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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중학생 서울대생 멘토를 만나다

섬마을 중학생 서울대생 멘토를 만나다



중학교 2학년인 배규헌(14)군은 전남 여수시에서 2시간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인 연도에 산다. 매일 40분 거리의 학교로 통학하

지만 힘든 내색 한번 없다. 마을에는 그 흔한 보습학원 하나 없고, 그나마 공부를 도와주던 두 형들마저 여수시내 고등학교에 입학하

면서 공부는 온전히 규헌이 몫이 됐다. 혼자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 가서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규헌이에게 공부를 가르쳐 줄 대학생 형,누나가 생겼다. 삼성사회봉사단이 마련한 드

림클래스 여름캠프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삼성사회봉사단은 7월 29일부터 8월 17일까지 ‘2012 삼성드림클래스 여름캠프’를 실시했다. 이번 캠프는 교육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남지역 읍·면 및 도서·벽지 중학교 1, 2학년생 300명 대상으로 했다. 전라남도 내 각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 전남교육청에서 선발한 이들은 섬에 사는 중학생 31명을 포함해 고흥군 25명, 완도군 20명, 해남군 16명, 진도군 12명 등 160개 중학교에서 온 학생들이다. 참가자들은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에서 3주간 합숙하면서 중학생10명당 강사 2명이 한 반이 되어 영어, 수학학습지도를 받으며 총 155시간의 집중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캠프 기간 동안 이들의 교육을 맡은 강사는 모두 서울대 재학생들이다. 최석진 삼성사회봉사단 부장은 “강사들은 참가 학생들의 학업을 담당할 뿐 아니라 학습 태도나 생활 면에서도 멘토가 되는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서류와 면접전형을 통해 학업성적과 봉사 정신, 리더십 등을 기준으로 서울대 학생 60명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히 학업을 수행하는 대학생을 우선으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 강사 전원에게는 장학금이 지급된다. 대학생 강사는 장학금이 중학생은 무료 학습의 기회가 주어지는 ‘일석이조 캠프’인 셈이다. 서울대 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이종진(21)씨는 이번 캠프에서 영어 선생님을 자처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사교육을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학창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며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씨는 “집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어려서부터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결하는 습관이 들었다”면서 “혼자 공부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는데, 이렇게 습득한 나만의 공부비법을 캠프 참가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군소지역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낼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삼성사회봉사단은 이런 점에 주목해 자기주도학습법에 관한 특강시간도 마련했다. 외부 전문 강사들이 초빙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탐색, 시간 관리법, 예·복습법 등 캠프가 끝나고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수학 강사로 선발된 서울대 산업공학과 허재석(24)씨는 “읍면 지역에서 성장해 참가 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열심히 공부하는데 비해 성적이 잘나오지 않는 학생이었어요. 지금도 그 때를 돌이켜보면 ‘내 옆에서 누군가 조언을 해줬다면’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요령이 없었죠. 저처럼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 받지 못한 시골 학생들에게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발레 공연, 축구 관람으로 재미 더해참가 중학생들이 3주 동안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 수학 집중 지도 외에도 명문대 견학, 공연 관람, 스포츠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지현 삼성사회봉사단 과장은 “교육의 기회만큼이나 문화체험의 기회가 적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면서 “첫째 주에 실시한 국립발레단 공연을 본 참가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의 발레공연, 성악가 박인수 서울대 명예교수 및 제자들의 음악회는 재능기부 형태로 이뤄져 의미를 더했다.

전남 흑산도에서 배를 타고 40분을 더 가야 나오는 어촌마을에 사는 윤현우(14)군은 8월 11일에 관람한 수원 삼성 축구경기에 넋이 나갔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윤군이지만 축구장에 직접 가서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 캠프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아마 배를 타고 목포시내에 나가 PC방에서 무의미한 방학을 보냈을 것”이라면서“다양한 문화체험은 물론 서울대생 선생님들에게 수업 받으니 다음 학기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삼성사회봉사단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대학생 강사, 팀원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학생들의 적성에 따라 연극, 합창, 자서전 만들기, 전시, 댄스 조로 나눠 20시간에 걸친 교육 기회를 제공했다. 캠프 마지막 날인 8월 17일에는 학부모를 초청해 그간 준비한 활동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 측은 이미 3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21개 주요 도시에서 중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주중 방과후에 영어, 수학 과목을 지도하는 드림클래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하지만 합숙 캠프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사회봉사단은 이번 여름캠프를 시범 운영한 다음 노하우를 익혀 앞으로 연간 6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드림클래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삼성은 이번 여름방학 캠프를 비롯한 드림클래스 사업을 통해 학습의지가 있지만 다양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은 중학생들에게 학업의 꿈을 심어 주고싶다”면서 “앞으로 삼성드림클래스는 청소년의 동반자로서 그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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