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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도 못하고 경매 나온 ‘깡통 아파트단지’ 속출

분양도 못하고 경매 나온 ‘깡통 아파트단지’ 속출



개인만 ‘하우스푸어’가 있는 게 아니다. 건설회사도 ‘하우스푸어’가 되고 있다. 떨어진 아파트 가격 때문에 빚더미 ‘깡통 아파트’를 쥐고 고민하는 개인들처럼 건설회사 역시 미분양 ‘깡통 아파트 단지’로 애를 먹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던 건설사가 추가자금이 끊기면서 도산하고, 대출이자를 막지 못한 시행사가 부도나면서 아파트 단지 전체가 법원에서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건설사들마저 완공한 미분양 아파트로 골치를 썩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개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넘쳐나는 건설사 부동산매물현재 건설업계 순위 상위 150개 업체 중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경영부실에 빠진 업체는 25개사에 달한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09년 동안 7개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1개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업계 상황은 훨씬 더 나빠졌다.

요즘 경매 시장에는 건설회사 소유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경기침체에 저축은행 퇴출까지 겹치면서 경영부실에 빠진 건설업체들이 내놓은 물량이다. 이들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해 앞다퉈 보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법인의 부동산 매물이 4조원에 이르고 이중 30% 가량이 건설사 관련 매물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서울 논현동 사옥과 삼환기업의 소공동 부지, 동양건설산업의 서울 성수동1가 부동산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다. 쌍용건설은 최근 2150억원에 서울 회현동 오피스 빌딩을 매각했다. 이어 서울 중구 도렴동 오피스 빌딩과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서울(옛 타워호텔)도 각각 2200억원, 1635억원에 팔았다.

한라건설은 시가1725억원짜리 서울 가산동 복합건물 한라하이힐 매각을 추진 중이다. 워크아웃 중인프라임그룹은 신도림과 강변역 주변 테크노마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풍림산업도 사옥매각을 진행하고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아파트 단지를 통째로경매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들은 한 채당 10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아파트가 낙찰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30채 이상 일괄매매하는 통경매 아파트는 2008년 144건, 2009년 122건, 2010년 73건으로 점차줄어들다 지난해 81건으로 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7월 26일 기준)만 해도 29건의 통경매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다.특히 2005~2008년 사이 부동산 경기기대감에 ‘우선 짓고 보자’며 아파트 단지 건설에 나선 건설업체의 미분양 아파트가 많다. 이들 업체들이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받아 지은 아파트 단지가 완공을 마칠 시기가 돼 최근 경매시장 매물로 대거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완공한 아파트를 분양도 못해보고 통경매에 내놓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요가 없는)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분양을 시도해봐야 미분양될 것이 뻔하다”며 “손해가 막심하지만 시간을 더 끌면 손해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원 양양 거마리에 위치한 설악실크밸리는 1개 동 110가구 중 40㎡ 34개 가구가 경매 시장에 나왔다. 감정가는 1350만~1540만원 수준이다. 6월 9일 첫 입찰에 들어간뒤 잇따라 유찰돼 현재 최저 매각가가 994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평형 아파트가 가구당 600만~800만원대에 낙찰됐다.

경남 통영시 광도면 황리 호산그린나래 아파트 59가구는 최근 1가구를 남기고 모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인근 안정산업단지에 있는 성동조선해양, 삼화페인트 등의 직원숙소로 활용돼왔다. 소유주인 호산개발이 자금 경색으로 경매에 냈다. 감정가 5300만원 34㎡짜리가 3000만원대에 낙찰됐다.최근에는 통경매에 들어간 아파트 단지를 가구단위로 쪼개 개인에게 넘기는 경매도 흔하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경매에 내놓으면 물량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가구단위로 경매에 들어가면 한꺼번에 물량을 처리할 수 없어 대출금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내집 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달라붙어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부도를 맞은 성원건설이 내놓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성원상떼레이크뷰는 345가구를 가구단위로 쪼개 경매에 내놨다. 216㎡ 짜리 감정가는 7억7700만원이지만 입찰가는 1억6000만원 선이다.

충북 청원군 남이면 척북리 삼포그린힐아파트도 건설사 부도로 6개 동 916가구 중 257가구가 개별 물건으로 쪼개져 경매에 나왔다.최근 깡통아파트단지 매물이 늘어난 주원인은 PF대출이다.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것을 기대하던 시행사들이 연이어 도산하면서 PF대출 문제가 불거졌다. 시행사 도산 직후 PF대출의 보증을 섰던 건설사들이 상환부담을 떠안았다.

건설사들은 다른 우량 아파트들을 보호하기 위해 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하나라도 더 털어내야 할 입장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당국이 대대적으로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여부를 조사한 것도 한원인이다. PF대출에 앞장섰던 저축은행은 대부분 미분양 아파트들의 주채권자다. 조사를 받은 저축은행은 긴급히 자기자본비율을 확보하기 위해 담보물 처분에 나섰다.

건설사를 압박해 대출금 회수를 서두르면서 분양을 시도조차 못한 아파트들이 통경매 물건으로 경매에 붙혀진 것이다. 대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현재 PF대출과 관련해 경매에 공식적으로 올라있는 통경매 아파트(30세대이상)만 해도 15건 1473가구에 이른다. 한 저축은행 임원은 “요즘은 저축은행들이 미분양이라는 판단만 들면 미련없이 대출금 회수에 나선다”라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리스크가 높은 담보물을 쥐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PF대출이 주원인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저축은행 부실문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시행사 부도문제가 겹쳐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시행사 부도 등으로 통경매에 나온 아파트들은 대폭 떨어진 가격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눈길을 끈다.

그러나 경매 전문가들은 이런 아파트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개 유치권(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이에 관련해 생긴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할 수 있는 권리), 대지권 미등기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법률적 권리분석 때문에 개인보다는 해당 아파트 관련 기업이나 종사자가 되사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권형운 경매전문 법무사는 “까다로운 유치권 문제에 부담이 없는 유치권자가 통경매 물건을 대부분 낙찰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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