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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식 했나…대기업 규제법안 봇물

대선의식 했나…대기업 규제법안 봇물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된 19대 국회의원들이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월 30일~6월 13일 보름간 국회에 발의된 의원 법안은 115건이다. 18대 국회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 중 56건은 경제·민생·기업 관련 법안이다 <표 참조> . 민주통합당이 35건,새누리당 19건, 선진통일당과 무소속이 각각 1건을 발의했다. 이 중 21건은 기업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다. 또한 경제·민생 법안 56건 중 40건은 1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된 법안을 재탕한 것이다. 18대 국회에서는 의원 발의·정부 제출 법안 1만3877건 중 45.3%인 6301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 초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4·11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내놓은 공약을 대거 법안에 반영하고 있다. 대기업 규제 법안이 많고, 복지 포퓰리즘 법안도 적지 않다. 예년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또 다른 특징은 정치 중진들이 법안 발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말 있을 대통령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임기 첫 날 ‘희망사다리’라고 이름 지은 12개 법안을 발의했다. 기간제·단기근로자·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 고용정책기본법, 사내 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법 개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 주로 대기업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 많다. 민주당 역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 근로기준법 개정,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법 개정 등 대기업을 겨냥한 법안 발의가 많았다.


복지 포퓰리즘 법안도 많아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사내에서 차별 받는 파견근로자가 기업을 상대로 시정 요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파견근로자가 소속된 사업장 내의 파견근로자 중 지정한 대표자 또는 가입된 노동조합이 신청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용자의 고의적·반복적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가 파견근로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의 10배내에서 징벌적 보상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표는 기간제·단시간근로자와 사내하도급 근로자 관련 비슷한 법안을 4건 발의했다. ‘박근혜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안에는 박근혜 의원이 모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론으로 발의된 이 법안은 기간제·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영역을 명확히 하고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회의원 126명이 찬성자로 나선 이법안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도록 하고, 최소한 전체노동자 평균 급여의 50%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4선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소상공인 보호에 미흡하다며 지식경제부 장관인 소상공인 적합업종을 지정하게 하고, 대기업이 진출하려면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냈다.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 역시 당내 126명 국회의원을 찬성을 받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정부조달사업에 정부가 소기업·소상공인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명숙 민주당 전 대표는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자를 확대하고 지급액을 인상하는‘기초노령연급법 일부 개정’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대학 등록금 표준액을 정하고, 등록금 표준액의 1.2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 상한액을 정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일부 개정’ 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민주당 의원 전원이 서명한 ‘당론 발의’다.

이 밖에도 대기업 규제 법안은 많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월 3일에서 4일로 확대하는 법안을 냈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은 현재 기술탈취에만 적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당단가인하에도 적용해 단가인하로 수급사업자가 본 피해액의 10배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원사업자가 배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특정 중소도시에 대규모 점포를 개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냈다. 초선인 윤영석 새누리당의원이 낸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매출 1500억원, 500명 이상 고용 사업주는 매년 정원의 5%에 해당하는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 고용하도록 강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발의한‘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 법안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어렵게 하고,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할 경우 그 이유와 해고자 선정 방법 등을 문서로 근로자 대표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안 통과는 미지수복지를 확대하는 법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영유아 보육을 국가 전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냈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임차료를 의무적으로 보조해주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고,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틀니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법안들이 국회를 모두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대선이 200일도 남지 않았고 여야가 4·11 총선 때 내놓은 공약을 최대한 빨리 입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기업규제·선심성 복지법안은 앞으로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며“재계의 의견을 모아 이른 시일 내에 국회에 자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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