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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아집이 완성도 높였나

스타의 아집이 완성도 높였나



적어도 겉보기는 흥행 대박의 공식(formula for a box-office grand slam) 그대로였다. 지구 최대의 스타(윌 스미스)를 데려다 블록버스터 공상과학 코미디 시리즈의 3탄까지 주연을 맡게 하고, 초여름 최대휴일이 시작되는 주말에 개봉한다. 돈 들어오는 소리(Cha-ching)가 들리지 않는가?

그러나 ‘맨 인 블랙 3(MIB3)’는 할리우드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우여곡절이 많은 영화 중 하나다. 비용을 엄청나게 들였지만 비

효율성과 내분(inefficiency and infighting)으로 제작이 표류했다. 소니 픽처스가 이미 심한 지출을 한 상태에서 돈을 더 퍼붓느니(to throw good money after bad) 차라리 제작을 중단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스미스가 4년 만에 찍은 이 영화는 제작 예산이 2억1500만 달러가 넘었다. 소니는 스미스가 경쟁사의 블록버스터를 맡기 전에 (그리고 3800만 달러에 이르는 뉴욕주의 세제 혜택이 만료 되기 전에) 그를 잡으려고 서둘렀다. 얼마나 급했든지 대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촬영에 들어갔다(began shootingwithout a completed script).

완성된 청사진없는 마천루 건설과 다름 없었다.이런 황당한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제작진은 촬영 일정 ‘맨 인 블랙 3’의 중간에 휴지기(hiatus)를 두었다. 유능한 대본작가 2인조 팀(tag team)을 동원해 2막, 3막을 완성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휴지기가 세 달을 끌자 잘난 체하는 스미스의 아집 때문에 제작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Smith’s grandiosity had bogged down the production)는 추측이 난 무했다.

이제 소니는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려 애쓴다. 이 영화가 시사회 후 올 여름의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만하다는 입소문 때문이다. 그러나 ‘맨 인 블랙 3’의 제작 과정을잘 아는 여러 소식통은 스미스가 너무도 까다롭게 사소한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splitting hairs) 비용이 예산을 초과했고 제작상의 혼란이 일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스미스가 촬영장에서 휴대용 컴퓨터로 대본을 장면 별로 나눠 계속 리허설을 하고, 모든 주요 사안에서 ‘최종 결정권(last say)’을 요구하면서 제작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스미스는 자신이 직접 간여하고 모든 일을 챙기는 배우로 유명하다(Will is known to get in there and control things). 모든 사안을 자신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빌딩을 각층마다 허물고 다시 짓는 식이었다.” 스미스는 이 기사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

‘맨 인 블랙 3’의 제작에 참여한 여러 명에 따르면 스미스와 배리 소넨펠드 감독은 서로 똘똘 뭉쳐(operating as a unified front)대본 수정과 끊임없는 리허설 요구로 제작을 사실상 중단시켰으며(effectively held up production), 프로듀서인 월터 파크스와 로리 맥도널드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고 제작사에 압력을 넣었다.

한편 연예 매체들은 뉴욕의 소호에서 이 영화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스미스가 지냈던 ‘우주선 만한 크기’의 트레일러(“starship-sized” trailer)를 취재하느라 대목을 만났다(had a field day). 전장 16m의 이 거대한 트레일러는 개인용 영사실, 비서 사무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화장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이웃들은 이 거대한 차량이 내뿜는 배기가스의 매연이 심하다고 불평했고, 임대 상가 주인들은 장사가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을 잘 아는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2011년 봄이 됐을 때 개봉 예정일인 2012년 5월 25일까지 영화가 완성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니 임원실에 비상이 걸렸다(setting off alarms inside the Sony exec suite). 이미 수천만 달러를 쏟아 부은 상태에서 소니 픽처스의 공동회장 마이클 린턴과 에이미 파스칼은 최악의 상황을 공개적으로 거론할 수밖에 없었다(were forced to openly consider a doomsday scenario).

“그냥 손실로 처리하고 말아야 하나(Should we just take a write-down)?”라고 린턴이 파스칼에게 물었다고 그 소식통이 돌이켰다. 소니가 손실을 감수하고(should Sony swallow the losses) 할리우드 최고 흥행작의 제작을 중단해야 하느냐(pull the plug on a movie featuring Hollywood’s top box-office draw)는 뜻이었다.

랩가수에서 배우로 변신한 스미스는 ‘맨인 블랙 1’을 찍을 때만 해도 검증되지 않은 할리우드 상품이었다(he was still something of an untested Hollywood commodity). 그전까지 히트작은 하나 뿐이었다(‘인디펜던 스 데이’). 하지만 운 좋게 ‘맨 인 블랙’의 역할을 따냈다. 소넨펠드 감독의 아내(스미스가 주연한 NBC TV 시트콤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에어’의 팬이었다)가 그에게 주연을 제안했다

‘맨 인 블랙 1’은 세계적으로 5억89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영화업계를 놀라게 하면서 스미스가 흥행 보증수표임을 입증했다(established Smith’s box-office bona fides).절판된 만화책 시리즈(out-of-print comic-book series)를 바탕으로 한 ‘맨 인 블랙’은 우주 외계인 난민들을 관리하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뉴욕에 불법 거주하는 외계인을 감시하며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는 비밀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요원 J와 K(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의 이야기다. 2002년 개봉된 ‘맨 인 블랙 2’는 평론가들로부터 형편 없는 점수를 받았지만 그래도 4억41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그로써 ‘맨 인블랙’은 수익성이 보장된 시리즈(a lucrative franchise)로 자리 잡았다. ‘맨 인 블랙 2’를 촬영하던 중 잠시 쉬는 동안 스미스는 소넨 펠드 감독에게 3편에서는 시간여행(timetraveling)을 넣자고 설득했다.그래서 외계인 최고의 악당 ‘짐승 보리스’(저메인 클레멘트)가 달 감옥을 탈옥해 K요원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J요원은 그음모를 저지하려고 1969년으로 돌아가는 줄거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J요원이 심술궂은 파트너인 K요원을 암살에서 구하려면 젊은 시절의 K요원이 필요했다. ‘백 투 더 퓨처’ ‘터미네이터’에 의해 만들어진 시간여행 기준에 맞추려면 연속성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conundrums of continuity)가 있었다. 그래서 작가를 계속 바꿔가며 대본을 수정해야 했다.

“아예 타임머신을 실제로 만들어 미래로 가서 완성된 대본을 보는 게 더 쉽겠다(it would probably be easier to build an actual time machine and go to the future to seewhat the script ended up being)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시나리오가 아주 복잡했다”고 동원된 대본작가 6명 중 1명인 에탄 코헨이 말했다(그만이 작가로서 타이틀에 올랐다)코헨은 ‘트로픽 썬더’와 애니메이션 히트작‘마다가스카 2’를 맡았던 젊은 코미디 작가로 2009년 ‘맨 인 블랙 3’의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 간의 수정 후 다른 일거리 때문에 그가 빠졌고, 영화는 코헨 없이 촬영에 들어갔다.“멋진 1막과 새로운 결말이 있기 때문에 괜찮은 영화가 되리라 생각했다(Given that we had an excellent first act and a new ending, we knew we had a movie)”고 소넨펠드 감독이 말했다. “그런데 젊은 K요원이 얼마나 젊고 얼마나 그와 닮아야 하는지, 2막에서 악당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는 프로듀서들과 걸핏하면 승강이를 벌였다. 토미 리 존스는 휴지기에 들어가기 전 5주 동안만 촬영하면 끝이었다. 그래서 2막과 3막에서 추진력이 떨어지리라는 점을 알았다.”

촬영 휴지기 동안 소니는 대본작가 데이비드 코엡(‘스파이더맨’)을 5주 동안 고용했고, 나중엔 제프 네이선슨(‘캐치 미 이프 유캔’)과 마이클 안트(‘리틀 미스 선샤인’)를 동원해 대본을 수정했다. 또 다른 작가인 마이크 소치오도 촬영 현장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동원됐다.

“일부 작가는 플롯을 다뤘고, 일부는 극의 분위기와 어조, 유머를 전담했다”고 소니의 컬럼비아 픽처 담당 사장인 더그 벨그래드가 말했다. “많은 똑똑한 사람이 문제점을 지적하고(a lot of really smart people were putting their finger on things) 훈수를 뒀다. 그래서 무척 힘들었다.”

대본 수정이 질질 끌면서 소니 임원들은 제작을 포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자 제작진은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견해차를 덮기로 했다. “‘맨 인 블랙’ 시리즈는 재능 있는 사람들의 희한한 조합으로 만들어졌다(a strange combination of talents)”고 프로듀서인 파크스가 말했다. “에탄 코헨은 예외지만 핵심 제작 인원과 요소는 소품까지 세 편 모두 똑같다.

15년 동안 영화 세 편을 함께 만든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를 가족처럼 허물없이 대할 자격이 있다.”막판에 대본 수정을 다시 맡은 코헨은 스미스가 거만하게 굴었다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영화를 만들려고 애썼다(Smith did not throw his weight around on set so much as live up to his welldocumented commitment to excellence)고 말했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스미스의 뜻을 따랐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구태여 만들 가치가 없다(If we’re not going to do the perfect version, it’s not worth doing)’고 말했다.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고매한 직업관이다(That’s the kind of work ethic it’s hard to argue with).”

관련자 모두에게 다행스럽게도 ‘맨 인 블랙 3’는 시사회의 호평 속에서 개봉된다. 작품 자체로 판단하건대 제작진은 내부 분란을 극복했을 뿐 아니라 최근 기억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여름철 오락 영화 중 하나(one of the most satisfying summer popcorn movies in recent memory)를 만들어냈다.

스미스와 조시 브롤린(젊은 K요원을 맡았다)의 탄탄한 연기를 바탕으로 한 신나고, 재미있고, 지적인 영화다. 시사회에서 일부 관객이 눈시울을 붉힌 가슴 뭉클한 대단원도 있다(an emotional finale that even managed to make some preview audiences misty-eyed)

.“아슬아슬한 줄타기였지만 그 아래엔 늘 안전망이 있었다(We were on a tightrope,but we weren’t working without a net)”고 소니의 컬럼비아 픽처 담당 사장 벨그래드가 말했다. “물론 복잡한 문제가 많았다. 예산 초과에다 제작이 엉망이고 대본도 없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부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기대에 부합한다(Ultimately, the movie delivers). 관객은 제작 당시의 잡음은 개의치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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