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를 살리는 게임 이론
부부관계를 살리는 게임 이론
결혼 시즌이다. 결혼할 때는 좋지만 그 순간부터 내리막길이라는(it’s all downhill from here) 사실을 명심하는 편이 좋다. 축배를 들고, 길게 줄을 지어 행진하는 콩가 춤을 추고, 명품 요리기구를 장만하고, 허니문 섹스가 끝난 뒤에는 죽을 때까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진짜 현실이 시작된다(begins the real work of living together until you die).
못할 건 없지만 쉽지 않다(is doable but challenging). 타협하고 ‘당신’ 대신 ‘나’를 주어로 내세워 말하라는 충고를 많이 듣는다.가령 “당신이 경제개념이 없어서 집안 망하게 생겼어(You are terrible with money and are going to ruin us)”라고 하지 말고 “나는 집에 돈이 떨어져서 슬퍼(I feel sad when Isee that we have no money)”라고 말해야 한다는 식이다. 다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부부간 협상에 임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이른바 게임 이론이다.
게임 이론은 전략적 상황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에 관한 연구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쿠바 미사일 위기, 축구 페널티 킥,영화 ‘다크 나이트(Dark Knight)’의 첫 장면이다. 1분 더 버스를 기다릴지 아니면 포기하고 걸어갈지 갈등할 때(When you find yourself debating whether to wait for the bus another minute or give up and walk) 게임이론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데이팅 사이트의 프로필을 둘러볼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 이란·이스라엘과 미국은 사이버 전쟁과 핵으로 인한 잠재적인 파멸을 둘러싸고 3자간 치킨 게임(a three-way game, 누가 더 담력 있게 오래 버티나를 테스트하는 게임)을 벌이고 있다.이것이 일반적인 결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려면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조엘과 리사로 대체하면 된다. 그리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조엘과 리사의 냉장고로 치환한다.
그 냉장고는 3일 동안 텅 빈 상태다. 남편과 아내가 팽팽히 대치하며(Husband and wifeare in a standoff) 어느 쪽도 물러서려 하지않는다(neither one backing down). 이번주 들어 매일 저녁 피자를 배달시켜 먹었다.둘 다 평생 이런 소화불량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they’ve never had such indigestion in their lives).
하지만 조엘은 수퍼마켓에 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God help Joel if he’s going to go to the supermarket). 지난 5주 연속 토요일마다 리사가 테니스를 칠 동안 그가 장을 봤다. 리사도 갈 마음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집안 일은 모두 그녀가 한다. 조엘의 속옷을 개고 공과금을 그녀가 다 납부한다. 조엘이 온라인 뱅킹 암호를 암기하고 침대 밑에서 자신이 입었던 옷을 꺼낼 생각이 아니라면 싫어도 그가 마트에 다녀와야 한다는 뜻이다. 리사는 기다릴 수 있다. 지금까지 버텨왔으니까.필시 대다수 사람은 자신이 조엘과 리사 보다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할 법하다.
나는 상대방이 양보하기를 기다리며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never stand firm, waiting for the other to back down). 상대방이 죄책감을 갖도록 몰아붙여 부모에게 일러바치도록 하지도(don’t guilt each other into calling your parents), 싱크대 위의 곰팡이 핀 접시더미를 못 본 척하지도 않는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배우자를 고도의 체스 게임 적수처럼 대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긴 사람은 소파에 누워 인기 드라마를 보고 진 사람은 아이들 취침 준비를 시키는 게임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누구의 마음속에나 조금씩은 조엘과 리사가 똬리를 틀고 있을(you and he/she have a little Joel and Lisa in you,) 가능성이 크지 싶다. 그리고 벼랑끝 전술을 펼치거나(engaging in brinksmanship), 계속되는 논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려고 머리를 굴리거나(scheming to finally triumph in an ongoing argument),또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꼼수를 부리지(strategizing to get what you want)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장담컨대 사람들은 자신이 인정하는 것보다 이런 게임을 더 많이 하며 때로는 자신이 그렇게 하면서도 모를 때가 있다.그렇다면 그 게임을 프로처럼 하는 법을 알면 좋지 않겠는가? 다음은 게임 이론과 결혼의 몇 가지 공통점이다.
• 둘 다 두 사람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이 상황을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하게 만들려 애쓰지만 상대방의 존재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
•‘협력적인 전략’의 가능성과 ‘비협력적인 전략’의 가능성이 있다. 전자는 쌍방이 협력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려 노력하며,후자는 모두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다.
• 비협력적인 방안은 종종 끌리지만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협력적인 방안은 썩 내키지 않지만 치명적인 경우는 드물다.협력하느냐 마느냐? 양보하느냐 버티느냐(To budge or stand your ground)? “오케이, 좋아”라고 말하느냐 “절대 안돼(not a chance)”라고 말하느냐? 부부가 함께 살아가면서 뜻하지 않게 자주 떠올리는 질문들이다.
이상적으로는 항상 협력하고 양보하고오케이라고 말하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심리적인 문제가 얽히고(there’s baggage involved) 상대의 속내를 속속들이 알거나(a history together) 지난 일로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을(scars from past relationships) 때는 그 단계에 도달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저서 ‘당신이 아니라 접시가 문제(It’s Not You, It’s the Dishes)’를 위해 공저자와 함께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우리는 서술형 답변이 필요한 질문(open-ended question)을 던졌다. “결혼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당연히 대부분의 답변이 협력,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협력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관련됐다.
“다른 사람과 한 집에서 사는 법을 배우기.”
“절충하기.”
“관점의 차이.”
“내 자신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일.”
“항상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것.”
“의견 차이를 인정하기(Agreeing to disagree).”
“자녀양육 문제에 합의 보기(Seeing eye to eye in raising children).”
“다른 목표를 두고 협상하기.”
“내가 하고픈 일을 원할 때 모두 할 수 없다.”
“화장실 변기.”
게임 이론의 장점은 원하는 걸 모두 갖지는 못하지만(you can’t have it all) 적어도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얻고 싶어하는 상황을 다룬다는 점이다. ‘가능한 최선의 결과(best results possible)’라는 마법의 세 단어를 명심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 또는 “내 말이 옳은” 것과는 다르다. 이 두 가지는 말하나 마나 우리 대다수가 선호하는 시나리오지만 말이다. 게임 이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인간관계에선 자신이 모두 가지려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relationships aren’t about having it all). 주어진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을 얻어내도록 해야 한다(they’re about having all you can under the circumstances). 결혼생활의 경우 그 주어진 상황에는 명백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사실이 포함된다.
바로 나말고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당신의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 애를 쓴다.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은 게임 이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이는 결혼의 훌륭한 정의라고도 생각한다). “둘 이상의 개인이 있다. 그들에게는 몇 개의 선택지, 결과와 관련된 개인적 기호, 그리고 서로에게 가능한 선택과 서로의 기호에 관한 약간의 지식이 있다. 그 결과는 두 사람이 내리는 선택에 좌우된다. 한 개인이 독립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There is no independently ‘best’ choice that one can make). 그것은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거기에 근거해 배우자와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결과를 피할 만한 세 가지 전략을 게임이론에서 찾아본다.
1. 미리 생각하라. 내가 하려는 행동이나 말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 그리고 그 반응이 당장 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 과거에서 배워라. 지난번 내가 이렇게 했을때 상대가 어떻게 반응했던가(How did she react the last time I did this)? 그런 결과를 피하려면 이번에는 어떻게 달리 할 수 있을까?
3.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Put yourself in his shoes). 이는 자신이 상대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따져보라는 뜻이 아니다.상대가 그런 입장에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라는 뜻이다(what he would do if he were him, which he is).이는 상당히 합리적인 충고처럼 들린다. 하지만 감정이 고조된 순간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툭하면 정반대로 행동한다( in the heat of the moment, so many of us routinely do the opposite). 조엘과 리사, 그리고 그들의 냉장고 대치국면으로 돌아가보자. 그들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둘 다 왕고집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they’re forgetting that they’re both superstubborn).
대신 냉장고를 두고 벼랑끝 전술로도 알려진 치킨게임을 벌인다. 따라서 잠재적으로 집에서 요리한 음식을 다시는 먹지 못하는 결과에 도달할 소지가 있다(서로 를 미워하는 문제는 접어 두자). 비협력적인 전략을 택하면 그런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협력적인 전략은 미트로프, 로스트 치킨, 퀴노아 샐러드, 낭만적인 만찬, 그리고 부부가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온갖 종류의 멋진 혜택을 얻게 된다(all sorts of other great stuff that married people can enjoy if they put their minds to it).
그런 전략을 택하려면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한다. 조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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