 의학박사가 면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집약해 낸 책이다. 아프면 약과 주사부터 찾고 보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조성훈 지음
▒ 어드북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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