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경제학개론] ‘선거의 여왕’에서 경제통으로 변신 중
[박근혜식 경제학개론] ‘선거의 여왕’에서 경제통으로 변신 중
1952년 출생이니 올해 나이 만 60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육군본부 정보국 소속 소령이었다. 박 후보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대통령에 당선된 아버지를 따라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다. 학창 시절 그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꼽히곤 했는데 성심여중·고 시절에는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고, 1970년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해서도 학구열은 식지 않았다.
박 후보의 졸업 평점은 4.0점 만점에 3.82였다. 여성 공학도가 드물던 분위기에서 산‘ 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공대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 졸업 후 교수를 꿈꾸며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지만 이후의 인생은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사망 소식에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돌아와 22살의 나이에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하지만 5년 후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1979년 11월 청와대를 나왔다.
학창 시절 공부 잘하는 모범생
한달 후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총선에서 개헌저지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천막당사’라는 회심의 카드로 국민 여론을 바꾼 덕분이었다. 2년 3개월 동안 야당 대표를 지내면서 각종 선거에서 승리했는데 2006년 5월 지방선거 유세 도중 커터칼에 뺨이 찢기는 테러를 당하고도 병원에서 선거를 지휘한 일화는 유명하다.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도 이때 얻었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패배한 후 주춤하다 2010년 세종시 정국 이후 MB정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하면서
본격적인 재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디도스 사건으로 다시 위기에 빠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각종 쇄신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뚫고 원내 1당을 유지하면서 당내 지지기반을 확고히 했고, 8월 20일 19대 대통령 선거 새누리당 후보에 선출돼 12월 대선에 나서게 됐다.
1998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박 후보는 산업자원위원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여성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등을 두루 거쳤다. 경제 공부도 꾸준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당 내 모의원은 “2000년 대 초반부터 경제학 박사 출신 보좌진을 적극 활용해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안다”며 “정기적으로 제출되는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기업인들도 많이 만나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언론사 경제부기자를 초청해 3~4시간씩 토론하던 것도 이 무렵이다.
당 대표에 취임해서는 외곽에 전문가 그룹을 가동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박 후보의 장점은 탁월한 정치력, 조직 장악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주변에서도 ‘상황 판단이 탁월하다’,‘큰 그림을 그릴 줄 안다’ 등 그의 거시적인 안목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당 대표 시절 주요 이슈 역시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정치·사회 분야에 몰려 있었다. 2002년 방북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데 이어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 중국 후진타오 주석을 만난 덕분에 외교적 역량 또한 부각됐다.
반면 경제에 대해서는 ‘경제마저 정치로 풀려 한다’, ‘원론적인 언급일 뿐 구체성이 없다’ 등의 비판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경제 전문가로서의 캐릭터를 만들지 못한 결과는 뼈아팠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그랬다. 당시 박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명박 후보를 앞서고도 국민 여론조사에서 뒤져 대선 후보 자리를 내줬다. 경제 살리기로 마케팅에 나선 이 후보는 기업가 출신이라는 경력을 앞세워 주요 경제 이슈를 선점해 여론몰이에 성공했다.
그 때문인지 박 후보는 18대 국회에서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경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바꿨다.2007년 대선 이후 침묵의 정치를 계속하던 박 후보는 2008년 11월 수도권 규제완화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연기금 동원 등 정부 정책에 구체적인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박 후보가 경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자문 교수와의 모임 횟수를 늘리며 본격적인 경제 그림 그리기에 나섰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나왔던 직후다. 박 후보 스스로도“여름 동안 경제 공부를 많이 했다”는 소회를 내놓기도 했다. 여당내 모 의원은 “당시 실물 경제의 어려움이나 한국에 맞는 복지제도 등을 심도 있게 고민했다”며 “전문가 풀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경제를 챙길 안목을 키우려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2009년 5월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스탠포드대 강연에 나서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발휘했다.이후에도 박 후보의 경제공부는 계속됐다. 박 후보의 측근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처럼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0년 말에는 한국형복지론을 제기하며 복지 이슈를 선점했고, 연이어 대선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할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켰다. 본격적인 대선 행보의 시작이었다. 이 때도 중심추는 경제에 뒀다. 오랫동안 과외 선생님역할을 해준 교수진이 대부분 참여했다. 18대 국회 하반기 상임위를 기재위로 옮겨 국가부채나 물가상승 등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지적을 내놨고 올해 들어서는 박근혜식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세워 야당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고3처럼 경제 공부 박 후보 측 관계자는 “궁금한 점이 생길 때 절대 한 사람의 전문가에게만 답을 구하지 않고 각각 다른 자리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하는 습관이 있다”며 “아무리 가벼운 사안이라도 성급하게 판단 내리지 않고 지나치게 단언하는 것도 경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큰딸에서 20대 퍼스트레이디. 18년간의 은둔과 정계 입문, 그리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기까지 대한민국 정치사와 함께 흘러온 박 후보의 3번째 대권 도전이다. 성패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 한국형 복지, 경제민주화 등 한발 빠르게 경제 이슈를 선점하며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후보의 재산
삼성동 자택이 사실상 전재산박근혜 후보의 재산 목록은 다른 국회의원들과 비교해 단출하다. 국회공보에 매년 3~4월 공개되는 국회의원 재산 변동 현황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재테크와는 거의 담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2012년 박 후보가 신고한 재산 총액은 21억8100만원. 전년에 비해 5800만원 가량 줄었다. 박 후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19억 4000만원이라고 신고한 서울 삼성동에 있는 단독주택(대지 484㎡, 건물 317㎡)이다. 박 후보는 현재 이 집에 거주한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그가 삼성동 자택을 구입한 시점은 1990년 7월이다. 현재 이 집의 실거래가는 3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 후보는 대구 달성군 화원읍 대백맨션 아파트(105㎡)를 6000만원으로, 인근 건물의 전세(임차)권은 40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대구 소재 아파트는 지난 6월 매각했다. 박 후보가 소유한 자동차는 2008년식 에쿠스VL450과 2008년식 베라크루즈다. 예금은 농협과 외환은행 등에 7800만원 정도가 있다. 보유 주식은 물론, 골프장 회원권 등도 없다. 채권·채무 관계도 깨끗하다.
2006년 삼성동 집값이 크게 오른 것 외에 거의 변동이 없다. 2007년 신고한 재산 총액은 21억8000만원, 2010년은 21억6000만원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관계자는 “재산 목록 칸이 가장 적은 의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재산 공개 현황으로만 보면 박 후보 재산은 문제 삼을 게 없다. 하지만 야당은 다른 쪽에서 공세를 취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다. 박 후보가 10·26 사태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6억원의 실체와 정수장학회다.
박 후보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생계비 명목으로 6억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 돈의 출처와 이걸 어디에 썼는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정수장학회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은 “정수장학회는 사회에 환원했다”며 박 후보와의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박 후보가 여전히 정수장학회의 실질 소유자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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