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Euro, Stupid 문제는 유로화야, 바보야
It’s the Euro, Stupid 문제는 유로화야, 바보야
유로화의 탄생에는 두 가지 스토리가 있다.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이다(an“immaculate” conception and a worldly one).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후자가 더 흥미롭다. 유럽통화통합 구상은 1970년대와 80년대 EU 관료들이 제안했다(idea of a European monetary union had been floated by Eurocrats). 유럽 경제와 정치 통합을 가속화하리라는 믿음이었다.
1989년 12월 8일 그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베를린 장벽이 막 무너진 상황이었다. 서독이 거의 당장 독일 통일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공동체 내의 전통적인 힘의 균형이 위태로워졌다.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의 힘이 너무 커진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를 어떻게든 피하려고 독일통일을 지지하는 전제조건으로 단일통화의 신속한 채택을 내걸었다(preconditioned his support of German reunification on the swift adoption of a common currency).
그래서 독일의 주권에 물타기를 할 심산이었다(it would dilute German sovereignty).어떻게 보면 유로화는 여전히 그런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In asense, the euro is still tainted by that original sin). 통합 확대를 향한 열정적인 한 걸음이 돼야 했지만 대신 차가운 현실정치 거래조건의 산물이 됐다(Something that should have been an enthusiastic step toward more unity had become the product of a cold,realpolitik tradeoff).
통화통합은 1992년 2월 마스트리히트에서 당시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 12개 회원국에 의해 채택됐다. 이 통합이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오른 건 두 차례에 불과했다. 같은 해 6월 덴마크가 통합을 거부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9월 아주 근사한 차이로 승인했다.
주류 정당이 모두 미친 듯이 홍보 캠페인을 벌였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 다른 유럽국 정부들은 이 교훈을 놓치지 않았다(The lesson was not lost on other European governments).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그들은 그 순간부터 범유럽구상에 관한 어떤 형태의 민주적인 테스트든 모두 피했다.
유럽통합 프로젝트에서 유로화가 지나치게 일찍 도입됐다는 데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화통합이 성공하려면 기존의 경제·정치·사회적 통합이 상당한 수준까지 진행돼야 한다(A monetary union implies a high degree of preexisting economic, political, and
social integration in order to succeed). 분명 1999년의 유럽은 자격미달이었다(did not qualify). 마스트리히트에서 채택된 통합 기준에도 결함이 있었지만 그와는 상관 없이 말이다.
커다란 생산성 격차, 판이한 인구구성, 내부 노동력 이동 어려움…. 거기에 연방예산 또는 세제의 부재까지 겹쳐 경제통합보다는 분산화 수준의 확대만 촉발할 뿐이었다. 유로화 도입 첫 10년 동안 국가간 인건비 격차는 사실상최대 50% 가까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블럭 내 대규모의 무역적자가 쌓였다(massive intrazone trade deficits built up). 그 영향으로 후진국의 공공부채가 급증했다. 이런 경
제의 균형회복을 위한 평가절하는 더는 불가능했다. 대신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이 실현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실은 달랐다. 약소국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노골적으로 지원한 덕을 봤다. ECB는 재정재건 작업을 할 때 역내의 모든 국채를 동등
하게 취급했다(treated all sovereign bonds of he zone on equal footing in its refinancing operations). 그에 따라 주변국의 금리는 모두 투기적인 방향으로 과도한 통화팽창을 촉진할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에 따라 경쟁력 격차는 더 벌어졌다.이제 유로 도입 14년째이자 마지막 해가될지도 모른다. 유럽의 주요국 정부들은 대표성이 부족한 유럽의 기관들을 대체로 무시했다(The main European governments have largely sidelined the mostly unrepresentative European institutions). 한편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고 대신 실체가 없는 모호한 시장원리를 탓하거나 남유럽 사람들을 게으르고 부정직하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좇아(driven by the narrowest sense of what they perceive to be their immediate interests) 어떤 형태든 유럽의 결속을 반대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유럽연합 전체 GDP의 2%도 안 된다. 주축 국가들이 간단히 흡수할 수 있었다.
유럽국가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보여줄까? 통화통합은 고도의 정치통합이 전제되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monetary unions can neither function in the absence of a prior form of deep political integration) 파트너들이 소극적일 때는 통화통합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U가 이제 어떻게 와해될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전체적인 공공부채, 금리, 실업률, 대외 경상수지 적자, 내부결속의 결여 수준이 높아진다. 여러 주권 국가들이 국가부도와 잠재적인 유로존 탈퇴로 기운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에게 분명해진다. 그러면 상식이 있는 사람은 모두 독일에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위태로워진 나라의 금융 시스템에서 돈을 빼내야 한다. 그에 따라 주변국 중앙은행들은 ECB로부터 돈을 빌려야 한다.
ECB는 이어 독일 금융 시스템에 비축된 남아 도는 유동성을 확보한다(obtains the excess liquidity accumulated by the German banking system). 그렇게 되면 독일은 자신들의 신용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그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는 편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그리스 선거는 통화통합을 탈퇴하려는 진정한 욕구보다는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사적인 외침을 들려준다. 옛 소련의 붕괴 이후에도 존속했지만 해체과정에 있는 루블 통화권의 선례를 살펴보자. 그 통화권을 먼저 이탈한 나라들은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이 아니라 발트해 국가들이었다.
또 다른 선택지는 유럽연합의 강화다.이상적인 상황에서는 공동의 예산 및 세금제도가 도입되면 내부자원이 취약지역으로 재분배된다. 한편 단일 근로법, 은퇴·건강관리·실업 제도, 표준 교육시스템, 공용어, 통치방식을 채택하면 점진적으로 근로자의 내부 이동성이 확대되며 유럽연합 전반에 걸쳐 생산성 평준화가 촉진된다(would progressively increase the internal mobility of the workforce while promoting productivity convergence across the union).EU가 하루아침에 연방국가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당장 일단의 과감한 결정이 요구된다. 공동의 예금보험,은행 자본재확충 방안(A common deposit in surance and banking-recapitalization scheme) 또는 유로 본드의 발행은 분명 유럽 금융시스템이 받는 당장의 부담을 일부 덜어준다. 하지만 가장 취약한 나라들의 경쟁력 다시 살려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그리고 최근 사태는 장기적인 리스크가 갈수록 얼마나 빨리 단기적인 위기로 실현되는 경향인지를 보여준다(show how long-term risks increasingly tend to materialize into short-term crises at breakneck speed).
유럽이 통합체제를 유지하려면 더 창조적인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have to show more creative flexibility if they wish to maintain their union). 무엇보다도 단일통화가 반드시 그들의 경제권 전반에 걸쳐 배타적인 법정통화 지위(legal-tender status)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연방이나 제국에서 지역적인 현실을 반영해 다소 과도기적인 차원에서 여러 가지 통화가 공존하도록 한 역사적인 사례가 있다. 미국은 1857년에야 국가통화를 유일한 법정통화로 채택했다. 옛날의 로마 제국에서도 최대 350종의 지역 통화가 제국화폐의 하위 개념으로 3세기 동안 통용됐다.
더 최근에는 공식적인 가치기준으로 사용되는 독일 마르크, 미국 달러, 유로 또는 러시아 루블과 더 가치가 낮은 지역통화 간의 공존 사례를 동유럽, 중앙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가 보여준다.폴란드, 브라질, 카자흐스탄, 터키는 오늘날 유로화를 사용하는 그리스나 스페인보다 경제여건이 더 낫다.
또한 회원국 간에 진정한 연대감이 형성돼야 한다. 그리스 부채의 구조조정 방식은 정석의 정반대였다(was the exact oppositeof what should have been done). 주로 유럽 금융기관들로 이뤄진 민간 채권자들은 상당한 수준의 손실을 울며 겨자먹기로 감수했다(were bullied into a degree of losses). 그 손실은 조만간 포르투갈, 스페인 및 기타 국가에까지 적용될 경우 유럽금융 시스템 전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다.
유럽의 공공기관들이 그 손실을 분담하지 않으려고 몸을 사릴 동안 그리스는 여전히 너무 큰 부담에 짓눌려 있었다. 최근의 스페인 은행 구제금융으로 주변국가들의 자본시장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후순위채권(subordinated debt)의 소유자가 됐다고 정확하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리스에 내려진 디플레이션 조치들은 민간부문 근로자와 주주들을 희생시켜 현지의 수동적인 자본 소유자들에게 혜택을 주는(benefit local passive capital holders at the expense of private-sector workers and shareholders) 한편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그리스의 미래 자금조달 수요는 대신 명백한 공동 신용보증(joint credit guarantee)을 붙여 유럽 메커니즘에서 흡수해야 했다.기존 부채는 동시에 시장에서 구입된 뒤 상정원가(notional value)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스왑 거래된다. 그에 따라 그리스 부채가 상당히 줄게 된다. 정부와 민간 채권자들에게 비슷한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현재 기초 재정수지 흑자(primary surplus)를 누리기 때문에 그리스 부채는 지속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주변국들에게 전가되는 리스크 프리미엄 수준이 완화된다. 유럽국가들은 집단적으로 그리스의 국가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연방 부채·예산·정부를 향한 첫걸음이다.
지역의 통합외부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한편 유럽통합의 정치적 혜택을 누리면서 유럽의 핵심국가들은 그에 따른 손실을 어렵지 않게 이겨내게 된다. 반면 그들은 이기적인 지연책(procrastination)을 선택했다. 통화통합의 붕괴와 유럽국가들의 장기적인 반목을 낳는 확실한 처방이다.
어떻게 되든 통합의 와해에는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손실보다훨씬 더 큰 희생이 따르게 된다.너무 늦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적절한 결정을 내리면 EU에 절실히 필요한 숨 돌릴시간을 벌 수 있다(Appropriate decisions could buy much-needed breathing time for the EU). 그동안 효과적인 정치통합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해 현 통화통합의 근본적인 결함을 보완해야 한다. 이는 유로의 전반적인 신뢰성을 높이고 나아가 단기적인 안정조치의 효과를 강화한다(compounding in return the effectiveness of any shorter-term stabilizing measure).
유럽인들 자신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민주국가들간의 연방 협약으로는 수십 년 동안 유럽통합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았던 민주주의의 약점을 감당할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강대국에게만 리더십이 주어지고 다른 나라들은 무시당하는 결함 말이다.
종종 견고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유럽 정치 리더십의 광범위한 쇄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유로는 지금은 유럽연합의 존속 또는파멸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히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분명 가장 열렬한 초기 지지자들의 야망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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