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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강철 피로 유럽 최고 부자 되다

뜨거운 강철 피로 유럽 최고 부자 되다



인도 출신으로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락시미 미탈(62)은 부와 성공의 상징이다. 미탈은 부와 명예, 그리고 영향력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기업인으로 평가 받는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지난해 2월 287억 달러에 이르렀다. 유럽 최고의 부자이면서 2011년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 5위에 오른 부호다.

최근 유럽재정위기로 주가가 하락해 재산이 196억 달러까지 줄었지만 올해 5월 발표된 선데이 타임스 선정 영국 부자 리스트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그는 영국 최고 부자자리를 8년째 유지하고 있다.재산의 원천은 철강산업이다. 미탈은 아르셀로미탈 주식의 41%를 보유한 오너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사는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다.

일본 신일본제철과 한국의 포항제철이 그 뒤를 잇는다. 미탈은 모국인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 14개국에서 제철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다. 인도 국적이면서 본인과 자녀는 영국에 거주하고, 아르셀로미탈의 본사는 룩셈부르크에 두고 있다.재산만 많은 게 아니다. 영향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는 2006년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올랐다. 이듬해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선에 들었다. 포브스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는 55위를 기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사회 활동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미탈은 세계적인 투자은행 겸 증권회사인 골드만삭스의 사외이사와 유럽 최대의 항공방위산업체인 EADS(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의 이사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잠비크의 해외 투자 관련 이사와 고문직도 맡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와 세계경제포럼 이사, 미국 켈로그 경영대학원, 인도 경영대학원 이사로도 활동한다.미탈은 스포츠계에서도 유명하다.

최근 박지성이 이적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축구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L)의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2부 리그 시절 지

분을 100억800만 파운드(약 1조8000억원)에 매입했다.최근 1부 리그로 오르면서 승부를 걸기 위해 박지성 선수등을 영입했다. 이 팀의 1대 주주는 지분의 66%를 소유하고 있는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토니 페르난데스다. EPL축구 클럽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영국에 진출한 성공한 기업인의 호사로 통한다. 호주 부호들이 개인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에 살아190억 달러의 재산으로 올해 선데이 타임스 선정 영국 부호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우즈베키스탄의 광산왕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는 아스널 팀의 지분 29.63%를 이란계투자자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147억 달러의 재산으로 3위에 오른 러시아의 석유왕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의 구단주다. 유럽 최고 부자인 미탈은 영국의 부동산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2004년 영국 런던의 부자 동네인 사우스켄싱턴의 켄싱턴 가든 18~19번지에 있는 저택을 5700만 파운드(약 1019억원)에 구입했다. 당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이었다. 런던 한복판의 초대형 녹지대인 하이드 파크 서쪽에 위치한 이 집은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가 신혼 때 살던 켄싱턴 궁전을 지척에 두고 있다. 주변에 대사관과 공연 시설, 사립학교가 있는 쾌적한 부촌이다.

그는 같은 거리의 6번지와 9번지 저택도 각각 1억1700만 파운드(약 2092억원), 7000만 파운드(약 1251억원)에 구입해 아들 아디티야(35)와 딸 바니샤(32)에게 주었다.6번지 저택은 구입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 기록을 깼다. 이 집에서 미탈 가족은 ‘브리티시 드림’을 만끽하고 있다.

미탈 덕분에 켄싱턴 가든은 ‘억만장자의 가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도는 물론 중동과 러시아의 신흥 부호들이 너도나도 집을 산 덕분에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철강 가문에서 태어나 독립미탈의 본업은 철강산업이다. 그의 혈관에는 강철이 흐른다. 인도 서북부 라자스탄에서 태어나 서부 대도시 캘커타로 이주한 그는 어려서부터 철강에 익숙했다.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부친 모한 랄 미탈이 철강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모한은 두 아들 프라모드, 비노드와 함께 1984년 일본 히타치와 기술을 제휴해 뭄바이를 본부로 하는 니폰덴로이스파트라는 철강회사를 창업했다. 현재 JSW이스파트라는 이름의 이 철강회사는 여전히 미탈 가문 소유다. 현재 인도 5위의 철강회사다. 하지만 락시미는 현재 이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캘커타의 세인트 사비어스 칼리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공부한 그는 76년 가족 사업을 떠나 별도로 창업을 했다. 업종은 역시 철강업이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이스파트인도라는 이름의 신규 제철소를 세웠다. 그가 직접 세운 유일한 제철소다.

그리고 89년에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그는 신규 제철소를 더 짓기보다 기존 철강회사와 인수합병(M&A)으로 회사 몸집을 키웠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신규 제철소를 짓느니 기존 기업을 합병해 경영 효율을 높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M&A는 미탈을 세계적 철강왕으로 만든 힘이다. 미탈주도의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세계 철강업계의 주요 흐름이 됐다. 그가 나선 덕분에 글로벌 철강 업계에선국경을 넘는 M&A가 흔해졌다. M&A의 목표는 신기술 획득과 신제품 생산능력 확보다.이것이 국제 철강업 트렌드의 핵심이다.

이런 상승효과 때문에 전 세계 철강업체들은 M&A로 몸집을 불리고 체력을 키웠다. 이는 세계 철강업계의 성공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우는 ‘그린필드 방식’이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도 작용했다. 방대한 부지와 거대한 시설이 필요한 제철소 건설은 주민을 설득하고 환경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미탈은 M&A 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세계적 철강왕에 올랐다.


인수합병으로 몸집 키워2004년 미탈은 자신 소유의 LMN그룹과 미국의 인터내셔널 스틸그룹을 합쳐 미탈스틸을 세웠다. 45억 달러가 투입된 이 M&A로 그는 마침내 세계 1위 철강기업의 주인이 됐다. 세계 1위와 2위의 결합으로 아르셀로미탈이 탄생한 후에도 그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2005년 경쟁기업인 아르셀로와 치열한 인수 경쟁을 거쳐 우크라이나의 크리보리즈스탈을 합병했다.

인수가는 당시 시장 가격의 두 배인 48억 달러였다. 그의 승부사 기질이 보이는 대목이다. 아르셀로는 룩셈부르크의 아르베드와 프랑스의 우시노르, 스페인의 아세랄리아가 2002년 합병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05년 캐나다의 도파스코를 합병하면서 이듬해 세계 2위의 철강기업으로 올라섰다.

미탈은 다음해 신일본제철, 포스코와 치열한 경쟁 끝에 아르셀로와 합병에 성공했다. 100억 달러의 부채를 포함한 380억 달러가 오간 사상 최대의 M&A였다. 인도에서 대금업자의 딸과 결혼한 락시미는 두 자녀를 뒀다.

유럽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딸 바니샤는 2007년 포브스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상속녀로 꼽혔다. 2004년 투자은행가인 아미트 바히아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지구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결혼으로 꼽혔다. 프랑스 파리에서 일주일 간 인도식 잔치로 열린 결혼식과 피로연에 총 6000만 달러의 비용이 든 것으로 전해진다.

하객은 1000명에 이르렀다. 바니샤는 2004년부터 경영에 참여해 현재 미탈 그룹의 지주회사인 LNM홀딩스의 이사를 맡고 있다. 그룹의 주력기업인 아르셀로미탈과 미탈 철강의 이사도 겸한다.

그룹의 핵심은 아들인 아디티야가 맡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의 CFO인 그는 M&A와 전략커뮤니케이션도 담당하고 있다. 아디티야는 세계적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1996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학교를 마치고 잠시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에서 M&A를 담당하다 97년 아르셀로미탈에 합류했다.그는 99년부터 M&A를 담당했다.


M&A 공 세운 아들에 CFO 맡겨위에서 말했듯 M&A는 미탈그룹의 성장엔진이다. 아디티야는 이 업무를 맡으면서 그룹을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에 올려놓는데 큰 공을 세웠다. 2006년 380억 달러를 들여 이룬 아르셀로와의 세계적 합병은 그의 협상력과 아버지 락시미의 판단력이 더해진 아버지와 아들의 합작품이다. 아디티야는 이 M&A로 아버지의 신임을 얻었다.

현재 아르셀로미탈은 부자가 공동 경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창업했지만 그룹의 성장에 아들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따라서 주변에서 경영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락시미는 자녀들에게 원대한 목표 설정과 끈기, 그리고 순간적 판단력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사업 성공을 이 세 가지로 이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탈 가문에 내려오는 가르침이다.

2009년 포춘은 아디티야를 ‘주목해야 할 40세 이하 경영인 40명’ 중 4위로 선정했다. 그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젊은 글로벌 리더 포럼 활동에 열심이다. 그는 2010년 5월부터 프랑스 명품그룹 PPR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아디티야는 독일 패션그룹 에스카다 오너의 딸인 메가와 결혼했다.

미탈 가문은 사업에 성공하고 개인적 호사를 누릴 뿐 아니라 기부에도 손을 뻗었다. 아디티야, 메가 부부는 2008년 런던의 한 병원에 1500만 파운드(약 267억원)를 기부해 미탈 어린이 병원을 건립했다. 인도 상인 출신의 사업가가 유럽 최고 부자로 주류 사회에 당당히 편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아버지 락시미는 인도 스포츠 진흥을 위한 기부에 열성적이다. 인도가 2000년 하계 올림픽에서 동메달 한 개,2004년 은메달 한 개 획득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900만 달러의 진흥기금을 냈다. 또 고향인 라자스탄 등에서 교육사업에 일부 기부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작다. 철강사업처럼 기부사업 역시 아들이 대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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